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포럼] 회계투명성, 규제 앞서 자발적 참여 유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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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직격탄 맞은 중소 규모 기업우리나라 기업들의 회계투명성이 지속적으로 높아지기 위해서는 외부 규제보다 기업들의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자산 1천억 미만 내부회계관리 면제 등
회계개혁 본질 고수하되 경영의지 돋워야
김이배 < 덕성여대 회계학과 교수 >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발표한 2021년도 회계투명성 순위에서 우리나라는 총 64개국 중 37위로 지난해보다 9계단 상승했다. 2017년 63개국 중 63위를 기록한 것을 생각하면 괄목할 만한 성장이다. 회계투명성 순위 발표에 연연하는 것은 우리나라 회계의 질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회계투명성 순위라고는 하지만, 해당 국가 기업의 재무담당자들에게 하나의 질문만으로 회계 문화의 종합이라고 할 수 있는 회계투명성을 평가하기에는 부족하지 않으냐는 것이다.그렇지만 세계적으로 공인된 기관이 발표하는 순위이니만큼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의 회계투명성 순위는 국제회계기준(IFRS)을 조기 도입했던 2009년에 39위로, 신외감법 시행 이후인 2020년에 46위로 급상승했을 뿐 그 외 기간은 바닥 수준에 머물렀다. 이런 순위를 보면 신외감법 시행의 효과를 기업들이 어떻게 체화해 지속할지가 향후 우리나라 회계투명성에 중요한 요소가 될 것임을 알 수 있다.
회계 개혁이 기업에 안착되기 위해서는 회계 역량을 높이려는 기업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기업을 제대로 알고, 이를 이해관계자에게 제대로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내부회계관리제도가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하는데, 현재의 내부회계관리제도는 전문성을 갖춘 인력이 부족하고, 모범규준에 우리 기업의 경영환경과 실제 사정이 적극적으로 반영되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이런 점들을 보완하기 위한 노력이 이뤄지고 있지만, 내부회계관리제도가 진정한 의미의 기업 회계역량 제고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도움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뉴노멀 시대의 저성장 국면에서 우리 기업은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대미문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기업은 백방으로 노력하고 있고, 정부도 기업의 어려움에 공감하고 여러 측면에서 지원하고 있다. 자산손상 기준서 적용 관련 감독 지침 마련, 연결내부회계관리제도 감사 시행의 1년간 유예조치 등 회계 및 감사 분야와 관련된 금융위와 정부의 최근 결정은 코로나19가 초래한 회계처리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기업의 부담을 줄여주는 데 기여했다. 이런 점에서 경영현장에서 계속 제기하고 있는 자산 규모 1000억원 미만 기업의 내부회계관리제도 감사 면제 문제도 전향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중소 규모 기업이라고 해서 내부회계관리를 소홀히 해도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회계관리를 위해 중소 규모 기업에 적합한 내부회계관리제도를 마련해 줄 필요가 있다.이를 두고 회계 개혁의 후퇴라는 지적이 있을 수 있으나, 장기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위해서는 기업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기업도 내부회계관리제도가 또 다른 규제가 아니라 궁극적으로 기업의 경쟁력에 도움을 주는 제도라는 점을 명확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의 회계투명성에 관련해 한 가지 더 얘기하고 싶은 것은 보통 회계라고 할 때 기업 회계를 중심으로 말하지만, 우리 주변의 모든 조직 및 기관은 모두 회계처리를 하고 있으며 회계정보를 각각의 의사결정에 활용한다는 것이다.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 비영리법인 모두 회계기준을 갖고 있으며 일반 국민이나 해당 이해관계자에게 재무보고를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회계투명성이 높아져 우리 사회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기업 회계뿐 아니라 정부, 비영리조직 등의 회계가 발전해야 한다.
모든 정부 정책이 그렇듯이 회계 관련 제도 또한 운용의 묘를 기해야 한다. 법규는 엄정하게 집행하되 기업 운영상 어려움에는 귀를 기울여 기업경영 의지를 북돋워야 한다. 회계 개혁의 본질은 고수하되 기업에 부담을 주는 규제는 과감하게 풀어줘 기업의 자발적인 참여를 꾀하고, 우리나라의 지속적인 경제 발전에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