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우주의 경계 '카르만 라인'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하늘과 우주를 가르는 경계선은 어디인가. 그제 리처드 브랜슨 버진갤럭틱 회장의 우주여행 고도는 최고 88.5㎞였다. 오는 20일 출발하는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는 100㎞까지 갈 계획이다. 두 달 뒤 일론 머스크의 우주기업 스페이스X 탑승자들은 400㎞에 도전한다. 우주는 과연 지상 몇 ㎞부터일까.

국제항공연맹(FAI)은 지구 상공 100㎞의 ‘카르만 라인’을 우주의 경계로 삼고 있다. 헝가리계 미국 물리학자 시어도어 폰 카르만의 이름을 땄다. 이 경계는 항공기를 뜨게 하는 힘인 양력(揚力)의 상한선이다. 대기권 밖에서는 양력이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이 영역부터 우주라고 본다.최근에는 ‘카르만 라인’을 80㎞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조너선 맥도웰 하버드대 교수에 따르면 인공위성이 궤도를 유지하는 최소 고도는 70~90㎞다. 우주 방사선의 영향이 미치는 공간도 여기까지다. 그래서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공군은 고도 80㎞ 이상 올라간 사람을 우주비행사로 인정하고 있다.

우주의 경계선이 80㎞인지, 100㎞인지 국제적으로 합의된 것은 아니지만, 대기권을 벗어나야 우주여행이라고 부르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다만 국제우주정거장이 있는 고도 400㎞까지 가려면 더 빠른 로켓이 필요하고, 중력가속도에 따른 압력을 견뎌야 하기 때문에 일반인이 여행하기엔 한계가 있다.

지구 대기권과 외기권은 색깔로도 구분할 수 있다. 지구를 밖에서 볼 때 파란색으로 보이는 부분이 대기권이다. 파란색이 옅어지면서 어두운 부분이 시작되는 부분부터 우주의 영역이다.미 연방항공청(FAA)이 구분한 궤도비행과 준궤도비행으로도 경계를 나눌 수 있다. 준궤도비행은 로켓이 우주에 도달할 만한 속도로 날지만 궤도에는 오를 수 없는 상태를 일컫는다. 대기권 밖으로 잠시 나가 무중력(미세중력)을 체험하고 다시 대기권으로 진입해 귀환하는 우주여행이 여기에 해당한다.

전문가들은 “이런 기술이 대중화되면 인천공항에서 이륙해 수직 상승으로 대기권 밖을 잠시 나간 뒤 우주 체험을 즐기고 태평양 건너 뉴욕까지 두 시간 만에 도착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말한다. 우주산업이 국가 주도에서 민간 중심으로 바뀐 뒤 획기적으로 발전하고 있기에 아주 먼 꿈만도 아니다. 생각보다 우주는 가까이 있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