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치고 올라오는데…이재명 '전략적 인내' 언제까지

이낙연 43.7% > 윤석열 41.7%
양자대결에서 처음으로 앞서

李지사는 '사이다 화법' 자제
본선 겨냥해 '중도 확장' 초점
與 잠룡들 포화에도 '무반응'
< 긴급 회견 > 이재명 경기지사가 13일 경기도청에서 코로나19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대권 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경쟁 주자들의 비판에도 ‘사이다’ 화법을 자제하며 방어적으로 대응하는 전략을 이어가고 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등 야권에 대해선 연일 비판을 가하면서도 여권 주자들의 공격엔 크게 반응하지 않는 모습이다. 다만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의 지지율이 치고 올라오는 상황에서 이 지사가 이런 ‘전략적 인내’ 방침을 계속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 지사는 13일 ‘코로나19 대응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위기를 못 넘기면 전국을 전면 봉쇄하는 극단적 상황으로 갈 수밖에 없다”며 “대유행 극복을 위해 모든 역량을 총동원하겠다”고 밝혔다. 코로나19 대응에 강력한 의지를 밝히며 방역 책임자로서의 면모를 강조한 것이다. 이 지사 캠프 관계자는 “경선 관련 이슈에 일일이 대응하기보다는 행정가로서의 능력을 제대로 보여주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그는 이날 코로나19 대응 기자회견 외 다른 특별한 공개 일정은 잡지 않았다. 경쟁 주자들이 연일 펼치는 공세에도 대응하지 않았다. 2017년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과격한 발언으로 선명함을 강조했던 것과 다른 행보다. 이 지사 캠프 관계자는 “싸워야 할 상대는 같은 당 주자가 아니라 야권 주자다. 미리 생채기를 낼 필요가 없다”고 했다. 당내 1위 주자인 만큼 원팀 정신을 강조하고 중도 확장까지 꾀하는 ‘국밥’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이 지사 측은 트레이드 마크였던 ‘사이다’ 이미지는 윤 전 총장 등 야권을 향한 비판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이 지사는 윤 전 총장을 겨냥해 “공부를 열심히 하신다는데 몇 달의 벼락치기 공부로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된다”고 했다. ‘역선택’ 논란을 일으킨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에 대해선 “형사법상 업무방해죄에 해당한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이 지사가 방어적인 입장을 취하는 사이 경쟁자인 이낙연 전 대표의 지지율이 반등하면서 캠프 내부에서도 전략을 바꿔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윈지코리아컨설팅이 지난 10~11일 조사한 차기 대선 가상 양자대결(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 결과 이 지사(41.5%)는 윤 전 총장(42.2%)에게 밀렸다. 반면 이 전 대표는 43.7%의 지지를 얻어 양자대결에서 윤 전 총장(41.7%)을 앞섰다. 이 전 대표는 이날 자신의 지지율 상승세에 대해 “(국민이) 후보들을 세밀하게 살피면서 지지율이 조정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이 지사가 아직까진 본선 이후에 에너지를 쏟겠다며 경선에 수비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지지율이 위협받을 경우 반격이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 지사 캠프 관계자는 “최종 후보가 되더라도 60% 이상의 지지를 받는 것과 48%로 되는 것은 힘을 받는 게 다르다”며 “필요할 때가 되면 나설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여권 대선주자인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이날 이광재 민주당 의원과의 연합 캠프인 ‘미래경제캠프’를 발족하고 이 의원과 김영주 의원을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임명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