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노동자 사망 관련 "역겹다" 발언한 서울대 학생처장 사의

"오늘 서울대학교 학생처장직에서 물러났다"
서울대 청소노동자가 본 시험 /사진=연합뉴스
서울대학교 청소노동자 사망 사건과 관련해 "피해자 코스프레 역겹다"고 말했던 서울대 학생처장 A 씨가 사의를 표명했다.

12일 A 씨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사망한 서울대 청소노동자에게 애도를 표하면서 "고인께서는 살아있는 저희가 풀어야 할 숙제를 재차 일깨워주고 가셨다"라며 "노동 환경을 둘러싼 뿌리 깊은 학내 갈등이 그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서울대학교는 물론 우리 사회가 얼마나 절실한 노력을 했는지 반성해본다"고 운을 뗐다.이어 "절실함의 부재는 외부 정치 세력이 우리 학내 문제에 개입하고 간섭할 수 있는 빌미를 주고 말았다. 이들이 던진 강자와 약자, 가해자와 피해자의 이분법, 그리고 흑백 진영논리에 부지불식간 포획되어 우리는 더욱 표류해왔다"고 말했다.

A 씨는 "최근 며칠 사이 이들의 거친 말에 저도 거친 말로 대응했다"며 "그런데 제가 던진 날카로운 말은 더 가시 돋친 말이 되어 돌아왔고 또 다른 갈등이 골이 생겼다"고 밝혔다. 또 "저는 그 책임을 지고 오늘 서울대학교 학생처장직에서 물러났다. 외부에 계신 분들도 저와 같이 한 발짝 뒤로 물러나 달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만간 이루어질 서울대학교의 공정한 조사 결과에 따라 필요한 제도 개선을 이루는 데 모두의 노력을 모아주시기를 호소한다"고 덧붙였다.10일 A 씨는 SNS에 "지난 6월 26일 서울대 생활관에서 일하시다 돌아가신 이 모 선생님의 명복을 다시 한번 빈다"며 "59세의 젊은 나이셨는데 안타깝다. 3명의 자제분 중 막내는 아직 고등학생이라 더욱더 그렇다"고 운을 뗐다.

이어 "뜨거운 것이 목구멍으로 올라와 한마디 하겠다"며 "한 분의 안타까운 죽음을 놓고 산 사람들이 너도나도 피해자 코스프레 하는 게 역겹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언론에 마구잡이로 유통되고 소비되고 있는 '악독한 특정 관리자' 얘기는 모두 사실과 다르다"며 "눈에 뭐가 씌면 세상이 다 자기가 바라보고 싶은 대로만 보인다지만, 일이 이렇게 흘러가는 걸 보면 자괴감이 든다"라고 덧붙였다.청소노동자 이 모(59) 씨는 지난달 26일 서울대 기숙사 청소노동자 휴게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에 따르면 이 씨는 낮 동안 휴식하다 숨진 것으로 추정되며, 평소 지병은 없었다.

이후 노조는 기자회견을 열고 "산재 사망 사고의 진짜 주범은 청소 노동자를 하대하고 갑질하며 겉보기식 조사와 엉터리 대책으로 그리고 청소 노동자들의 죽음에 무책임으로 일관하고 있는 서울대"라며 "조합원의 죽음에 대한 철저한 진상 규명과 사후 청소 노동자들을 위한 예방 대책이 반드시 마련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정호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