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잃은 코스피, 실적으로 코로나 우려 뚫을까[주간전망]

“코로나19 재유행, 경기 회복세 못 꺾어”
뉴욕증시, 고점 우려 딛고 다시 사상최고가 경신
“이번주 몰린 미 물가지표 주목해야”
코로나19 하루 확진자 수가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는 가운데 원·달러 환율은 9일 4원10전 오른 달러당 1149원10전으로 연고점을 기록했다. 외국인 투자자가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원어치 이상 주식을 팔아치우면서 코스피지수는 1.07% 하락한 3217.95에 거래를 마쳤다. 사진은 서울 명동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신경훈 기자
실적 시즌을 맞이한 코스피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과 경기 회복세 둔화에 대한 우려를 이기고 반등할지 주목된다. 지난 2분기 호실적이 예상되는 기업이 많은 데다, 지난 9일(현지시간) 미 국채 10년물 금리도 반등하면서 경기 회복세 둔화에 대한 우려도 한풀 꺾이면서다.

코스피, 코로나19 재유행에 3220선도 내줘

11일(한국시간)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한 주(5~9일) 코스피는 1.94% 하락해 3217.95로 거래를 마쳤다. 직전주의 조정을 딛고 주초에는 반등세를 보이며 지난 6일에는 3305.21로 종가 기준 사상 최고 기록을 다시 쓰기도 했다. 하지만 델타 변이 바이러스로 인한 코로나19 4차 대유행과 미 국채 10년물 금리 급락으로 인해 지난 8일과 9일엔 각각 직전 거래일 대비 0.99%와 1.07%가 하락하며 3220선마저 무너졌다. 특히 지난 9일에는 3200선이 깨지며 3188.80까지 빠지기도 했다.
자료=IBK투자증권
국내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 수는 지난 7일 1212명, 8일 1275명, 9일 1316명, 10일 1378명으로 연일 늘어나고 있다. 특히 나흘 연속 1200명대 이상의 일일 신규 확진자가 나온 건 작년 1월 국내에서 처음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뒤 처음이다. 이에 우리 방역당국은 확진자가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수도권에 대해 다음날부터 거리두기 4단계를 시행한다.

박석현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수 급증이 우려되고 있지만, 이는 경기 회복세를 되돌리는 요인이기보다는 내수 경기를 중심으로 한 경기회복 속도를 일시적으로 늦추는 요인이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지난 한 주 동안 코스피에서 개인은 5조3022억원 어치 주식을 샀고,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3조2977억원 어치와 2조1438억원 어치를 팔았다.

2분기 호실적 영향은?…‘고점 우려’ VS ‘지속가능한 경기회복’

증시가 힘을 내지 못하면서 대장주인 삼성전자도 주저앉았다. 시장 전망치를 훌쩍 뛰어 넘는 지난 2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한 지난 7일부터 삼성전자 주가는 내리막을 그리더니 8만원 아래로 추락했다. 지난 9일 삼성전자는 직전 거래일 대비 500원(0.63%) 하락한 7만94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 회사는 지난 2분기 12조5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고 지난 7일 공시했다. 에프앤가이드에 집계된 증권가 전망치 평균(컨센서스)는 10조9741억원이었다.

포스코(POSCO)도 마찬가지다. 지난 9일 분기 실적을 공개하기 시작한 2006년 이후 처음으로 2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공개했다. 하지만 증시 조정 속에서 직전 거래일 대비 1500원(0.44%) 하락한 33만8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안소은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2분기 어닝 시즌을 대하는 시장 분위기가 그리 우호적이지 않다”고 우려했다. 그는 “시장에서는 지나간 실적이 얼마나 좋았는지보다 앞으로의 이익 방향성에 주목하고 있다”며 “각종 기저효과 소멸로 인한 하반기 이익 모멘텀 약화 가능성이 주가에 선반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료=IBK투자증권
반면 박석현 연구원은 “국내외 경기순환이 2분기 정점을 통과한다는 것과 관련해서는 예상됐던 진행 과정이라는 점, 그리고 기저효과에 기반한 순환적 측면보다는 추세적인 경기회복국면이 지속가능하다는 점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며 “국내외 경기 둔화 우려에 따른 주가 조정이 이어질 경우 금리 하향안정 수혜주인 배터리, 인터넷·소프트웨어, 헬스케어와 경기회복 지속 수혜주인 자동차에 대한 비중 확대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뉴욕증시, 고점 우려 딛고 다시 사상 최고가

지난 9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도 다시 희망이 보였다. 직전 거래일인 지난 8일 큰 폭의 조정을 보였던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나스닥지수 등 3대 지수는 9일에는 다우지수가 직전 거래일 대비 448.23포인트(1.30%) 오른 3만4870.16에, S&P500지수가 48.73포인트(1.13%) 상승한 4369.55에, 나스닥지수가 142.13포인트(0.98%) 뛴 1만4701.92에 각각 장을 마쳤다. 3대 지수 모두 종가 기준 사상 최대치 기록이었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반등세를 보인 덕이었다. 지난 9일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전일 대비 7베이시스포인트(bp, 1bp=0.01%p) 오른 1.3560%를 기록했다. 앞서서는 8거래일 연속 빠지며 1.25% 수준까지 밀리기도 했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향후 경기를 나타내는 지표로도 인식된다. 시장 참여자들이 경기에 대한 자신감을 잃고 안전자산(미 국채)에 돈을 태우면 가격이 오르면서 수익률이 하락하기 때문이다.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가 확산하는 가운데 나타난 미 국채금리 하락을 안전자산 선호로 해석하는 시각이 존재했다”면서 “최근 금리 하락은 시장이 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일시적 물가 상승’ 시각을 받아들인 부분이 크다”고 설명했다. 연준이 조기 테이퍼링(양적완화 규모 축소)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가 처음 고개를 들었을 때는 미 10년물 국채금리가 오르는 걸 긴축 신호로 받아들이고 시장이 공포에 휩싸이기도 했다.
미 S&P500 기업들의 주당순이익 성장률 전망치 추이. /자료=KTB투자증권

증권가 “미 물가지표 주목…연기금 매도세 일단락 기대”

증권가는 다음주 미국에서 발표될 물가 관련 경제지표들을 주목하고 있다. 김한진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오는 13일 헤드라인 물가(6월 소비자물가상승률·CPI)를 시작으로, 14일 생산자물가(PPI)와 개인소비지출물가(PCE), 15일 수입물가, 16일 미시간대 기대인플레이션에 이르기까지 미국 물가지표가 발표된다”며 “하반기 인플레 강도를 엿볼 수 있고 경우에 따라사는 당장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했다.

글로벌 유동성도 아직은 풍부한 상태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영환 연구원은 “최근 미 정부 부채한도 협상 종료일인 오는 31일까지 재무부 현금잔고 축소 과정에서 미국 단기자금시장의 유동성이 급증했다”고 말했다.

김한진 연구원도 “미국의 통화량은 작년 2분기 급증한 이후 같은해 하반기부터는 완만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자산시장을 지지하기에 여전히 충분한 규모”라며 “아직은 통화량이라고 하는 중장기 기본 유동성을 보전하는 단기 유동성이 넘쳐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연기금의 매도세도 조만간 일단락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하인환 KB증권 연구원은 “국민연금의 올해 국내주식 목표 상단은 19.8%인데, 대규모 매도로 인해 4월 기준 20.1%까지 낮아졌다”며 “연기금이 5~7월에도 코스피에서 1조원 이상 순매도한 점, 최근 조정에 따른 주식 평가금액 감소를 감안하면 이번 조정을 계기로 기계적 순매도가 끝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자료=KB증권
NH투자증권은 다음주 코스피 예상 밴드로 3220~3350을 제시했다. 김영환 연구원은 상승 요인으로 미국 고용 호조와 2분기 기업 실적 전망 상향을, 하락요인으로 코로나19 변이 확산 및 확진자 증가 등을 각각 꼽았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