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보장, 완만한 상승장에서 ETF로 수익내는 법 [나수지의 쇼미더재테크]



주식에 투자할 때는 다양한 시장 상황을 마주칩니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이어지는 상승장에선 모두가 행복하지만 하락장이나 횡보장에서는 종목을 골라내는 게 더 중요하기도 하고 어렵기도 해지죠. 시장이 오를 때는 정방향이나 레버리지 ETF를 사면 수익을 내고, 떨어질 때는 인버스 ETF가 수익을 내는데요. 그렇다면 시장이 횡보하거나 아주 완만하게 오를 때는 어떤 ETF가 수익을 낼까요? 오늘 소개해드릴 상품은 횡보장에서 수익을 내는 ETF입니다.

횡보장에서 파도를 타는 '지수서퍼'들

한국 증시는 2010년대 초반부터 10여년동안 지루한 박스권 안에서 움직였습니다. 코스피 지수가 2100선을 넘으면 시장이 고꾸라지고, 1900선까지 떨어지면 반등하기를 반복했습니다. “한국 증시는 투자 매력이 떨어진다”는 인식이 생긴 것도 이 시기였지요.
지루한 박스권 장세가 이어졌던 지난 10년은 ETF를 활용한 ‘지수 서퍼’들의 전성기였습니다. 서퍼들이 파도를 타듯, 시장의 파도를 활용해 ETF로 수익을 내는 투자자들을 뜻하는 말입니다. 당시 지수 서퍼들은 코스피 지수가 박스권 안에서 계속 움직일 것이라고 가정하고 ETF를 사고 팔았습니다. 코스피 지수가 2100에 가까워지면 코스피200 인버스 ETF를 매수하고, 코스피 지수가 1900에 가까워지면 인버스 ETF를 매도합니다. 그리고 코스피 200 ETF나 코스피 200 레버리지 ETF로 갈아타죠. 아주 단순하지만 박스권 장세에서는 효과를 발휘했던 전략이었습니다.
‘지수 서핑’ 전략의 치명적인 단점은 이 전략의 전제가 틀릴 때 생깁니다. 지수가 박스권에 갇혀있을 것이라는 가정이지요. 시장이 박스권을 뚫고 상승하거나 하락하는 순간 손실폭이 커집니다. 2017년 하반기 코스피 지수가 상승장을 탔을 때 많은 ‘지수 서퍼’들이 손실을 입었던 것도 이런 이유때문입니다. 예상과 달리 코스피 지수가 10여년만에 2500선을 넘어서면서 인버스 ETF를 매수한 투자자들의 손실이 커졌기 때문입니다. 횡보장을 예상해서 인버스 ETF를 매수했더라도 시장이 예상과 다르게 움직일 가능성을 대비해 5~10%가량의 손절 폭을 미리 정해두는 게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방법입니다.

커버드콜 ETF

시장 상황에 따라 ETF를 사고 파는 방법 외에 횡보장에서 수익을 내는 ETF도 있습니다. 커버드콜 ETF가 대표적입니다. 커버드콜은 주식을 매수하면서 동시에 콜옵션을 매도해 안정적인 수익률을 추구하는 전략입니다. 복잡한 개념들을 하나하나 풀어보겠습니다. 콜옵션은 만기일에 정해진 가격으로 기초자산을 살 수 있는 권리입니다. 예를들어 현재 기초자산이 1000원이고 콜옵션의 행사가가 3000원일 때 콜옵션을 매수하면 옵션 만기일에 3000원에 기초자산을 살 수 있는 권리를 갖게 되는겁니다. 반대로 콜옵션을 매도하면 옵션만기일에 기초자산을 3000원에 살 수 있는 권리를 남에게 파는거죠.

제가 이 콜옵션을 매도했다고 가정해볼게요. 옵션 만기일에 기초자산이 4000원이 됐다면 제게 콜옵션을 사간 사람은 어떻게 행동할까요? 콜옵션의 행사가가 3000원이니 콜옵션을 행사하는 게 이득일겁니다. 이 사람이 콜옵션을 행사하면 저는 기초자산 가격이 오른만큼 손해를 보겠죠. 반대로 기초자산이 3000원보다 아래라면 콜옵션을 사간 사람 입장에선 콜옵션을 행사할 권리를 포기하는 게 합리적입니다. 그러면 저는 콜옵션을 매도할 때 처음에 받은 옵션 프리미엄만 가져가게됩니다. 즉 콜옵션 매도자인 제 입장에선 기초자산이 3000원 이상으로 오르지만 않는다면 옵션 프리미엄을 받으면서 수익을 낼 수 있고, 기초자산이 3000원 이상으로 급등하면 손실이 커지게 되는 겁니다.
그렇다면 다시 커버드콜 전략으로 돌아가보겠습니다. 커버드콜은 콜옵션을 매도하는 동시에 기초자산을 매수합니다. 그러면 어떻게 될까요? 기초지수가 횡보하거나 완만하게 상승세를 이어갈 때 수익이 쌓이는 기초지수보다 더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가 됩니다. ‘TIGER 200 커버드콜 5% OTM’의 예를 들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이 상품은 코스피 200 종목을 담습니다. 동시에 옵션만기일에 지금보다 5% 높은 가격에 코스피 200 지수를 매수할 수 있는 권리(콜옵션)을 매도합니다. 한 달 뒤 코스피 200 지수가 제자리거나 5% 미만으로 완만히 상승했다면 콜옵션 매도로 얻은 옵션 프리미엄이 추가 수익이 됩니다. 코스피 200 지수가 떨어졌다면 담고 있는 주식들도 떨어졌을테니 손실을 입었겠지만, 코스피 200 ETF와 비교하면 옵션 프리미엄만큼은 수익을 방어했을겁니다. 하지만 코스피 200 지수가 한 달 뒤 5%이상 급등했다면 콜옵션 매도에서 손실이 나기 때문에 코스피 200 지수도 따라가지 못하는 결과가 나옵니다. 코스피 200 지수 상승폭이 크면 클수록 콜옵션 매도로 인한 손실폭이 커지기 때문에 급등장에선 수익률이 나쁠 수 밖에 없는 상품입니다. 지난 4월이나 올 초 같은 상황이 대표적입니다. 안정적으로 움직이던 커버드콜 ETF들이 큰 손실을 냈죠.


양매도 ETN

ETF의 이란성 쌍둥이 형제 격인 ETN 상품 가운데선 이런식으로 옵션을 활용한 상품의 종류가 더 많습니다. 시장 변동성이 적을 때 안정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양매도 ETN’이 대표적입니다. 커버드콜 전략은 콜옵션만 매도하지만 양매도는 말 그대로 콜옵션과 풋옵션을 양쪽에서 모두 매도합니다. 주식은 담지 않습니다.

양매도 ETN 대표상품인 ‘TRUE 코스피 양매도 5% OTM’은 매월 옵션만기일에 외가격(OTM)이 5%인 콜옵션과 풋옵션을 동시에 매도합니다. 5% OTM 콜옵션을 매도한다는 의미는 한 달 뒤 옵션 만기일에 지금 지수보다 5% 높은 가격에 지수를 매수할 수 있는 권리를 상대방에게 판다는 뜻입니다. 옵션 만기일에 지수가 5%보다 더 많이 오르면 콜옵션을 산 사람은 원래 약속한 가격에 지수를 사들여 차익을 남기겠지만, 그보다 덜 오르면 지수를 사들일 권리를 포기하는 게 합리적이겠죠. 그러면 콜옵션을 매도한 투자자는 옵션 프리미엄을 남길 수 있습니다.
비슷한 방식으로 풋옵션도 매도해 양쪽에서 옵션 프리미엄을 남깁니다. 매 달 코스피 지수가 5% 이상 빠지거나 오르지 않는다면 옵션프리미엄으로 연 5~6%가량 수익을 쌓을 수 있는겁니다. 변동성이 낮은 횡보장에서 수익을 쌓고, 변동성이 큰 급락, 급등 장에선 손실을 입는 상품입니다. 작년 4월이나 올 초에는 손실을 냈지만 최근 완만한 상승장에선 꾸준히 수익을 내는 모습을 보실 수 있습니다.

옵션을 활용한 전략은 개인투자자들이 이해하기 어렵고, 실제로 투자하기는 더 어렵습니다. 옵션시장 진입장벽이 높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개인보다는 기관투자가들이 주로 활용합니다. 커버드콜 ETF나 양매도 ETN은 변동성이 낮은 시장 상황에서 기관투자가들이 안정적으로 수익을 내기위해 사용했던 전략을 개인들도 손쉽게 따라할 수 있도록 만든 상품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