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 수출 기지 인천항 '긴장'

日, 온라인 수출 플랫폼서
중고차 등록·수출 '한번에'
中, 수출 꾸준히 늘며 맹추격

韓, 야적장 현장거래가 보편적
스마트오토밸리 추진 중이지만
주민들 동의 간단치 않아 '난항'
인천항 인근 옥련동 빈 공터에 자리잡고 있는 중고차수출단지 전경. 강준완 기자
인천항을 중심으로 한 인천의 중고차 수출단지에 긴장감이 역력하다. 올 들어 글로벌 경기반등의 영향으로 중고차 수출이 호조를 보이는 가운데 ‘중고차 수출 선진국’ 일본이 첨단 인프라를 앞세워 치고 나갈 태세고, 중국도 수출 확대를 본격화하고 있어서다.

한국이 두 나라에 밀릴 경우 국내 중고차 수출 물량의 90%를 처리하는 인천 중고차수출단지와 인천항은 큰 타격을 받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인천항만공사가 노후한 수출 인프라 첨단화에 속도를 낸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인근 주민 반발 등 넘어야 할 산이 만만찮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중고차 수출 속도 내는 日·中

인천 지역 중고차 수출업계 관계자들은 “일본도 일본이지만, 중국의 수출 동향이 심상치 않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중국 산둥성 지닝시가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해 지닝시를 통해 수출된 중고차 물량은 673대로 전년보다 156% 불어났다.

지닝시는 올해 1~4월 345대를 수출했고, 연간으로는 총 1000대 수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아직까지 전체 수출물량은 미미한 편이지만, 증가 속도가 가파르다. 업계는 중점 수출지역이 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 지역으로 한국과 겹친다는 점도 우려하고 있다. 중국 현지 언론들은 “매년 본토에서 1400만 대가 넘는 중고차 거래가 이뤄지고 있는 마당에 연 100만 대 수출은 손쉬운 일”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한국의 중고차 수출물량 연 30만~40만 대를 크게 앞서는 규모다.

연간 100만 대 이상의 중고차를 수출하는 일본은 첨단 수출시스템을 앞세워 한국과 중국을 멀찌감치 따돌릴 기세다. 일본의 중고자동차 수출 방식은 주로 온라인 거래 플랫폼을 통해 이뤄진다.일본의 ‘간판’ 중고차 수출 기업 비포워드는 ‘중고차 입고·등록→점검 및 수리정보→수출통관 절차→거래금액 책정’ 전 과정을 인터넷에 공개하고 있다. “일본 중고차가 대부분 우(右)핸들이라는 단점을 극복하고 일본이 중고차 수출대국이 된 데에는 차량 성능과 거래 과정에 대한 신뢰성이 결정적 요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비포워드는 좌(左)핸들 및 경유차량 조달을 늘리기 위해 지난 4월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한국지사를 설립하기도 했다. 일본의 중고차 수출은 올해 1~3월에는 전년 대비 평균 10%가량 감소했지만, 4월부터 수출물량이 늘어나 5월에는 전년 동기 대비 116% 늘어난 10만9166대에 달했다.

야적장 판매 탈출 시도하는 인천

한국의 중고차 수출은 90% 이상이 인천의 옛 송도유원지(옥련동) 인근 공터에서 국내 수출업체와 해외 바이어들이 현장거래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일명 ‘장마당 판매’다.

일본처럼 수출업체가 검수와 수리를 마친 중고차를 경매로 구입하고, 인터넷으로 차량정보와 수출통관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수출시스템을 갖추지 못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수출용 중고차는 나대지에 방치돼 있고, 수출업체는 컨테이너에서 바이어를 맞는 열악한 상황에서 중고차 진단평가와 품질보증은 언감생심”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인천항만공사는 현장판매 방식을 개선하고 수출 과정을 체계화하기 위해 인천남항 인근에 스마트오토밸리 건립을 추진하고 있지만, 석탄부두 이전과 인근 주민들의 동의 과정이 간단치 않아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다.스마트오토밸리는 이 일대 중고차 업체를 한곳에 모아 판매부터 정비·상담·통관까지 원스톱 수출이 가능하도록 한 집적화 단지다. 사업비 1658억원을 투입한 1단계 사업이 2023년께 끝나면 연 40만 대의 수출 물량을 소화할 수 있다.

인천=강준완 기자 jeff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