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어닝이 우리를 지켜줄 것이다?

역시 요즘 뉴욕 금융시장은 금리가 좌우하고 있습니다. 12일(현지시간) 금리가 안정세를 보이자,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모두 이틀째 사상 최고치를 이어갔습니다. 다우는 0.36% 올랐고, S&P 500은 0.35%, 나스닥은 0.21% 상승했습니다.

장 초반 나스닥 만이 오름세를 보였지만 시간이 흐르자 다우 종목들이 하락세를 털고 상승 전환했습니다. 이날 새벽 연 1.32% 부근에 머물렀던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뉴욕 채권시장 개장과 함께 꾸준히 상승해 1.35~13.7% 수준을 지킨 덕분입니다. 지난주 1.24%까지 급락했던 금리는 지난 금요일부터 조금씩 바닥을 다지는 모습입니다.
금리 안정세는 이날 국채 10년물 입찰에서도 엿볼 수 있었습니다. 380억 달러로 올 들어선 비교적 작은 규모였던 이번 입찰에서 발행금리는 발행 당시 시장금리와 비슷한 연 1.371%에 낙찰됐습니다. 응찰률은 2.39배로 지난달 2.58배보다 떨어졌으며, 지난(4월 2.36배) 이후 최저입니다. 외국인 수요를 보여주는 간접 수요가 63.5%로 전달(65%)보다는 줄었지만, 이전 여섯 번 평균(61.3%)보다는 높았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지난달 이후 금리가 많이 내려간 점을 고려하면 그럭저럭 괜찮았던 입찰이었다"라고 평가했습니다.

다만 증시 거래량은 17억 주 수준으로 평소보다 적었습니다. 그리고 오전에는 기술주가 앞서나가다, 오후에는 경기민감주가 주도하는 등 투자자들은 거래에 큰 확신을 갖지 못하는 분위기였습니다. 다우는 장 막판까지 3만5000포인트 이상을 유지했다가 마지막에 살짝 밀리면서 3만4996포인트로 마감됐습니다.

이번주 수많은 중요한 이벤트들이 기다리고 있는 게 영향을 줬을 겁니다. 당장 13일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발표되고, 14~15일에는 미 중앙은행(Fed)의 제롬 파월 의장이 의회 증언대에 섭니다. 파월 의장은 여전히 고용, 델타 변이 등 경기 회복의 불확실성을 언급하면서 완화적인 입장을 강조하겠지만, CPI가 전달(5.0%)보다 더 높게 나온다면 완화적인 발언만을 계속하긴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만약 CPI가 높게 나오면 다시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냐, 아니냐'를 놓고 논쟁이 커질 수 있고 Fed가 '인내심'을 유지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5월 CPI 상승분의 약 절반은 중고차, 렌터카, 호텔, 비행기 등 전체 가격 바스켓의 6% 미만을 차지하는 4가지 가격의 폭등에서 기인합니다. 이들 가격은 여전히 경기 회복세로 인해 강세를 보이지만, 중고차 가격은 살짝 꺾이기 시작했습니다. 지난주 8일 발표된 만하임 중고차 가치 지수에 따르면 6월 중고차 가격은 전월 대비 1.3% 하락했습니다. 이는 12월 이후 처음으로 전월 대비 하락한 것입니다. 또 도이치뱅크에 따르면 렌터카 비용도 상승세가 완화되고 있습니다. 렌터카 비용이 치솟으면서 수요가 줄어든 덕분입니다.
ING증권은 "헤드라인 CPI가 5월 5.0%에서 5월 4.8%로 둔화할 것으로 예상하며, 파월 의장은 의회 증언에서 금리 상승 베팅을 줄이는 게 목표가 될 수 있다"라고 분석했습니다. 하지만 TD증권은 "CPI가 강하게 나오고, 파월 의장이 긴축 정책으로 전환시그널을 보낼 수 있다"라고 관측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2분기 어닝시즌도 13일 금융주들을 시작으로 본격화됩니다. JP모간과 골드만 삭스는 화요일에 결과를 발표하고, 수요일 씨티그룹, 뱅크오브아메리카, 웰스파고가 그 뒤를 잇습니다. 또 모건스탠리는 목요일에 결과를 발표합니다.
월가의 2분기 어닝에 대한 기대는 매우 큽니다. 하지만 뛰어난 2분기 실적이 뉴욕 증시를 다시 한 단계 끌어올릴 것이란 기대는 많지 않습니다. S&P 500지수가 올해 들어 이날까지 사상 최고치를 39차례 경신하는 등 투자자가 느끼는 밸류에이션 부담이 크기 때문입니다. S&P 500 지수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은 22배 수준입니다. 지난 5년 평균인 18배를 상당폭 웃돕니다. 오히려 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올해 들어 16%나 오른 S&P 500 지수를 흔들 수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월가에선 "굉장히 좋은 실적이 나올 것이고 하락을 막는 안전판 정도의 역할은 충분히 할 것"이라고 관측하고 있습니다. 왜 어닝은 좋지만, 추가 상승 기대는 크지 않은 상황일까요? 이유는 다섯 가지 정도입니다.

① 이익은 60% 급증한다금융정보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S&P 500 기업의 2분기 순이익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65.8% 증가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이들 기업의 1분기 순이익 증가율 52.5%를 뛰어넘는 수준입니다. 증가율이 이렇게 높았던 건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4분기 100%가 넘은 이후 약 1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입니다.

이렇게 높은 수치가 가능한 건 기저효과가 큽니다. 작년 2분기 S&P 500 기업의 순이익은 코로나 팬데믹 충격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1.6% 급감했었습니다. 여기에 기업들이 그동안 디지털 투자 등으로 생산성을 높였고, 지난 2분기 본격적 백신 보급 확대로 소비가 가파르게 회복되면서 실적이 개선됐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② 하지만 꺾인다(2분기가 피크다)

지난 1분기 순이익은 52.5%, 2분기 65.8%가 증가한다면 놀랄만한 수치입니다. 월가에 이어 감동하지 않는 건 기저효과 뿐 아니라 올 2분기가 ‘실적 피크’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향후 실적이 올 1, 2분기처럼 증시를 뒷받침할 수 있을지 의심스러운 상황입니다.
③ 인플레이션이 문제다

월가가 이렇게 느끼는 건 공급망 혼란으로 인한 기업들의 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연말로 갈수록 재정부양책 효과는 떨어질 것이고, 통화정책도 긴축 상태로 접어들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하반기 기업 이익은 지금 예상보다 더 축소될 수도 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3, 4분기 기업 수익 전망이 약화하면서 주가가 선제적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우선 임금이 오르고 있습니다. 페덱스는 지난 실적 발표에서 '어닝 서프라이즈'에도 경영진이 구인난으로 임금이 올랐다고 밝힌 뒤 4% 가까이 하락했었습니다. 또 유가는 지난 2분기 평균 배럴당 69달러(브렌트유 기준)에 거래됐습니다. 작년 2분기 33달러에 비해 두 배 이상 올랐습니다. 오른 건 유가뿐이 아닙니다. 대부분의 원자재, 그리고 이를 운송하는 물류비용도 치솟았습니다. 제너럴밀스는 지난 주 "10년 만에 가장 높은 비용 상승에 직면해 있으며 비용 절감과 가격 인상을 동시에 시행할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기업들이 이윤을 유지하려면 제너럴밀스처럼 비용상승분을 성공적으로 떠넘겨야 합니다. 그러나 그렇게 할 수 있는 기업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최근 주식을 선택할 때 '품질 요인'이 부상하고 있습니다. 건전한 재무제표, 높은 자본이익률, 높은 마진율 등을 말합니다. 모두 비용을 거래상대방에게 떠넘길 수 있는 능력을 대변하는 요인들입니다.

데이비드 코스틴 주식전략가는 12일자 투자 메모에서 "글로벌 물류난, 원자재 인플레이션, 노동력과 반도체의 부족이 합쳐져 경제 전반에 걸쳐 기업의 비용이 증가했다"라며 "투자자들은 매력적인 이윤 프로필을 가진 회사에 보상하기 시작했다"고 밝혔습니다.
④ 게다가 편중되어 있다

2분기 기업들의 실적은 매우 좋겠지만, 업종별 ‘실적 온도차’는 뚜렷할 전망입니다. S&P 500 기업의 주당순이익(EPS)은 평균적으로 66% 가까이 늘어나겠지만, 중간 값(median)으로 따지면 24% 증가에 그칠 것으로 예상합니다. 모든 기업이 좋은 게 아니라, 기업간 격차가 크게 벌어진다는 뜻입니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2분기 기업 EPS가 61%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는 가운데 업종별로는 산업재 355%, 사치재 172%, 소재 116%, 금융 116% 증가하겠지만 기술주는 29%에 그치며, 부동산 9% 필수소비재 8% 유틸리티 기업은 1% 늘어나는 데 그쳤을 것으로 관측했습니다.
⑤ 이익 증가 25%를 차지하는 금융주, 전망은 밝지 않다?

금융기업들의 이익 증가분이 S&P 500 기업들의 증가분이 25%에 달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렇게 막대한 이익을 내고 있지만, 금융주들의 주가는 지난 4월 금리가 꺾이기 시작하자 횡보하고 있습니다.

이는 핵심수익원인 예대마진을 근원인 장기금리가 예상만큼 오르지 못하고 있는 데다, 대출 수요가 별로 늘어나고 있지 않습니다. 대출 수익성의 핵심 척도인 업계의 순이자마진(NIM)은 1분기에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으며 애널리스트들은 2분기에도 거의 비슷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또 이익을 자세히 따져보면 많은 부분이 지난해 팬데믹 때 쌓아놓은 대손충당금 환입에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팬데믹 이후 폭증했던 트레이딩 이익이 둔화하고 있습니다. 씨티그룹과 JP모간은 이미 거래 수익이 1년 전에 비해 30% 이상 감소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는 이들 은행 이익의 약 10%가 사라질 것이란 뜻입니다. 월가 관계자는 "경기가 개선되면서 대출이 조금씩 증가하고 금리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하지만 언제 그런 일이 일어날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골드만삭스의 코스틴은 투자자들은 어닝 시즌을 앞두고 세 가지 주요 질문에 집중해야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즉 △증가하는 투입 비용과 공급망 부족을 감안할 때 기업들이 어떻게 이윤을 유지할지 △기업이 현금 지출의 우선순위를 어디에 둘지 △정책 불확실성, 특히 증세가 향후 실적 전망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등입니다.

이런 투자자들이 가진 질문은 S&P 500 지수가 지난 12거래일 중 10거래일 동안 사상최고치 행진을 벌였는데도, 월가 투자은행들이 연말 지수 목표치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배경일 수도 있습니다.팩트셋은 월가 애널리스트들의 모든 개별 주가 목표를 기반으로 S&P 500 목표를 산출합니다. 즉 개별 주가들이 목표주가에 달하면 나올 수 있는 S&P 500 지수를 산정하는 것입니다. 현재 개별 S&P 500 주식들이 모두 월가의 12개월 목표주가 중앙값에 도달하면 S&P 500은 1년 후 4803이 되어야 합니다. 이는 지금보다 10% 가까이 오른 수치이지만 그다지 좋은 전망은 아니라는 게 팩트셋의 설명입니다. 지난 5년간 평균 상승여력은 11.7%, 10년간을 따지면 12.3%입니다. 그것보다 약간 줄어든 것입니다. 그만큼 현재의 주가가 높은 상태이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