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집값 고점' 어설픈 경고 대신 적재적소 공급확대 믿음 줘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이어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도 ‘집값 고점(高點)’을 경고하고 나섰다. “지금 무리하게 주택을 사면 2~3년 뒤 매도할 때 어려운 상황이 될 수 있다”는 게 이유다. 이런 일련의 발언이 외환시장 구두개입 같아 생경하다는 지적도 있지만, 시장에선 ‘하다 하다 이젠 내놓을 카드가 없어 구두경고를 연발하느냐’는 따가운 비판이 나온다.

최근 집값 상승세는 현기증이 날 정도로 가파르다. 지난 1년간 서울에서 집값이 가장 많이 오른 곳은 흔히 예상하는 강남이 아니다. 도봉구(41%), 노원구(40%), 강북구(31%)가 1~3위로, 서민층 주거지 집값마저 급등세다. 올 상반기 수도권 아파트 가격도 13% 올라 19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지만, 문제는 앞으로다. 직방의 설문에선 하반기 ‘집값이 오를 것’이란 응답이 49.4%(‘하락’은 32.0%)를 차지했다. 그 이유가 중요한데, ‘신규 공급물량 부족’(23.4%)이 ‘전세난 심화’(25.6%) 다음으로 많았다. 수급이 가격을 결정한다는 사실을 시장 참여자들은 정확히 보고 있다는 얘기다.둘러보면 서울 강북에는 30~40년 된 주택과 골목이 그대로인 낙후 지역이 수두룩하다. 재개발 활성화를 위한 규제완화가 꼭 필요한 곳들이다. 집값 단기상승 위험이 있지만 강남 재건축이란 ‘장애물’을 일단 넘어야 시장에 확실한 공급신호를 줄 수 있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그런데도 국토부 장관은 “시장이 안정상태로 돌아간 건 아니다”며 규제완화 요구에 일절 반응하지 않는다. 분양권을 받기 위한 재건축단지 조합원의 ‘2년 실거주’ 요건(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을 어제 국회 관련 소위원회에서 막판 삭제한 것은 세입자 피해만 낳는다는 비판에 찔끔 후퇴한 것일 뿐이다. 지방에선 이미 미분양이 나오고 있는 만큼, 새집 수요가 공급을 훨씬 초과하는 수도권에 주택공급을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 노 장관이 “주택공급도 총량이 적지는 않았지만 입지나 품질에서 미스매치가 있었다”고 인정했다면 그렇게 정책을 펴면 될 일이다.

이런 적재적소 공급확대 신호로 시장에 믿음을 줘야 수요자들의 불안심리를 잠재울 텐데, 정부는 작년 8·4 공급대책 등에서 강조한 공공개발이 만능인 양 변죽만 울린다. 부동산 정책 실패를 반성한다던 여당 대선주자들도 거꾸로 토지공개념, 국토보유세를 거론하며 외려 규제 강화를 외치고 있다. 이래서는 ‘지속적 공급 부족’에 베팅하는 가수요만 양산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