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중대재해법 시행하면 선의의 피해자와 범법자만 잔뜩 양산할 것"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제정안에 대한 건설업계 입장 발표
정부가 지난 9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대한건설협회는 "법률의 모호함이 시행령에서도 해결되지 못해 매우 아쉽게 생각한다"며 경영책임자 범위에 대한 구체화라든가 모호한 법률규정의 명확화 등을 해결과제로 꼽았다. 법률에서 위임한 7개 사항에 대해서만 시행령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건설업계는 중대재해처벌법의 모호함과 포괄성에 대한 책임이 기업에 전가돼 기업의 리스크가 커질 수밖에 없고, 불확실한 상태에서 기업경영을 해야 하는 부당한 부담만 가중될 우려가 높아졌다고 주장했다.기업 나름대로 법령을 해석해야 하고 사고가 나면 법원의 판단에 따라야 하는 상황이 돼 기업들의 혼란과 혼선이 불가피하다는 게 건설협회의 설명이다. 건설업계는 그동안 '경영책임자' 정의 중 ‘이에 준하여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시행령에 구체화해 줄 것을 요구했으나 시행령에 반영되지 않았다. 또 ‘적정’, ‘충실’ 등 주관적 용어에 대해 구체적 기준을 제시해 줄 것도 요청해 왔다.

건설업계에서는 안전보건 전담조직 설치 대상에 대해 시공능력평가 순위 50위 정도는 돼야 가능하다고 주장해왔으나 시행령에서는 200위를 고수했다. 건설협회 관계자는 "시공능력평가 순위 200위 정도는 본사 근무인력이 10명 안팎에 불과해 안전보건 전담조직을 둘 여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형식적이고 편법적인 운영이 불보듯 뻔한데 정부는 무엇을 기대하고 밀어붙이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는 게 건설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건설협회 관계자는 "이대로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면 선의의 피해자 내지 범법자만 잔뜩 양산할 공산이 매우 크다"며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이 실효성을 발휘해 산재예방에 기여하려면 업계 요구사항이 적절하게 반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