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의권 확보한 현대차 노조…車업계 파업 '초읽기'

한국GM도 파업 수순…쟁의조정 결과 이르면 이번주 나올 듯
금호타이어 노조도 파업 가결
쟁의권을 확보한 현대차 노조가 파업 돌입을 논의하겠다고 예고하면서 자동차 업계에 파업의 그림자가 짙어지고 있다.12일 현대차와 노조에 따르면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는 이날 열린 2차 조정회의에서 현대차 임금 및 단체 협약(임단협)과 관련한 쟁의 조정 결과 노사 간 입장 차이가 크다고 판단해 조정 중지 결정을 내렸다.

전체 조합원 대상 쟁의행위 투표에서 파업이 가결되고 중노위가 조정중지 결정을 내리면 노조는 합법적으로 파업권을 얻게 되는데, 현대차 노조는 이미 조합원의 73.8%라는 압도적인 찬성률로 파업을 가결한 상태다.

이에 따라 노조는 13일 오후 쟁의대책위원회를 열고 파업 돌입 여부와 수위, 일정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현대차 노조는 지난 2년간 무분규로 임단협 교섭을 타결해 왔다.

이번에 파업에 돌입할 경우 3년만이며 정의선 회장 체제 출범 이후로는 처음이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으로 이미 상반기에 7만대 가량의 손실을 입은 현대차는 노조의 파업권 확보로 또다시 생산 차질이 불어날 위기에 처했다.
올해 현대차 임단협의 주요 쟁점 중 하나는 성과급이다.

노조는 기본급을 9만9천원 인상하고 순이익의 30%를 성과금으로 지급하고, 만 64세로 정년을 연장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사측이 이에 미치지 못하는 기본급 5만원 인상, 성과금 100%+300만원, 품질향상 격려금 200만원, 10만원 상당 복지 포인트 지급을 제시하자 노조는 이를 거부하고 지난달 30일 교섭 결렬을 선언했다.성과급은 생산직뿐 아니라 사무·연구직 직원들에게도 예민한 사안인 탓에 협상은 난항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 사무·연구직 직원들은 성과급에 대한 불만이 누적되면서 지난 4월 기존 노조와 분리된 별도 노조를 결성하기도 했다.

만 64세 정년 연장과 국내 공장 일자리 유지 등의 사안에 대한 협의도 진전되지 않고 있다.

노조는 국민연금 수령이 개시되기 직전 연령까지 정년을 연장하고, 국내 공장 중심의 투자를 확약해 미래차 전환기 고용 감소에 대한 불안을 해소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기아 노조와의 연대 파업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임단협 교섭을 진행 중인 기아 노조는 이날 내부 소식지를 통해 "기아지부는 현대차지부의 압도적 쟁의행위 결의를 지지하며 함께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앞서 지난 9일 하언태 현대차 사장이 이상수 노조지부장을 직접 찾아가 교섭 재개를 요청한 만큼 노조가 파업에 당장 돌입하지 않고 교섭을 다시 시작할 가능성도 있다.
현재 중노위의 쟁의 조정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한국GM도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한국GM 노조는 지난 1∼5일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76.5%의 찬성률을 기록하며 파업을 가결한 상태다.

한국GM 노조는 인천 부평 1·2공장과 경남 창원공장의 미래발전 계획 확약, 월 기본급 9만9천원 인상, 성과급·격려금 등 1천만원 이상 수준의 일시금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

중노위의 조정 결과는 이르면 이번주, 늦으면 다음주 초쯤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파업의 위기감은 완성차 업계에 이어 타이어 업계로도 번지고 있다.

금호타이어 노조는 지난 8∼9일 이틀간 진행된 쟁의행위 찬반 투표에서 전체 조합원의 76.5%가 찬성해 파업이 가결됐다.

지난 2일 중노위에 쟁의 조정 신청도 완료한 것으로 알려졌다.금호타이어 노조는 2019년 반납한 상여급 200%의 환원 기준을 재설정하고 베트남 공장 증설 대신 국내 생산 물량을 늘릴 것을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