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뛸 수 없는 러닝머신'·'주례는 참석 가능?'…곳곳 당혹·혼선

수도권 '거리두기 4단계' 첫날…예비부부들 "정확한 지침도 없이" 불만 비등
식당가 점심부터 '썰렁'…업주들 "정부가 손실 보전해줘야"

"네, 저희 일단 문은 열었는데 러닝머신 탈 때 속도를 시속 6㎞ 이상 올리면 안 됩니다"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시행 첫날인 12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의 한 피트니스센터에는 이른 시간부터 이용객들의 문의 전화가 이어졌다.

피트니스센터 측의 안내처럼 센터 내 러닝머신 위에서 숨이 찰 정도로 달리는 이용객은 찾아볼 수 없었다.

다소 빠르게 걷는 속도로 러닝머신을 타던 이용객들은 운동 효과를 느끼지 못한 듯 이내 다른 운동기구를 사용했고 일부는 아예 운동을 포기했다.평소 센터 안을 가득 채우던 흥겹고 빠른 리듬의 음악도 들리지 않았다.

이날부터 피트니스의 경우 러닝머신 속도는 시속 6㎞ 이하여야 하고 그룹댄스 운동, 에어로빅, 줄넘기 등 GX류 운동은 음악 속도를 100∼120bpm으로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센터 관계자는 "우리 센터는 GX류 운동을 같이 해서 신나는 음악도 틀 수 없다"며 "가장 인기가 많은 운동기구가 러닝머신인데 잔잔한 노래를 들으며 느긋하게 걸을 거면 누가 돈 내고 여기 와서 운동하겠느냐"고 말했다.그는 "사정이 이러니 등록 취소나 이용기간 연장을 요구하는 이용객들이 많은데 방역 지침상 시설 운영 자체는 가능해서 이런 요구를 다 들어주기도 어려워 이용객이나 업주나 서로 불만이 쌓이고 있다"며 답답해했다.

거리두기 4단계가 본격 시행된 이날 강화된 방역 지침을 적용받는 실내체육시설과 다중이용시설, 음식점 등 곳곳에서 혼선이 빚어졌다.

또 다른 실내체육시설인 스크린골프장은 오후 6시 이후 3인 이상 집합금지 조치로 인해 저녁에는 2명까지만 함께 이용할 수 있다.팔달구의 한 스크린골프장 업주는 "스크린골프는 독립된 공간에서 마스크를 벗지 않고 일행끼리 즐길 수 있는데 굳이 운영방식에 제한을 둬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결혼식을 앞둔 예비부부들은 비상이 걸렸다.

특히 거리두기 4단계에서 결혼식, 장례식은 8촌 이내 혈족, 4촌 이내의 인척 등 친족만 최대 49명까지만 참석할 수 있는데 주례나 사회, 사진작가 등도 이 규정에 따라 결혼식 참석이 불가능한지 명확한 해석이 나오지 않아 혼란을 겪고 있다.

결혼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한 온라인 카페에는 이러한 고민을 담은 질문 글이 오전에만 수십 개 올라왔다.

한 예비 신부는 "예식장에 문의했더니 예식장 소속 인력은 규제에 포함되지 않지만, 개별로 계약한 사진작가 등은 규제에 포함된다고 들었다"며 "다른 예식장에선 가능하다던데 왜 안 되냐고 따져봐도 방침이라 어쩔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적었다.

다른 예비 신부는 "우리 예식장에선 지침이 나오지 않아 잘 모르겠다던데 예식장마다 말이 다 다른 상황"이라며 "왜 결혼식만 가지고 이러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

수원의 한 예식장 관계자는 "예비부부들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는데 우리도 방역당국으로부터 명확한 지침을 받지 못해 답변하지 못하고 있다"며 "방역당국이든 지자체든 서둘러 지침을 내려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식당, 카페가 많은 도심 번화가는 점심때부터 썰렁한 모습을 보였다.

점심에는 4인 모임이 가능함에도 거리는 텅 비다시피 했다.

경기도의 대표적인 번화가인 팔달구 인계동 거리 입구 목 좋은 곳에 있는 한 해장국집은 점심시간임에도 12개 테이블이 모두 비어있었다.

사장 A 씨는 "거리두기가 4단계로 격상되면서 재택근무하는 회사가 늘어 장사가 안되는 것 같은데 두 사람까지만 모일 수 있는 저녁에는 더할 텐데 큰일"이라며 "정부가 이번엔 제대로 지원을 좀 해 줘야 할 것 같다"고 한숨 쉬었다.

인천 남동구 구월동 인천시청 인근 번화가를 찾는 시민들의 발길도 뚝 끊겼다.

평일 점심시간마다 시청 공무원들이 몰려 줄까지 서던 식당가는 언제 그랬냐는 듯 테이블이 대부분 비어있었다.

3년 넘게 고깃집을 운영한 김종천(42) 씨는 "거리두기 4단계 발표가 나온 저번 주 주말부터 손님이 급격히 줄어 일요일에는 온종일 한 테이블 받았다"며 "어떻게든 버텨보려고 받을 수 있는 대출은 다 받았는데 또다시 상황을 지켜봐야 할 판"이라고 하소연했다.

카페를 운영하는 손승진(32) 씨는 "점심시간에는 거의 만석인데 오늘은 한 테이블밖에 못 받았다"며 "우리 가게만 이렇게 사람이 없나 싶어서 거리를 한 바퀴 돌아봤는데 다른 카페도 다 똑같은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고양시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박모(66) 씨는 이번 주 저녁 장사를 아예 접었다.

박씨는 "원래 손님이 많지 않아도 저녁 9시까지는 장사를 했는데 이번 4단계는 도저히 버틸 자신이 없다"며 "오후 3시까지만 점심 장사를 하고 가게 운영에 드는 비용은 최대한 아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4단계 격상을 방역에 더 신경을 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를 잡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수원의 한 고깃집 사장은 "방역 고삐를 죄면 확진자가 줄고 긴장이 풀리면 늘어나는 일이 반복되는 데 이참에 확실히 확산세를 잡아서 다시는 4단계까지 오지 않게 모두가 방역 수칙을 잘 따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권준우 김솔 최은지 최재훈 최종호 기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