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코인 거래소, 이대론 환전소로 전락"

금융ICT학회 '가상자산 세미나'

'방치 아니면 규제' 극과 극 정책
코인 투자자 해외로 내모는 셈
“정부가 코인(토큰) 발행에 대한 규제와 거래소의 심사 기능을 정상화하지 않으면 국내 암호화폐거래소는 환전소로 전락하게 될 겁니다.”

최수혁 대표
블록체인 플랫폼 심버스의 최수혁 대표는 13일 한국금융ICT융합학회가 강원 설악 켄싱턴호텔앤리조트에서 연 하계워크숍에서 “블록체인산업과 디지털자산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데 한국은 (정부가 초래한) 역차별 문제로 이미 다양한 분야에서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 대표는 블록체인 업체 200여 곳이 참여하는 한국블록체인스타트업협회의 회장이기도 하다. 이번 학회 워크숍에는 블록체인·암호화폐·금융·정보기술(IT) 등 관련 업계와 학계 관계자 20여 명이 참석해 토론을 벌였다.

최 대표는 “블록체인을 토대로 한 디지털자산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데 한국은 제도적인 정비가 매우 느려 ‘악화가 양화를 쫓아내는’ 시장의 양극화가 벌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코인 발행을 통한 사기적인 자금 조달이 여전히 극성을 피우고, 수수료 수입을 극대화하려는 거래소의 불투명한 상장 정책으로 암호화폐 역선택 문제가 크다는 것이다.

최 대표는 지금과 같은 ‘방치 아니면 규제’의 극과 극 정책으로는 국내 산업의 경쟁력이 쇠퇴하고 국부 유출도 심각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토큰 발행에 대한 제도화를 서두르지 않으면 국내 프로젝트도 바이낸스·에코체인 같은 글로벌 거래소에서 발행과 거래가 모두 이뤄질 것”이라며 “국내 거래소는 투자자들이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으로 환전하기 위한 환전소 역할로 전락하게 된다”고 주장했다.거래소의 상장 정책과 기준을 투명하게 관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최 대표는 “지금도 국내 코인은 말살하고 해외 코인만 상장시키는 이상한 형태로 정책이 변질돼 국부 유출이 심각하다”며 “국내 거래소가 활성화되지 않으면 수많은 블랙마켓이 생겨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달 주요 거래소가 무더기 상장폐지한 코인은 대부분 국내에서 원화로만 거래되는 이른바 ‘김치 코인’이었다.

오정근 회장
관건은 정상적인 프로젝트를 누가 어떤 기준으로 판단할지 여부다. 오정근 금융ICT융합학회장은 “거래소 상장 기준을 금융당국이 자율규제기관과 협의해 마련하고, 거래소가 이를 지키는지를 감독하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디지털자산에 대한 평가를 제도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현재 국내 디지털자산에 대한 평가 서비스는 민간 스타트업인 블록와이즈평가정보, 암호화폐 공시사이트 ‘쟁글’의 운영사 크로스앵글 등이 제공하고 있지만 전문성과 신뢰도는 아직 떨어지는 게 현실이다. 백승광 블록와이즈평가정보 대표는 “부동산 같은 전통자산도 디지털자산화되는 상황에서 자산 평가 서비스는 소비자 보호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며 “업권법을 통해 디지털자산 평가를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준행 대표
이준행 고팍스 대표도 “한국 시장은 큰 내수시장, 중국 자본시장과의 접근성, 높은 IT 역량 등으로 국제 경쟁력이 뛰어나다”며 “업권법을 통해 이용자 보호를 강화하는 것은 산업경쟁력 강화에도 합치한다”고 했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