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스트 이슬아-남궁인, 오해의 바다에서 이해를 구하다

문학동네, 작가들의 서간 에세이 시리즈 '총총' 출간

'일간 이슬아'를 발행하는 1인 출판사 대표이자 작가로 유명한 이슬아. 이대목동병원 응급실 의사로 일하지만, 수필집으로 이름을 널리 알린 남궁인.
서로 다른 점이 너무 많은 두 작가가 오해의 바다에서 만나 이해를 구하는 여정을 보여주는 편지들을 묶어 '우리 사이엔 오해가 있다'라는 책으로 펴냈다. 문학동네가 새로 선보인 작가들의 서간 에세이 시리즈 '총총'의 첫 책이기도 하다.
선상에서 처음 만나 동료작가로 교류하던 이슬아와 남궁인 사이에는 오해의 바다가 펼쳐져 있었다.

먼저 이슬아는 남궁인의 글에 주례사 같은 예찬이 아니라 랩의 펀치라인을 내뱉듯이 '선빵'을 날리며 "이 편지를 읽고 선생님이 저랑 절교할까 봐 두렵습니다. 하지만 만약 답장을 주신다면 그때부터 우리는 더 좋은 우정의 세계에 진입할 것입니다"라고 편지를 건넨다.

'유효한 공격'을 받아 '안구진탕' 증세를 보였다는 남궁인은 닷새 만에 보낸 답장에서 자신의 글쓰기에 관해 설명하면서 두 작가의 문장과 웃음 배틀이 이어진다.

각자 14통씩 쓴 편지에서 이슬아는 한쪽 주머니에 손을 찌르고 입꼬리를 살짝 들어 올리며 할 말 다 하는 괴짜처럼 '잘나가는 의사 양반'에게 불호령을 내리며 독자들을 웃음을 유발한다. 책과 방송에서 진중한 사안으로 등장했던 남궁인은 호적수 이슬아 앞에서 정성껏 사과하고, 궁상맞고 부끄러운 자신의 지난 시절을 자발적으로 고백하기도 한다.

두 작가는 에세이를 쓴다는 점만 공통되고 거의 모든 부분은 대척점에 놓인 것으로도 보인다.

이슬아는 명백히 '삶의 작가'로 '벌어야 할 돈과 이뤄야 할 야망과 아직 모르는 쾌락이 산더미처럼 남아 있는' 이 삶이 좋아서 글을 쓴다. 반면 남궁인은 죽음 직전에야, 또는 죽어서 찾아오는 응급실에서 일하는 '죽음과 가까이에 있는 작가'다.

남궁인은 '어떤 죽음을 보고 있으면 자신도 영영 행복하기 어려울 것 같은 기분'에 빠진다며 한때는 자신도 죽으려 한 적이 있다고 고백한다.

이에 이슬아는 "편지를 기다리고, 읽고선 따박따박 따지고, 그러다 사과하고, 하나의 글 안에서 여러 인격을 들키고, 놀리고, 조롱하고, 걱정하고, 선물하고, 소중한 이야기 중 하나를 꺼내놓고, 그에 따르는 슬픔도 덧붙이고, 금세 농담을 하고, 편지를 보내고 또다시 답장을 기다립니다.

선생님이 살아 있어서요"라며 응원과 위로를 건넨다.

책에서 남궁인은 우리 모두가 "누군가에게는 이해이자 오해일 것"이라는 말을 남겼고, 이슬아는 "우리 사이엔 늘 오해가 있고 앞으로도 그럴 테죠. 서로를 모르니까요.

오해는 흔하고 이해는 희귀하니까요.

우리의 우정은 이제 막 시작되었습니다"라고 썼다.
또한 30대 여성 아티스트인 슬릭과 이랑이 서로에게 건넨 편지를 모은 책 '괄호가 많은 편지'도 '총총' 시리즈로 나왔다.

엠넷 리얼리티 예능 '굿걸'로 얼굴을 알린 슬릭과 싱어송라이터이자 독립영화 감독으로도 활동하는 이랑은 감염병의 시대를 맞아 앞날에 대한 불안을, 이 와중에도 꼬리에 꼬리를 무는 마음속 생각들을 내밀히 공유한다.

서로의 안녕을 기원하기 위한 편지에서 이들은 페미니즘, 비거니즘, 기후위기, 동물권, 임신·출산 자기결정권, 문신 등의 문제들에 대한 경험담과 솔직한 생각을 나눈다.

두 사람은 편지를 주고받던 중 재미있는 공통점을 발견했다.

약속이라도 한 듯이 편지에 괄호가 많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부연이나 해명, 상대가 알아줬으면 하는 본심을 괄호에 담아 표현한 이들은 책 제목으로도 괄호를 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