팔리는 ‘단어’는 어떻게 만들까

마케팅 신간 서적 저자 기고
■ 「나 코치의 파는 기술」저자, 나유업
(서울벤처스 CMO, 16년차 이커머스 전략가)
이미지 출처= pixabay
지난 칼럼에서 ‘단독’은 파는 게 아니라 만들기 나름이라고 했다. 마찬가지로 고객에게 가격을 낮춰주려고만 할 게 아니라 고객이 ‘이거 잘 샀다!’라고 느끼게 만들면 된다.우리 제품에 대한 인식을 바꾸면 해결되는 것이다. 그러나 인식의 벽만큼 높고 단단한 것은 없다. 반면 이를 거꾸로 적용해, 변하지 않는 인식을 활용하면 새롭게 느껴지는 상품을 만들어낼 수 있다.

LED를 예로 들어보자. 과거 LED는 백열등이나 형광등보다 전기효율이 높아 전기료를 줄여주는 조명으로만 인식되었는데, 피부미용에 좋다는 새로운 사실이 알려지면서 LED 마스크라는 고부가가치 비즈니스가 생겨났다.

그 인식을 영리하게 활용한 것이 LED 칫솔로, (당연히 조명이 아닌) 셀프 미백케어를 강조해 히트를 쳤다. 그 회사는 과연 처음부터 연구에 연구를 거듭해 미백효과를 입증해서 LED 칫솔을 만든 것일까?모르긴 몰라도 그렇진 않을 것이다. 고객들의 머릿속에 이미 자리잡은 LED의 인식을 빌려 제품을 만든 것이다.

일례로 이플래쉬의 유아용 LED 칫솔은 ‘8억원 칫솔’이라는 애칭을 내세운다. 미국 어느 연구기관의 발표에 따르면 치아 한 개의 경제적 가치는 3000만 원에 이른다.

우리 입안에는 28개의 치아가 있으니 약 8억원의 가치가 있는 셈이다. 이 소중한 치아를 관리하기 위해 치약에는 자일리톨 성분을, 칫솔에는 LED 기능을 넣었다고 설명한다.치아에 8억원의 가치가 있다는 것은 이플래쉬가 자체 연구한 내용이 아니다. 외부 기관이 한 연구를 가져온 것이다.

LED에 미백효과가 있다는 것은 LED 마스크 회사의 노력으로 많은 소비자들이 알고 있는 바다. 나아가 자일리톨이 치아에 좋다는 것은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상식이 되었다.

이 브랜드가 자일리톨을 놓고 수십 년 연구를 거듭한 결과가 아니다. 거대기업이 만들어둔 인식을 가져와서, 자일리톨이 가진 기존의 이미지를 차용해 우리 제품의 인식을 높인 것이다.로사퍼시픽이 출시한 ‘랍면’도 마찬가지다. 모든 대기업이 시도했지만 고전을 면치 못했던 프리미엄 라면 시장에서, 랍스터와 라면의 조합으로 만든 랍면은 단기간에 수백만 개가 넘는 판매고를 올렸다.

외부의 프리미엄 이미지를 빌려오느라 로열티를 지불하는 대신, 랍스터라는 고급 식자재의 인식을 활용해 고급 라면의 문턱을 넘은 것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인식을 바꾸거나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자금이 들어간다. 그런데 높은 벽처럼 느껴지는 인식을 넘으려고만 할 게 아니라 우리 제품에 활용한다면?

굳게 잠긴 빗장은 밖에서 아무리 열려고 해도 풀리지 않는다. 관점을 바꾸어 빗장을 안에서 열도록 해보자. 스스로 성문을 여는 것은 어려우나 성에 들어가는 사람의 도움을 받으면 무혈입성할 수 있다.

이커머스에서 인식을 활용하는 방법으로 가장 좋은 것은 ‘단어’를 파는 것이다. 이를테면 제품을 기획하는 단계에서 미리 고객들이 부를 애칭을 붙이는 식이다.

‘8억원 칫솔’이 좋은 예다. ‘온장고바지’는 겨울용 남자 트레이닝 팬츠로, 입으면 체감 온도가 5도 올라갈 만큼 따뜻하다는 바지다.

한 번 베면 끊을 수 없다는 뜻의 ‘마약베개’ 역시 많은 이들이 아는 히트 단어다. 마약베개가 히트 치자 질 좋은 수면을 유도하는 제품으로 ‘요술베개’, ‘무중력 베개’ 등이 뒤따라 등장하기도 했다.

이처럼 고객의 언어를 활용한 직관적인 애칭을 상품명으로 만들면 이른바 대박 상품이 터질 확률이 높아진다. 그러려면 기획단계에서 고객의 인식을 바꾸는 단어를 만들어내야 한다.

어렵게 접근할 필요도 없다. 우리 제품이 고객 니즈를 충족해주는 포인트를 상세페이지나 영상 콘텐츠로 만든다고 생각하면 된다. 세상에 팔 수 있는 것은 다양하다. 때로는 단어를 잘 조합하는 것만으로도 우리가 판매하는 제품이 특별해진다. 순식간에 대안이 없는 유일한 제품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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