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4번 중 3번, D-300 1위가 대통령 됐다 [신현보의 딥데이터]
입력
수정
新정부 D-300 여론 분석 기획새로운 정부 출범이 301일 앞으로 다가왔다. 현재까지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앞선다는 여론조사가 대부분이다. 이런 추세는 차기 대통령 선거 때까지 지속될 수 있을까?
上. 역대 대통령 후보 시절 지지율 분석
대통령 안 된 경우는 반기문이 예외적
한번 형성된 여론판 바꾸기 어렵지만
최근 여론조사 1위 경쟁 치열
과거 압도적 1위가 대통령 된 것과 달라
임기 말 대통령 지지율과 차기 대선은 연동
文의 부동산 정책·코로나19 대처 중요도↑
반기문 봤을 때 정치 기반 중요해 尹 입당도 관건
한경닷컴이 13일 과거 네차례의 대통령 선거를 분석한 결과, 차기 정부 출범 300일을 남긴 시점에 여론조사 1위를 한 후보가 실제 당선자가 된 경우는 전체 4번 중 3번이었다. 유일하게 1위가 대통령이 되지 않은 경우는 지난 대선 당시 반기문 전 유엔총장이었다. 과거 사례를 볼 때 현재 여론조사에서 가장 앞서 있는 윤 전 총장의 실제 당선 가능성이 높은 것은 맞지만, 반 전 총장의 뒤를 이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아직까지는 유력주자들을 둘러싼 각종 논란이 지지율 판도에 변화를 줄만큼 영향력이 크지는 않다고 분석했다. 또 임기 말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차기 대권주자 지지율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현 정부의 부동산·코로나19 등 국정 운영에 대한 평가가 차기 대권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차기 대권 지지율 1위가 대통령된 경우 압도적
…예외는 반기문
역대 16대부터 19대 대통령 중 임기 300일 전 대권 선호도 조사에서 1위를 달렸던 인물은 문재인 대통령을 제외하고 총 3명(노무현·이명박·박근혜)으로 파악됐다. 지난 20여년 간 75%의 확률로 새 정부 출범 300일 전 1위 후보가 대통령이 된 셈이다.과거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취임하기 300일 전 3번의 여론조사에서 노 전 대통령은 모두 이회창 후보를 10~23%포인트 차이로 제치고 1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명박 정부 출범 300일 전 발표된 7개의 여론조사에서도 이명박 전 대통령은 모두 우위를 점한 바 있다. 당시 내내 2위였던 박근혜 후보와의 격차는 최소 12%포인트, 최대 22%포인트였다.박근혜 대통령은 정권을 잡기 300일 전 여론조사 3개에서 당시 2위였던 안철수 후보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최소 13%포인트, 최대 21%포인트 차이였다.
유일하게 300일 전 1위 대권주자가 대통령이 되지 않은 것은 19대 대선 때다. 당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4개 여론조사에서 모두 문재인 당시 민주당 전 대표를 앞섰다. 1·2위 격차는 2.6%포인트에서 11%포인트였다. 반 전 총장은 보수 진영에서 차기 대권주자로 갑자기 거론되다 탄핵 정국, 각종 의혹 제기 후 지지율이 추락한 후 불출마 선언을 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윤 전 총장은 대체로 우세한 모습이다. 윤 전 총장이 대선 출마를 선언한 후 실시된 차기 대권 선호도 조사 73%(11개 중 8개)가 윤 전 총장의 우세를 점찍고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위를 기록한 여론조사는 3개에 그쳤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모두 3위에 이름을 올렸다.양승함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는 "한번 대세가 형성되면 기류를 깨기가 쉽지 않다"며 "최근 유력주자들에 대해 각종 논란이 일고 있지만 순위 변화를 가져올 만큼은 아직 아니다"고 평가했다. 윤 전 총장의 '처가 리스크', 이 지사의 '반(反) 이재명 연대' 등 논란에 두 후보의 지지율이 다소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순위 변동은 없었다.
한번 형성된 판 깨기 어렵지만…
다만 차기 대선 주자에 대한 여론조사는 과거 여론조사와는 몇가지 차이가 있는 점도 변수가 될 수 있다.무엇보다 과거에 대통령을 점찍은 여론조사들은 예외없이 한 후보만을 1위로 가르켰다는 점이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윤 전 총장이 앞선다는 조사가 8개, 이 지사가 앞선다는 조사가 3개로 혼재한 것과는 다르다.또한 과거 여론조사에서 우위를 점한 후 실제 대통령이 된 인물들은 모두 압도적 1위였다. 역대 대통령들은 최소 10%포인트, 많게는 20%포인트 넘는 격차로 2위를 따돌려왔다. 문재인 대통령 또한 반 전 총장 보다 줄곧 열세이긴 했으나 당시 내내 3위를 기록했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는 줄곧 10%포인트 안팎의 격차를 기록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최근 선두를 다투는 윤 전 총장과 이 지사의 격차는 오차범위 내 경쟁이 가장 많다. 두 후보간 3%포인트 이내 격차를 나타낸 여론조사는 6개, 6%포인트대는 2개, 7%포인트대 2개, 9.9%포인트 격차는 1개로 집계됐다. 이에 아직 어느 후보가 안정적인 1위를 담보할 수 없는 형국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文의 부동산·코로나19 대처도 관건
임기 말 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차기 대선 판도와도 연동되어 있다는 점에서 문 대통령의 임기 말 행보도 중요해지고 있다. 남은 임기 동안 변수는 부동산을 비롯한 민생과 코로나19 사태다. 지난 1년 간 문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은 부동산 정책에 대한 악 평가가 견인해왔다. 한국갤럽에 따르면 35주째 부정 평가 요인 1위는 '부동산 정책'으로 꼽힌다. 최근에는 9주 연속으로 2위는 '경제·민생 문제 해결 부족'이 지적되고 있다.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시장이 더 불안정해지고 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본격화되면서 여론의 불만이 더 커질 조짐이 보이고 있다. 향후 문재인 정부가 이러한 악재를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차기 대권 주자 지지율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尹 지지율 관건은 입당"
또 하나의 변수는 윤 전 총장의 입당 여부다. 과거 반 전 총장의 사례로 미루어봤을 때, 입당이 중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무소속 대통령은 전례가 없는데다, 정치적 기반 없이 대통령이 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는 지적이다.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미 각종 리스크 및 지지율 관리 측면에서 윤 전 총장의 입당은 늦은 편"이라면서 "미국에서 25년 간 무소속이었던 버니 샌더스가 민주당에 가입한 사례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