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숙 "노조가 죽어야 청년이 산다…호봉제부터 개혁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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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임차인입니다' 野 대권 주자 윤희숙 의원 인터뷰
민주화 이후 34년 지났는데 '미래' 말하는 후보 안 보여
노조 반발 등 고통스러워도 노동·교육 굳은살 잘라내야
집 사지말란 정부, 국민 협박…집값 오르면 누가 책임지나
공교육 철저히 망가져…어떤 아이도 포기않는 학교 만들겠다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은 1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국경제신문과 한 인터뷰에서 “연공서열식 임금체계를 개혁하지 않으면 제조업은 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범준 기자](https://img.hankyung.com/photo/202107/AA.26903259.1.jpg)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은 11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제 대한민국에서 대통령이 되겠다는 후보는 과거가 아니라 미래를 얘기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윤 의원은 지난 2일 ‘깜짝’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올 들어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대표 선거 등에 출마해달라는 당 지도부의 잇단 요청에 ‘꿈쩍’도 하지 않았다. 윤 의원은 이날 인터뷰에서 “고통스럽더라도 노동, 기업, 교육 분야에 박인 한국 경제의 굳은살을 깎아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한국의 제조업을 콕 집어 “근속연수에 따라 연봉이 올라가는 연공서열식 임금체계를 개혁하지 않으면 제조업은 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번 대선 출마는 다소 의외입니다.
“(웃으면서)원래 제 성격이 소심하고 게으릅니다. 일을 잘 저지르지 않는 편이긴 하죠.”▷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출마 선언을 보고 결심을 굳혔나요.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대선은 5년마다 치러지죠. 향후 5년 동안 국가의 대계를 좌우할 담론을 논의하는 자리입니다. 그런데 4년 전 대선에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으로) 정책 대결이 없었습니다. 이번 대선까지 그러면 도합 10년을 정책에 대한 고민 없이 허송세월하게 됩니다.”
▷어떤 얘기를 해야 합니까.“1987년 6월 민주항쟁과 6·29 민주화선언 이후 34년이 흘렀습니다. 아직도 법치와 민주주의를 얘기하는 게 매우 가슴 아프고 한심한 일입니다. 이렇게 눈이 핑핑 돌아가는 세상에서 과거 얘기만 하고 있어요. 내심 누군가는 얘기할 줄 알았습니다. 답답해서 직접 나왔어요.”
▷미래를 위해 무엇을 바꿔야 하나요.
“우리의 다음 세대들이 희망을 품을 수 있도록 고쳐줘야 합니다. 방법은 간단해요. 우선 파이를 키워야 합니다. 잠재성장률이 너무 빠른 속도로 하락하고 있어요. 두 번째로 파이가 줄어드는 고통이 다음 세대에 너무 몰려 있습니다. 세대 간 갈등의 요소죠. 과거 억눌려왔던 이런 갈등이 불거지기 시작했어요. 제가 쓴 《정책의 배신》이라는 책의 원래 제목은 《노조가 죽어야 청년이 산다》였습니다. (깔깔 웃으며)출판사에서 절대 안 된다고 해서 제목을 바꿨죠.”▷출마선언문에도 ‘경제의 굳은살’을 언급했습니다.
“한국에 투자하려는 사람들보다 한국 밖으로 나가려는 사람이 훨씬 많습니다. 한국은 왜 매력없는 나라가 됐을까요. 전문가들이 가장 많이 이야기하는 게 규제입니다. 첫 번째는 노동규제, 두 번째는 기업규제예요. 세 번째는 교육정책입니다. 이런 것들이 다 굳은살입니다.”
▷노동규제는 어떻게 풀어야 하나요.
“기업인들은 노동 유연성을 원합니다. 가장 대표적인 게 임금 유연성이에요. 기업을 경영하다 사정이 좋지 않으면 월급을 더 줄일 수 있어야 합니다. 젊은 세대와 나이든 세대 사이에 임금격차가 너무 큽니다. 이런 문제가 전혀 조정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게 굳은살입니다.”
▷노조가 거세게 반발할 겁니다.
“굳은살을 잘라내도 죽지 않습니다. 없으면 오히려 더 잘 살 수 있어요. 하지만 잘라내는 심리적인 아픔, 고통이 크죠. 임금체계를 개편하면 생산성에 비해 많은 돈을 받는 나이 든 세대의 월급이 줄어듭니다. 이런 고통은 감수해야 합니다. 한국의 제조업은 연공서열식 임금체계로 망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처음 한 말이 아니에요. 기업의 구조조정을 총괄하고 있는 이동걸 산업은행장도 한 지적입니다.”
▷대통령이 되면 이거 하나는 꼭 바꿔보고 싶다 하는 게 있나요.
“너무 많은데 한 가지라면…. 어떤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학교를 만들려고 합니다. 현재 우리나라 초·중·고교는 학생을 포기하는 걸 당연하게 생각합니다. 대학에 가지 않는 고등학생들은 방치돼 있습니다. 학교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학교는 그런 학생들을 학교 밖으로 밀어내고 사회는 그런 학생을 받아주지 않고 있어요.”
▷어떤 점을 고쳐야 하나요.
“교육 문제를 무겁게 다루지 않고 있습니다. ‘백년대계’인데 문재인 정부는 특히 그렇습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자녀의 입시비리 문제가 터지자 대학 입시에 정시 확대 여부가 논란이 됐습니다. 당시 교육부 규제개혁위원회 위원으로 회의가 끝난 뒤 저녁 자리에서 ‘정시를 정말 확대할 수 있냐’고 물으니 단호하게 정시 확대는 없다고 했어요. 정시가 집안 경제력의 영향을 더 받는다고 하면서요. 교육부총리의 뜻이라고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틀 후 문 대통령이 정시를 확대한다고 발표하더군요.”
▷‘임대차 3법’ 통과 후 1년이 됐는데 생각하지 못한 부작용이 있나요.
“대부분 예상했던 문제입니다. 임대인과 임차인 간 불화는 제가 생각했던 수준을 훨씬 뛰어넘었습니다. (규제 회피를 위한) 오만 가지 ‘꼼수’도 나오고 있어요. 월세를 규제하니 관리비에 월세를 전가하는 사람들까지 나옵니다. 요약하자면 시장을 교란했을 뿐 아니라 공동체의 윤리의식도 해쳤어요. 사람들을 그악스럽게 만들고 있습니다.”
▷향후 부동산 시장을 어떻게 예상합니까.
“앞으로 2~3년간 안정될 가능성이 없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런 상황을 해결하려면 국민들에게 시간이 지나면 (주택 공급 는다는) 기대감을 줘야 합니다. 그런데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은 집 사는 데 신중하라고 말하더군요. 국민에게 협박하는 것처럼 들렸습니다. 그런 말 할 필요 없이 그런 생각이 들도록 신호를 주면 됩니다. 나중에 혹여라도 집값이 오르면 누가 책임을 질 건가요.”
■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은△1970년 서울 출생
△1988년 서울 영동여고 졸업
△1993년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1995년 서울대 경제학 석사
△2003년 미국 컬럼비아대 경제학 박사
△2015년 한국개발연구원(KDI) 재정복지정책연구부장
△2020년 21대 국회의원
좌동욱/이동훈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