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논문 리뷰] 글로벌 ‘핫 포테이토’로 부상한 항체-약물 결합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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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남궁석 SLMS 대표2021년 현재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항체-약물 결합체(ADC)는 9개. 이 중 6개가 2019년 이후 승인받으며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주목을 한 몸에 받고 있다. 하지만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무수한 시행착오를 겪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ADC의 개념과 현황을 알아본다.
항체-약물 결합체(ADC·Antibody-Drug Conjugates)가 오늘날 각광받는 원인은 무엇일까. ADC는 1세대 항암제인 화학항암제의 세포 사멸 능력과 2세대 항암제인 표적항암제의 특이성을 결합해 암세포를 특이적으로 사멸시킬 수 있어 많은 사람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번 달에는 ADC의 개념과 현황을 전반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리뷰 논문 1편과 최근 FDA의 승인을 받은 대표적인 두 가지 ADC 기반 항암제의 임상시험 논문을 통하여 현재 ADC의 현황을 살펴보도록 한다.
암 치료 수단으로 ADC의 잠재력을 증대하기 위한 전략
Unlocking the potential of antibody–drug conjugates for cancer therapy
Drago, J. Z., Modi, S., & Chandarlapaty, S. (2021). Nature Reviews Clinical Oncology, 18(6), 327-344.2021년 현재 9종류의 ADC가 사용 승인받았고, 10여 개의 ADC가 임상 및 전임상 개발 단계에 있다. 메모리얼 슬론캐터링 암센터의 연구진이 발표한 이 총설 논문은 ADC의 역사, ADC의 구성 요소, 작용 메커니즘, 임상에서의 효과, 그리고 더 효과적인 ADC를 개발하기 위해서 개선되어야 할 점을 잘 정리했다.
현재까지 승인된 9종의 ADC 가운데 6종이 2019년과 2020년에 승인을 받았다. ADC에 대한 관심은 최근에 이르러서였지만, ADC의 연구개발 역사는 매우 오래됐다. 20세기 초반, 독일 의학자 파울 에를리히는 정상적인 세포에는 해를 주지 않지만, 특정한 세포에만 선택적으로 작용하는 약물의 개념을 ‘마법의 탄환’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상상했다.
20세기 후반 단일항원항체 기술이 처음 개발된 이후, 1980년대부터 마우스 항체를 이용한 ADC의 개발이 시작됐다. 초기의 ADC 개발 노력은 마우스 항체가 인체의 면역반응에 의해 무력화됨으로써 대개 실패했다.2000년에 최초 승인된 ADC인 젬투주맙 오조가미신 역시 치명적인 간 독성을 유발하고, 전반적으로 치료 효과에 비해서 부작용이 커서 2010년 허가를 자진 철회했다. 이렇게 ADC의 개념 자체는 새로운 것이 아니지만, 여러 종류의 ADC가 실제로 암 치료에 효과를 보여서 사용 승인을 얻는 단계에 이르기까지는 ADC를 구성하고 있는 각각의 요소에서 많은 개선이 필요했다.
일단 ADC를 구성하고 있는 요소는 3가지로 항체(antibody), 독성물질과 항체를 연결하는 링커(linker), 그리고 실제로 세포 사멸을 유도하는 약물(payload)이 있다. 항체는 독성물질을 암세포로 유도하기 위한 역할을 하며, 주로 암세포 표면에 특이적으로 분포하는 단백질에 결합한 후 ‘세포내흡수(endocytosis)·내포작용’에 의해서 세포 내부로 흡수되는 것을 유도한다.
성공적으로 ADC에서 사용되는 항체가 되기 위해서는 암세포에만 특이적으로 과발현되고 세포막에 노출되어 있는 단백질에 특이적으로 결합해야 한다. 따라서 이러한 특징을 가진 적절한 바이오마커를 선별하고, 이를 표적하는 항체를 만드는 것이 ADC 개발의 핵심이 된다.현재 ADC에 사용되는 약물은 대개 ADC가 세포 내로 흡수된 이후 세포 내의 증식을 억제하는 독성물질이다. 그 예로는 미세소관(microtubule) 형성을 억제하는 아우리스타틴(auristatin), DNA에 결합하여 이중나선 DNA의 절단을 유도하는 오조가미신(ozogamicin), DNA 토포이소머레이즈(topoisomerase)를 저해하여 DNA 절단을 유도하는 토포이소머레이즈 저해물질인 Dxd, SN-38 등으로 구분된다.
일반적인 화학요법에 사용되는 물질에 비해서 ADC에 의해 전달되는 물질은 항체에 결합돼 전달될 수 있는 적은 농도의 물질로도 세포 독성을 나타낼 수 있어야 하므로, 보통 화학요법으로 사용되기에는 독성이 강력하여 사용하기 힘든 물질이 사용된다.
화학물질과 항체를 연결하는 링커는 ADC의 효과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미친다. 만약 링커가 너무 쉽게 분해된다면 ADC가 혈관 중에서 순환할 때 항체와 독성물질이 떨어져나가고, 독성물질은 표적이 아닌 세포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다. 반면 원하는 세포에 흡수된 상태에서도 링커가 제대로 분해되지 않는다면 화합물이 제대로 작용하기 힘들어 세포 사멸 효과가 떨어질 것이다.
현재 사용 허가가 나온 9종의 ADC에 사용되는 링커를 살펴보면 pH 조건이나 환원 조건, 혹은 단백질 분해효소에 의해서 선택적으로 분해되는 링커들이 7종을 차지하고 있다. 이렇게 특정한 화학적 조건에 따라서 분해되는 링커의 경우 혈액순환 도중에 분해되는 것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으며, 따라서 표적하지 않은 세포에 작용하는 부작용의 문제가 있다.
반면 항체가 완전히 분해되기 전에는 항체에서 절대 떨어지지 않는 분해 불가능한 링커를 사용하는 ADC도 2종 있다. 이렇게 분해가 잘 되지 않는 링커로 연결되어 있는 독성물질은 세포 내로 흡수된 항체가 리소좀(lysosome)에서 완전히 분해되어야만 항체에서 떨어져서 작용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항체의 아미노산이 같이 붙어 있게 되므로, 세포 밖으로 투과돼 방출되는 경우는 줄어든다. 링커의 선택은 ADC의 효과에 매우 큰 영향을 주는 요소임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ADC는 환자에게 투여되었을 때 어떻게 작용할까. 현재 허가받은 거의 대부분의 ADC는 이미 여러 번의 치료를 받았지만 더 이상 치료가 듣지 않는 암환자를 대상으로 한다. 이러한 환자의 경우에는 완치를 목적으로 치료보다는 대개 연명 치료가 표준적인 치료법이다. 보통 여러 번의 암 치료를 받은 환자의 암 조직 내의 세포는 유전적으로 매우 불안정하고, 세포 조직 내의 암세포들의 성격이 상이하여 치료에 대한 내성이 쉽게 발생한다.
즉 여러 번의 항암 치료를 거치면서 각각의 종류의 표적치료제 및 화학요법 치료제에 내성을 가지게 되는 암세포들만이 ‘선별’돼 남아 있는 상태인 셈이다. ADC의 경우 이렇게 여러 번의 치료를 받은 이후 기존 치료에 내성을 가지게 된 환자에게서 특히 잘 반응한다.
또 ADC를 구성하고 있는 항체와 화학요법 물질을 동시에 투여하는 것보다도 항체와 화학요법 물질을 결합한 ADC가 좀 더 높은 효과를 보인다. 이렇게 ADC가 좋은 효과를 보이는 이유는, 기존 항체치료제 혹은 화학치료제를 별도로 사용하는 것에 비해서 좀 더 높은 수준의 약물을 암세포에 특이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는 것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어떤 경우에는 ADC로 치료를 받았지만 더 이상 효과를 보이지 않던 환자가 동일한 항체 기반의 다른 독성물질이 결합된 ADC로 치료받았을 때 효과를 나타내기도 한다. 가령 HER2에 미세소관 저해제인 DM1이 결합된 HER2-DM1에 의한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환자 중에서 DNA 토포이소머레이즈 저해제인 Dxd가 결합한 ADC인 HER2-DXd에 반응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상황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미세소관 저해제에 기반한 ADC-화학치료제에 내성을 가지게 되는 암은 여기에 적응하여 세포 내의 유전적인 변화가 일어난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다른 기전을 가진 ADC는 더욱 효과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즉 ADC의 효과를 최대화하기 위해서는 ADC가 주로 활용되는 대상인 기존 치료법에 내성을 가지는 환자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좀 더 효과가 좋은 ADC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어떤 요소를 고려해야 할까. 일단 ADC 자체가 항체-약물-링커의 모듈화된 구조로 된 약물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각각의 요소를 개별적으로 고려하여 최적화할 필요가 있다. 가령 ADC가 아닌 용도에서 가장 좋은 효과를 가진 항체가 반드시 ADC에서 최적의 항체가 아닐 수도 있다. ADC에서 가장 중요한 성질은 역시 ‘세포내흡수’를 통해 얼마나 세포 내에 약물을 전달할 수 있는가이기 때문이다. 두 개의 항원을 인식하는 이중항체를 이용해 세포 내로의 흡수를 향상하려는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항체에 연결하는 약물 역시 앞으로 많은 연구가 필요한 부분이다.
현재까지 상용화된 ADC의 경우 세포독성물질 위주였지만, 새로운 기전의 물질들의 사용이 검토되고 있다. 가령 세포자멸사(apoptosis)를 유도하는 물질이나, 면역관문억제제 등을 ADC에 적용하는 것이 연구되고 있다. ADC의 잠재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ADC와 암과의 상호작용에 대해서 좀 더 많은 이해가 필요할 것이라는 결론으로 본 총설은 마무리된다.
이전에 치료받은 HER2 양성 유방암 환자에서의 투라스트주맙 데룩테칸의 효과
Trastuzumab deruxtecan in previously treated HER2-positive breast cancer
Modi, S., Saura, C., Yamashita, T., Park, Y. H., Kim, S. B., Tamura, K., … & Krop, I. (2020).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382(7), 610-621.
다이이찌산쿄와 아스트라제네카가 공동 개발한 트라스투주맙 데룩테칸(Trastuzumab deruxtecan·상품명 엔허투)은 HER2 항체인 투라스트주맙(단독 상품명 허셉틴)에 DNA 토포이소머레이즈 I 저해물질인 데룩테칸을 결합한 ADC다.
현재 HER2 양성의 유방암 환자의 표준 1차 치료법은 HER2 항체인 투라스트주맙, 퍼투주맙과 화학요법제인 도세탁셀을 병용하는 것이고, 이후의 치료법은 투라스트주맙에 미세소관 합성 저해물질인 엠탄신(emtansine)을 결합한 투라스트주맙 엠탄신(Trastuzumab emtansine·상품명 캐싸일라)을 사용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2차 치료를 받은 이후에도 암의 진행이 계속되는 환자에게는 어떤 치료방법이 있을까. 사실 캐싸일라에 의한 치료를 받고도 암이 진행되는 환자에 대해서 아직 정립된 치료법은 없는 상황이며, 무진행 생존기간은 3~6개월 정도로 전반적으로 예후가 좋지 못한 상황이다.
투라스트주맙 데룩테칸은 이러한 환자를 대상으로 개발된 ADC다. 항체 하나당 3~4분자의 독성물질이 결합된 투라스트주맙 엠탄신에 비해서 8분자의 물질이 결합되어 세포에 더 많은 독성물질을 전달할 수 있다. 또한 투라스트주맙 데룩테칸에서 분리된 독성물질은 세포막을 투과하여 주변 암 조직의 암세포에 독성을 부여하는 ‘바이스탠더 효과(bystander effect)’를 얻을 수 있다.
2020년 2월에 출판된 임상시험에서는 평균적으로 6회의 치료를 받은 184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트라스투주맙 데룩테칸의 효과를 검증했다. 이 중 112명(60.9%)의 환자가 치료에 반응하여 암조직이 줄어들었다. 환자의 반응 중간값은 14.8개월이었으며, 무진행 생존기간의 중간값은 16.4개월이었다.
결론적으로 현재의 결과는 서로 다른 기전을 가진 독성물질을 이용한 ADC는 유방암의 약제 내성 및 재발을 극복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 된다는 것을 입증하는 결과라고 하겠다.
전이성 삼중 음성 유방암에서의 사시투주맙 고비테칸의 효과
Sacituzumab govitecan in metastatic triple-negative breast cancer
Bardia, A., Hurvitz, S. A., Tolaney, S. M., Loirat, D., Punie, K., Oliveira, M., … & Rugo, H. S. (2021).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384(16), 1529-1541.
사시투주맙 고비테칸(Sacituzumab Govitecan)은 많은 암종에서 과발현되는 단백질인 Trop2를 인식하는 항체에 DNA 토모이소머레이즈 저해물질인 SN-38을 결합한 ADC다. 항체 하나에 평균적으로 SN-38 7.6개 분자가 결합돼 있다. SN-38 자체로는 독성이 너무 강해 화학요법제로 사용되기 어렵지만, ADC를 이용해 암세포에 특이적으로 전달하기에는 최적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
전이성 삼중 음성 유방암은 HER2, 에스트로겐 수용체, 프로게스테론 수용체의 3가지 유방암 바이오마커가 음성인 유방암으로 전체 유방암 환자의 15% 정도를 차지한다. 전이성 삼중 음성 유방암은 호르몬 치료나 HER2 표적치료가 제한되며, 진행속도가 빠르며 전이가 빈번하다.
현재 전이성 삼중 음성 유방암의 치료는 화학요법에 의존하고 있지만 예후는 대개 좋지 않은 편이다. 2021년 5월 NEJM에 출간된 본 연구에서는 468명의 전이성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사시투주맙 고비테칸과 화학요법제 치료를 비교했다. 사시투주맙 고비테칸을 투여받은 환자 235명의 무진행 생존 중간값은 5.6개월이었던 반면, 화학요법 치료를 받은 환자는 1.7개월이었다.
전체 생존기간의 중간값의 경우 사시투주맙 고비테칸의 경우 12.1개월이었고 화학요법은 6.7개월이었다. 사시투주맙 고비테칸의 반응률은 35%였던 반면 화학요법 치료는 5%에 불과했다. 즉 기존에 치료 대안이 거의 없던 전이성 삼중 음성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사시투주맙 고비테칸은 평균 생존기간을 유의적으로 올렸다.
이러한 임상시험 결과에 근거하여 2021년 4월 7일, FDA는 전이성 삼중 음성 유방암 환자에 대한 사시투주맙 고비테칸의 사용을 정식으로 승인했고, 사시투주맙 고비테칸은 트로델비(Trodelvy)라는 이름으로 시판되기 시작했다. 결론적으로 사시투주맙 고비테칸은 그동안 별다른 치료 옵션이 없었던 재발성 전이성 삼중 음성 유방암 환자의 치료에서 중요한 옵션으로 등장했다.
<저자 소개>
남궁석 SLMS 대표 고려대 농화학과를 졸업한 뒤 동 대학원에서 생화학 전공으로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예일대와 펜실베이니아대에서 박사 후연구원을 했다.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충북대 농업생명과학대 축산식품생명과학부 초빙교수로 재직했다. 지금은 Secret Lab of Mad Scientist(SLMS)라는 이름으로 과학 저술 및 과학 관련 컨설팅 활동을 하고 있다. <과학자가 되는 방법>, <암 정복 연대기>, <바이러스 사회를 감염하다>의 저자다.
*이 글은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7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