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여가·통일부 폐지론 넘어 '큰 정부 비효율' 제대로 따져보라

야당에서 제기한 ‘여성가족부 폐지론’으로 정치권이 떠들썩한 가운데 통일부까지 폐지 대상으로 공개 거론됐다. 주목되는 것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두 부처 폐지론의 중심에서 논쟁거리로 키우고 있다는 점이다. 이 대표는 이 문제를 이른바 ‘작은 정부론’과 결부시키며 내년 대통령 선거에서 쟁점 이슈로 만들 태세여서 더욱 눈길을 끈다.

여성 문제도, 통일 아젠다도 예민하다면 더없이 예민한 사안이다. 유승민 전 의원, 하태경 의원 등 국민의힘 대선주자들이 여가부 폐지론을 꺼내자마자 범여권에서 즉각 직설적 비난이 쏟아진 것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한국 사회의 ‘젠더 갈등’이 위험수위에 달한 것은 모두 잘 아는 불편한 사실이다. 극단 주장이 맞서는 통일부 존치 논란도 사정은 비슷하다. 해묵은 ‘감성적 민족주의’ 시각과 결국 실전 배치에 이른 북핵의 가공할 위협 대처라는 현실적 관점에 따라 평가가 극명하게 갈린다.기왕 제기된 두 부처 존폐 논란이 생산적 논쟁으로 이어지려면 무엇보다 속 보이는 편가르기나 감정적 말싸움 차원을 벗어나야 한다. 그러려면 두 부처가 그동안 어떤 성과를 냈고, 무엇이 문제인지부터 평가해 볼 필요가 있다. 유권자는 사실에 입각한 공방, 미래지향적 대안을 수반한 논리 대결을 보고싶어 한다.

보다 중요한 쟁점은 정부의 본질 기능이다. 두 부처 폐지 논쟁도 핵심은 ‘큰 정부냐, 작은 정부냐’다. 야당발 폐지론도 여성정책을 그만두거나 정부 차원의 통일 노력을 기울이지 말자는 게 아니라, 정부의 기능개편과 행정혁신을 강조하고 있다. 부처 효율성과 제 기능 수행 여부에 대한 문제 제기로 볼 수 있다.

통상 좌파성향 정당이 추구하는 ‘큰 정부’의 문제점은 정부 비대화다. 나랏빚 폭증을 불사하는 확장 재정, 급증하는 공무원 등 공공부문 팽창은 규제 양산으로 이어진다. 그 부작용이 시장과 기업 등 민간부문 위축으로 나타난다. 18~19세기 ‘야경국가’로 거슬러가는 ‘작은 정부’는 1980년대 미국 레이건 대통령, 영국 대처 총리 시절 한껏 고양돼 민간의 창의성을 고취해왔다. 따라서 단순히 두 부처의 폐지 논란이 아니라 정부의 구조·기능·역할에 대한 근본적 문제 제기와 대안 제시로 이어져야 한다.

설령 표를 의식하더라도 각 정파의 철학·가치를 구체화하는 논쟁이 되고, 그런 바탕에서 이행 각론이 공약으로 다져져야 선진정치다. 빚더미 공기업의 비효율 문제도 ‘민영화 대 국영화’라는 실행방안을 놓고 유권자 선택을 받아야 한다. ‘증세와 감세’, ‘규제 강화와 철폐’, ‘공무원 증원과 감축’ 같은 무수한 과제가 ‘비효율·무능 부처 폐지론’과 직결된다. 정치에 억눌린 금융, 정부 개입이 만성화된 부동산, 퇴행적 교육의 장래도 모두 이런 선택에 달렸다. 큰 정부의 비효율 극복은 코로나 이후 최대 과제다. 여야 간 생산적 공론·논쟁을 기대하면서, 먼저 공세에 나선 야당의 논리적이고 선명한 대안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