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도바 조기총선서 친유럽 정당 승리…러 영향력 약화 예상(종합2보)

EU 가입 지지 '행동과 연대당' 52.8% 득표…독자 정부 구성 가능
산두 대통령 "도둑들의 지배 종식"…야당은 "대러 관계 악화 막아야"
작년 11월 대선 이후 정국 혼란이 계속되는 동유럽 소국 몰도바에서 치러진 조기 총선에서 마이야 산두 대통령을 지지하는 친서방 성향 정당이 승리를 거뒀다고 11일(현지시간) 타스·AFP 통신 등이 보도했다. 몰도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100% 개표 결과 유럽연합(EU) 가입 등을 지지하는 중도우파 성향의 '행동과 연대당'은 득표율 52.8%로 선두를 차지했다.

독자적으로 정부를 구성할 수 있는 확실한 승리다.

반면 친러시아 성향의 이고리 도돈 전 대통령(2016~2020년)과 블라디미르 보로닌 전 대통령(2001~2009년)이 각각 이끄는 사회주의자당과 공산당의 정당 블록은 27.1%를 얻는 데 그쳤다. 또 의석 확보가 가능한 개별 정당 최소 득표율(5%) 문턱을 간신히 넘긴 다른 군소정당 '쇼르'는 5.7%를 얻었다.

이 같은 득표율에 따라 전체 101개 의석 가운데 행동과 연대당은 63석, 사회주의자당·공산당 블록은 32석, 쇼르당은 6석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행동과 연대당은 역대 총선 사상 최다 의석을 확보했으나 개헌에 필요한 3분의 2 의석(67석) 확보에는 실패했다. 투표율도 역대 총선에서 가장 낮은 48.4%를 기록했다.

이번 선거에서 행동과 연대당은 그간 끊임없이 반복된 부정 축재 등에 분노해 루마니아 등 EU 국가들로 떠난 이민자들로부터 많은 지지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날 중간 개표 결과가 알려진 뒤 산두 대통령은 "오늘이 몰도바가 처한 혼돈과 몰도바에 대한 도둑들의 지배를 종식하는 날이 됐으면 한다"고 페이스북에 올린 성명에서 밝혔다. 몰도바는 사법부 정비 등 엄격한 개혁 이행을 전제로 앞으로 3년 동안 EU로부터 투자 활성화, 경기 부양 등에 필요한 자금 6억 유로(8천160여억 원)를 지원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이번 선거로 옛 소련 몰도바에 대한 러시아의 영향력이 약화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친서방 몰도바 정권과 러시아의 관계가 갈등에 빠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도돈 대통령은 최종 개표 결과가 나온 뒤 사회주의자당의 패배를 인정하면서도 "최근 4년 동안 이어진 러시아와의 좋은 관계 시기는 끝났다고 본다.

산두 대통령과 그의 정당이 러시아와의 관계를 악화시키지 않을 충분한 이성을 갖고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옛 소련에서 1991년 독립한 몰도바는 인구가 332만명(미국 중앙정보국 2021년 추산치)인 소국으로서 EU와의 관계 강화와 러시아와의 전통적 우호 관계 유지 사이에서 오랜 내홍을 겪어왔다.

행동과 연대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했지만 친러시아 세력의 극심한 반대 때문에 산두 대통령이 심도 있는 개혁을 진척시키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산두는 앞서 작년 11월 대선에서 도돈 당시 대통령을 꺾고 승리했다.

하지만 이후 도돈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사회주의자당이 다수를 차지한 의회와 계속 갈등하는 가운데 지난 4월 의회 해산과 조기 총선 실시를 지시했다. 몰도바는 총리와 의회가 주로 국정을 책임지고 대통령이 외교권과 군 통수권을 갖는 이원집정부제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