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대 "동문 권혁빈 손잡고 AI를 영어처럼 필수과목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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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그리는 총장을 만나다“서강대의 평가 지표가 지난 몇 년간 하락한 것이 사실입니다. 미래 기술 분야를 중심으로 교육을 혁신해 반드시 재도약에 성공하겠습니다.” 심종혁 서강대 신임 총장은 11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올해 동문회, 교내 구성원과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마련한 ‘서강 비전 2030’을 바탕으로 재도약에 나설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심종혁 서강대 신임 총장
권혁빈 이사장, 심 총장 설득에
올해부터 서강발전위원장 맡아
AI 융·복합 전문학과 자문 나서
대학 내 모든 학문과 AI 융합
기업이 원하는 맞춤형 인재 양성
"제2캠퍼스 대신 '소수 정예 교육'
재정위기, 산·학 협력으로 해결"
서강대는 지난 몇 년간 안팎으로 내홍을 겪었다. 재단인 천주교 예수회 측과 학생, 동문회가 충돌했다. 그 사이 남양주 제2캠퍼스 건립은 물거품이 됐고 정부의 인공지능(AI) 전문대학원 선정에서 탈락했다. 실망한 동문들이 등을 돌리면서 기부금 수입도 급감했다. 재정 악화로 등록금 의존도는 10년 전 70.2%에서 작년 78.4%로 치솟았다.심 총장은 이 같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대대적인 변신을 시도할 계획이다. AI, 바이오 등 에서 세계를 리딩하는 기반을 구축해 ‘글로벌 톱 100 대학’에 진입한다는 목표(서강 비전 2030)를 세웠다.
영어처럼 AI 이수 의무화할 것
심 총장이 지난 2월 취임 후 가장 먼저 한 일은 사회 각계 동문을 만난 것이다. 권혁빈 스마일게이트희망스튜디오 이사장도 그중 한 명이다. 서강대 전자공학과 92학번인 권 이사장은 게임사 스마일게이트를 창업해 미국 포브스 선정 한국의 부호 4위에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권 이사장은 심 총장의 삼고초려(三顧草廬) 끝에 올해 서강발전위원장을 맡았다. 권 이사장은 지난달 ‘서강 비전 2030’ 선포식에서 “서강대에서 받은 창의적 교육이 창업의 원동력이 됐다”고 말했다.심 총장은 “권 이사장은 글로벌 비즈니스 최전방에 있는 동문으로서 산업 트렌드나 미래 인재상에 대해 분명한 비전이 있다는 걸 느꼈다”고 설명했다. 권 이사장은 2011년 아트앤테크놀로지학과 전공 개설에도 관여했다. 서강대가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AI 융·복합 전공학과에도 자문 역할을 맡을 예정이다. 서강대는 스마일게이트 외에 다른 대기업들과 연계해 ‘AI 맞춤형 인재’를 양성할 계획이다.
심 총장은 “과거 전교생에게 12학점을 의무 할당해 영어 교육을 시킨 결과 서강대는 ‘영어 잘하는 대학’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며 “미래의 필수 언어가 될 AI를 공통 필수과목으로 정해 모든 학생이 이수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서강대는 국내 대학 중 가장 먼저 복수전공을 활성화하는 등 융·복합에 강점이 있다”며 “모든 영역의 학문에서 AI를 활용할 수 있도록 혁신적인 커리큘럼을 마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남양주 제2캠퍼스 재추진 안 해”
“대학 전반의 혁신과 동시에 ‘서강’만의 가치를 지켜 나아가야 한다”는 게 심 총장 철학이다. 서강대는 개인별 좌석을 지정하는 지정좌석제, 일정 횟수 이상 결석하면 낙제 처리하는 FA(Failure becauses of Absences) 등을 실시하는 등 소수 정예 교육과 엄격한 학사관리로 유명했다.심 총장은 “많은 대학이 외형을 키우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한정된 자원 속에서 학생만 늘어나면 교육의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소수 정예 고품격 인재 양성은 서강 가치의 핵심이고 임기 중 이런 학풍을 회복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심 총장은 “남양주 제2캠퍼스 건립을 재추진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그는 “학교 안팎의 의견 충돌로 인한 에너지 소모, 재정 부담 등을 고려했을 때 제2 캠퍼스 추진은 이점이 별로 없다고 판단한다”며 “제3의 물리적 공간을 만드는 것보다 지방자치단체나 기업과 교류 협력을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 공간을 창출하는 것이 더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대학의 재정위기는 산학협력 강화를 통해 이겨내겠다”고 심 총장은 밝혔다. 그는 “교수들을 독려해 기업체 산학연구과제 수주, 기술이전 및 창업 관련 수익 개선을 통한 재정 수입을 늘려 나가도록 할 것”이라며 “학내 아이디어를 사업화하는 ‘오픈이노베이션 센터’ 역할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심 총장은 서강대 수학과와 물리학과를 졸업한 뒤 모교에서 물리학 석사를 받았다. 이탈리아 로마 그레고리안대에서 신학 박사를 취득한 예수회 소속 신부다. 지난 2월 서강대 제16대 총장에 취임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