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352만명 백신 예약" 자신하더니…절반 받고 접수 첫날 '스톱'

정부, 19일부터 추가 접수

55~59세 백신 사전예약 첫날
새벽부터 대기자 대거 몰려
오전까지 사이트 접속 마비

7월말 물량 반나절 만에 소진
8월2~7일 접종분도 조기마감

"코로나 빠르게 퍼져 불안한데…
정부 미숙한 대응이 불신 키워"
12일 한 시민이 코로나19 백신 사전예약 시스템에 접속해 예방접종 신청을 하고 있다. 55~59세의 접종 사전예약이 시작된 이날 접속자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예약이 지연되고 예고 없이 조기 마감되는 등 혼선이 빚어졌다. 김범준 기자
정부가 12일 시작된 55~59세 예방접종 신청 접수를 예고 없이 반나절 만에 일시 중단했다. 확보된 모더나 백신 물량이 모두 소진됐기 때문이다. 정부가 예고 없이 ‘신청 마감’ 공지를 내리면서 미처 접종 예약을 하지 못한 50대 국민 사이에선 혼란이 일었다. 의료계에서는 “가뜩이나 코로나19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정부의 미숙한 대응으로 ‘접종 대혼란’이 빚어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예약 지연·접수 중단…곳곳에서 혼란

12일 방역당국과 의료계 등에 따르면 55~59세 등 일반 국민의 코로나19 예방접종 신청이 시작된 이날 곳곳에서 혼란이 발생했다. 이날 0시 코로나19 백신 접종 예약 사이트에는 접속자가 몰리면서 ‘80만 명의 대기자가 함께 기다리고 있다’는 문구와 함께 ‘1만3000여 분을 대기해야 한다’는 안내문이 떴다. 아예 사이트 접속조차 되지 않는다는 이용자도 있었다. 장시간 대기로 인한 접속 지연 현상이 새벽 4시까지 이어지면서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는 이용자도 많았다.방역당국은 “예약 시스템이 중단되거나 다운되는 등의 장애가 없었다”는 입장이지만 접속 지연은 오전에도 이어졌다. 이날 오전 9시 기준 질병관리청 예약 사이트는 30분 이상 대기해야 다음 페이지로 넘어갔다.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시스템 서버의 동시접속은 충분할 정도로 확충했고, 1초에 수십만 명이 접속해도 장애가 생기지 않도록 조치했다”면서도 “서버의 동시접속 가능 인원은 예측 또는 계산할 수 없다”고 말했다. 55~59세 접종 대상자는 352만4000명에 달한다.

혼란한 상황은 ‘예약 대란’에 그치지 않았다. 방역당국은 이날 오후 3시30분께 55~59세의 사전예약이 마감됐다고 발표했다.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 관계자는 “백신 수급에 따라 확보된 분량 185만 회분이 모두 소진돼 7월 26일부터 8월 7일까지의 예약을 마감했다”고 말했다. 사전에 ‘몇 명분에 대해 선착순으로 예약을 받는다’는 공지가 없던 터라 미처 예약하지 못한 50대 사이에선 “방역당국이 예고 없이 접수를 중단했다”는 불만이 쏟아졌다.

“백신 공급 부족이 빚은 촌극”

방역당국은 아직 예약하지 못한 55~59세에 대해 오는 19일부터 추가 예약을 받을 계획이다. 추진단 관계자는 “백신이 주 단위로 공급되고 있고, 세부 공급 일정과 물량이 확정된 뒤 예약을 접수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처럼 신청자가 몰리면서 조기 마감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19일부터는 50~54세 등 390만 명에 대한 사전예약도 함께 이뤄지기 때문이다. 접종은 다음달 9~21일 시행된다.의료계에서는 “백신 수급 차질의 단면을 보여준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방역당국이 미국 모더나로부터 들여올 백신의 도입 시기와 물량이 일정하지 않아 이날처럼 ‘접종자 줄 세우기’가 계속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공급이 부족한 건 사실”이라며 “지방자치단체에 접종 물량을 일부 넘겨 알아서 접종하도록 하고 있는데 (백신이 부족한 상황에선) 아주 사소한 물량까지 다 계획적으로 써야 한다”고 말했다.

백신 가뭄 탓에 1차 접종률도 크게 떨어졌다. 전날 기준 신규 백신 1차 접종자는 470명이다. 지난달 1일(38만5535명)에 비해 대폭 줄어들었다. 주말에 접종 건수가 감소하는 점을 감안해도 같은 일요일인 지난달 6일(2958명) 대비 5분의 1 수준이다.

화이자 맞는 모의고사 응시자 ‘급증’

코로나19 확산세로 백신 수요가 늘면서 대학수학능력시험 9월 모의평가 응시자가 3만 명가량 늘어나는 ‘기현상’도 벌어졌다. 교육부의 ‘2022학년도 9월 모의평가 지원 현황’에 따르면 이번 9월 모의평가 지원자 수는 고등학교 재학생 외 수험생이 10만9192명이다. 이는 지난해 9월 모의평가 지원자 수 7만8060명보다 3만여 명 늘어난 수치다. 재학생 지원자 수는 올해 40만8042명으로 지난해 40만9287명보다 오히려 줄었다. 총 지원자는 51만7234명으로 집계됐다.이는 9월 모의평가에 응시하는 일반인 수험생에게도 8월 중 화이자 백신을 우선 접종하겠다는 정부 발표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교육부는 온라인 응시자에게도 백신 우선 접종 기회를 부여하기로 했다. 실제로 9월 모의평가 접수가 시작된 지난달 28일 종로학원의 9월 모의평가 접수자 중 25세 이상은 49.7%로 20세 이상~25세 미만(46.2%)보다 많았다. 40세 이상도 1.9%를 차지했다. 2년 전 9월 모의평가 때는 20세 이상~25세 미만이 73.6%, 25세 이상이 22.6%였다. 교육부 관계자는 “백신 접종을 위한 9월 모의평가 신청 유인 증가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날 수도권 임시선별검사소 추가 설치에 재난안전 특별교부세 18억원을 긴급 지원하기로 했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진단검사 대폭 확대를 위한 임시선별검사소 추가 설치와 검사를 확대하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이선아/김남영/최지원/하수정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