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전국민 지원금 동의 못해"…민주당과 정면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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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추경 놓고 당정 갈등 폭발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3일 다시 한번 거대 여당과 충돌했다. 올해 2차 추가경정예산안을 놓고서다. 재난지원금 전 국민 지급과 코로나19 4차 대확산에 따라 기존 추경안을 대폭 수정해야 한다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 요구에 홍 부총리는 강경하게 반대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이날 최고위원회를 열어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당론으로 확정해 확전되는 분위기다.
洪 "캐시백·국채 상환 변경 불가
재정은 정치논리 따라가선 안돼"
예산 증액 동의권이 기재부 '무기'
與, 전국민 지급 당론으로 확정
"소상공인 지원 등 수兆 확대를"
변이 확산에 확진자 급증이 변수
당정 간 입장차 뚜렷
이날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여당 의원들은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을 소득 하위 80%에서 100%로 확대할 것을 요구했다. 1인당 최대 900만원인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필요한 재원 마련을 위해 카드 캐시백(1조1000억원)과 국채 조기 상환(2조원) 등은 백지화해야 한다고 했다.김경협 민주당 의원은 “상위 20%를 따로 분류해 지급에서 제외하는 행정 비용과 기준 마련에 대한 어려움을 감안하면 전체 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것이 맞다”며 “어려울 때 국가가 든든하게 뒷받침해 준다는 인상을 납세자에게 심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홍 부총리는 “지난해 소득 상위 20%는 소득 감소 없이 부채가 오히려 줄었다”며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소상공인 지원 확대와 관련해서는 “여러 가지 내용을 고민해 소상공인에게 두텁고 넓은 피해 보상을 할 수 있도록 이번 추경에 반영했다”며 “정부 안이 국회에서 존중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카드 캐시백과 국채 상환은 원안대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홍 부총리는 “올해 경제를 뒷받침하기 위해 카드 캐시백 시행이 필요하다”며 “국가재정법 규정과 국채 시장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채무 상환도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다만 6000억원이 편성된 소상공인 손실보상액과 관련해서는 일부 증액할 수 있다고 했다. 홍 부총리는 “이번 방역 강화로 추가적인 소요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며 국회 심의 과정에서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기재위 전체회의가 끝난 직후 민주당은 최고위원회를 열고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당론으로 확정했다. 같은 날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는 현재 900만원인 소상공인 지원 상한선을 각각 1000만원, 2000만원, 3000만원까지 늘리는 안이 활발하게 논의됐다. 권칠승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소상공인 지원) 증액 필요성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洪, 이번엔 버티기 가능할까
민주당 안대로 재난지원금을 전 국민에게 지급하려면 관련 예산을 2조6000억원 늘려야 한다. 소상공인 지원 및 손실보상금 관련 예산은 1조~1조5000억원 확대한다는 계획으로, 추가로 필요한 예산은 4조~4조5000억원 선이다. 민주당은 국채 상환과 카드 캐시백 백지화를 통해 3조1000억원을 조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고용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올해 추가 세수가 기재부 예상보다 3조9000억원 많아 국채 상환을 줄이는 것만으로 필요 재원을 충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하지만 홍 부총리가 끝까지 반대하면 이 같은 계획이 실현될 수 없다. 헌법 제57조에 따라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을 국회가 증액하려면 기재부 동의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국회가 무분별하게 재정을 지출하는 사례를 막기 위해 1948년 제헌의회에서 도입한 규정으로, 추경 총액뿐 아니라 개별 사업 증액에 대해서도 동의가 필요하다. 여야가 합의해 국채 상환과 카드 캐시백 백지화까지는 할 수 있지만 재난지원금 및 소상공인 지원 관련 사업을 증액할 수는 없다. 카드 캐시백과 국채 상환은 추경 논의 과정에서 기재부 방침이 관철된 대표적인 정책이다. 이의 백지화를 전제로 한 추경안 수정에 대해 홍 부총리의 거부감이 강할 수밖에 없다.일각에선 이번에도 결국 홍 부총리가 물러설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백신 접종 확대에 따른 코로나19 진정세를 전제로 짠 2차 추경안을 고수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지난 12일부터 시작된 거리두기 강화로 자영업자 피해가 누적되고 있다는 점도 불리하게 작용한다. 재난지원금 하위 80% 지급의 구체적인 기준을 놓고 정부가 뚜렷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홍 부총리는 지난해 이후 수차례 재난지원금, 재정건전성 문제를 놓고 여당과 부딪혔지만 결국에는 양보했다. 정부 관계자는 “촉박한 추경안 심의 기한을 감안해 기재부 내에서는 이미 여러 방식의 추경 수정안이 준비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경목/오형주/김소현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