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게이트' 연루 에드윈 에드워즈 前 미국 주지사 별세

재미사업가 박동선 씨와 오랜 친구…의원 시절 로비자금 수수
루이지애나 4선 주지사 영광과 함께 부패 사건으로 8년 옥살이
1970년대 한국과 미국 관계를 뒤흔든 사건인 ‘코리아게이트’에 연루됐던 미국의 거물 정치인 에드윈 에드워즈 전 루이지애나 주지사가 93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에드워즈 전 주지사는 12일(현지시간) 루이지애나주 곤잘러스시(市) 자택에서 가족과 친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평화롭게 숨을 거뒀다고 뉴욕타임스(NYT) 등이 보도했다.민주당 당적의 그는 루이지애나주 상원의원과 연방 하원의원을 거쳐 루이지애나주에서 유일하게 4선 주지사를 역임한 정치인이었다.

화려한 언변과 잘생긴 외모로 루이지애나 표밭인 흑인 유권자를 공략했고 세제 개혁으로 재정을 튼튼히 한 스타 주지사였다. 하지만, 임기 내내 부패 사건을 비롯해 도박과 여자관계 등 추문이 끊이지 않았던 구시대 정치인의 상징이기도 했다.

뉴올리언스 툴레인대학의 로런스 파월 명예교수는 에드워즈 전 주지사를 “마지막 협잡꾼 진보주의자”라고 칭하면서 분배주의로 어려운 사람들을 도왔지만, 정치적 도덕성은 없었다고 평했다.에드워즈 전 주지사는 ‘코리아게이트’ 주인공인 재미 사업가 박동선 씨와 오랜 친구 사이였다. 그는 연방 하원의원 시절 아내와 함께 박씨가 건넨 2만 달러의 로비 자금을 수수해 문제가 됐다.

‘코리아게이트’는 1976년 미국 워싱턴포스트9WP)가 “한국인들이 한국 정부의 지시에 따라 50만∼100만 달러를 미국 의원 등에게 제공해 매수 공작을 벌였다”고 대서특필해 불거진 사건이다.

박정희 정권 시절 중앙정보부가 박씨 등 재미 사업가를 통해 미국 정치인을 상대로 로비 활동을 펼친 것이 드러나면서 거센 역풍을 불러왔고, 이 사건은 당시 한미 관계를 최악의 상황으로 몰아넣었다.그러나 에드워즈 전 주지사는 ‘코리아게이트’로 연방 대배심에 소환됐으나 박씨가 건넨 돈은 친구의 선물일 뿐이라고 주장해 처벌을 면하면서, 이 사건은 그의 정치 행보에는 타격을 주지 못했다. 그는 3선 연방 하원의원 임기를 마친 뒤에는 루이지애나 주지사 선거에 도전해 모두 4차례 당선되는 등 수십 년 동안 미국 남부 정가를 대표하는 민주당의 거물 정치인으로 발돋움했다. 하지만 2000년 유람선 카지노 사업 허가와 관련해 뒷돈을 받는 등 부정부패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았고 8년 복역 뒤 출소했다. 2014년에는 연방 하원의원 선거에 도전해 재기를 노렸으나 낙선하면서 정치 인생을 마감했다.

AP 통신은 에드워즈 전 주지사가 자신의 정체성을 루이지애나 사람을 일컫는 말인 ‘케이준’으로 칭했던 것에 빗대 “그는 ‘케이준의 왕’이자 포퓰리스트였고 루이지애나를 사랑했다”고 전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