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액티브] "음식 받칠 때라도 봐주길"…독자 감소에 속 타는 대학 학보사

독자 감소세 장기화에 코로나19 확산으로 '엎친 데 덮친 격'
8개 대학 학보사 전현직 편집장들 "코로나 여파 대면취재 제한되고 학보 수요 줄어"

"학생들이 학보를 볼 때는 두 가지 상황에서다. 배달 음식 밑에 깔 것이 필요할 때와 미대 학생들이 작업할 때. 학보사 기자로서 소임은 그 순간에 학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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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람 전 상명대학보 편집장은 지난 6일 전화 통화에서 대학사회 이슈와 신문에 대한 관심이 줄어드는 현상에 대해 "(학보사가) 외면하면 안 되며, 감내하고 극복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전 편집장 말처럼 대학 학보사들은 너나없이 독자 감소에 시달리고 있다. 이에 더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비대면 강의가 장기화되면서 학보 배포 대에는 독자를 찾지 못한 신문이 수북이 쌓이고 있다.

광운대, 삼육대, 상명대, 서울시립대, 서울여대, 성신여대, 중앙대, 충남대 등 8개 대학의 전·현직 편집(국)장에게 학보사의 현주소와 위기 극복 방안에 대해 물어봤다.

◇ 코로나19로 어려워진 대면 취재…독자 접근성도 떨어져
이들은 지난 5일부터 닷새간 전화나 문자메시지로 진행된 인터뷰에서 코로나19 발생 이후 취재와 학보 발행이 더 어려워졌다고 한목소리로 하소연했다. 이전에는 취재할 기관을 방문해 관계자를 대면 취재할 수 있었지만 최근에는 많은 기관이 방문을 허락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영향으로 학교 일정에 차질이 생겨 학보사가 다룰 수 있는 행사와 이슈도 크게 줄었다.

기자와 데스크가 지면 발행 과정에 참여하지 못해 문제가 발생한 경우도 있었다. 정윤민(가명) 전 서울시립대 편집장은 "인원 제한으로 (일부) 기자들은 대면으로 (학보) 발행 일정을 소화하지 못한다"며 "이로 인해 기자들의 소속감이나 업무 습득력이 낮아져 차기 국·부장단 선출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비대면 수업이 늘어나 교내 곳곳에 비치된 학보를 찾는 학생이 거의 없는 점이 무엇보다 큰 고민거리다.

이소연 성신여대 편집장은 "코로나19로 학보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이 더욱 떨어져 재학생이 참여하는 여론면 코너 지원자도 많이 줄었다"고 밝혔다.

장세원 전 서울여대 편집국장은 "학보는 기본적으로 학교와 학생자치 사안을 다루는 매체"라며 "학생들이 두 가지 사안에 관심을 두지 않으니 자연히 (학보에 대해서도) 관심이 높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일부 대학 편집(국)장은 편집권 침해를 받는 경우도 있다고 하소연했다.

대학 본부 등을 비판하는 기사를 작성할 경우 취재 협조를 받기 어려울 뿐 아니라 기사 관련 압력도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 한 대학 전 편집(국)장 이해인(가명)씨는 "편집권이 학교로부터 제한을 많이 받았다.

기사가 나오고 나서 기획처와 면담한 적 있다"며 "학과 통폐합 및 신설과 같은 민감한 사안을 취재한다는 이유로 교수가 기자를 회의실로 부르는 것 자체가 권위적인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 지면 인쇄 폐지·전면 온라인 발행…변화하는 학보사
학보사들은 코로나19 장기화에 대응해 온라인화를 서두르고 있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유튜브 등 SNS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카드 뉴스를 발행하는 등 멀어지는 독자 눈길을 되돌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광운대, 삼육대, 상명대, 성신여대 등은 작년부터 지면을 인쇄하지 않고 전면 온라인 발행으로 전환했다.

온라인 발행 후 시의성 높은 기사 작성이 가능해졌고 학생 독자의 접근성과 관심도가 높아졌다는 평가를 많이 받았다.

유정주 삼육대 편집장은 "기자단 과반수가 온라인 발행으로 전환하는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며 "시의성 있는 기사와 학생들의 관심 증가라는 긍정적인 변화가 생겼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급작스러운 온라인 전환에 적응하기 어렵다는 반응도 내놨다.

엄유진 상명대 편집장은 "온라인 발행으로 전환된 후 지면 배치나 신문 구성을 하지 않는 것이 어색했다"며 "온라인 기사는 분량 제한 없이 글을 작성할 수 있어 내용이 길어질 경우 지루하지 않도록 신경썼다"고 말했다.

엄 편집장은 "(온라인) 전환 이후 독자 투고가 감소해 독자와 소통할 방법도 줄었다"며 "신문의 본질을 찾기 위해 고민 중"이라고 덧붙였다.

◇ "몇 년 내 종이 학보 사라질 것…새 콘텐츠 발굴해야"
전문가들은 학보 발행이 온라인으로 전환되는 추세에 대해 예견된 일이라며 불가피하다는 견해를 보였다.

강옥희 상명대학보 주간 교수는 "학생들이 기본적으로 오프라인 매체에 관심이 떨어져 오히려 링크를 통해 간편하게 접속할 수 있는 온라인 발간을 선호하는 경우가 있다"고 전했다.

숭실대 학보인 숭대시보 이승복 주간 교수는 "코로나 이전부터 온라인 발행은 존재했다"며 "구독률과 경제 문제를 고려할 때 어느 정도 불가피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김위근 한국언론재단 책임연구위원도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 전환이) 앞당겨진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독자 감소는 학보뿐 아니라 모든 종이 신문이 공통으로 겪고 있는 어려움이므로 콘텐츠와 플랫폼 강화를 통해 극복해야 한다는 조언도 내놨다.

이 교수는 "학생 독자의 관심을 끌기 위해 학생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분야에 대한 기획 기사를 연재해야 한다"며 "예를 들어 대학원 진학, 취업 관련 소재로 3~4회 정도 집중적으로 기획 연재를 하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책임연구위원은 "학내 문제나 대학 생활 소식을 알리는 것에서 벗어나 새로운 콘텐츠 영역을 발굴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종이 학보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대학가를 중심으로 지역 커뮤니티 문제와 연동해야 한다"며 "전국대학신문기자연합을 중심으로 현 세태에 관해 심도 있는 논의도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