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대해부] 피부과 처방약 1위 동구바이오제약 조용준 부회장 “매출·미래 둘 다 잡겠다…2025년 매출 3000억 원 낼 것”

동구바이오제약은 올해 51주년을 맞은 중견 제약사다. 짧지 않은 업력과 달리, 유연하면서도 공격적인 투자로 업계에 정평이 나 있는 회사다. 동구바이오제약이 투자한 기업들의 기업가치도 조(兆) 단위에 이른다.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 전략으로 제약업 역량을 강화하는 동시에 ‘토털 헬스케어’로 사업영역을 넓히겠다는 게 동구바이오제약의 목표다.
조용준 동구바이오제약 부회장 / 사진=김병언 기자
조용준 동구바이오제약 부회장은 바이오업계에서 ‘미다스의 손’으로 불린다. 조 부회장이 투자한 기업들이 잇따라 기업공개(IPO)에 성공하고, 기업가치를 몇 배로 불렸기 때문이다. 코로나19의 대표적 수혜기업으로 꼽히는 바이오노트(SD바이오센서의 모기업)부터 시작해 디앤디파마텍(뇌질환 신약개발), 지놈앤컴퍼니(마이크로바이옴 신약개발), 뷰노(인공지능 기반 진단솔루션), 아이디언스(항암 신약개발), 메드팩토(바이오마커 기반 신약개발) 등이 모두 동구바이오제약이 투자한 기업들이다.

동구바이오제약이 노리는 건 단순투자 성공이 아니다. 바이오벤처들과 함께 공동 연구개발(R&D)을 통해 ‘본업’을 강화하겠다는 게 조 부회장이 그린 청사진이다. 2025년까지는 매출 3000억 원의 ‘토털 헬스케어 기업’이 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질병 치료뿐 아니라, 진단·예방·관리까지 아우르는 회사로 거듭나겠다는 구상이다. 조 부회장을 만나 동구바이오제약의 목표와 중장기적 비전을 물었다.

“올 하반기 투자전문회사 설립…바이오·제약 투자 강화”Q. 동구바이오제약이 투자한 기업들이 잇따라 하반기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투자 원칙이 있다면.
올 하반기엔 바이오노트를 시작으로 디앤디파마텍, 노바셀테크놀로지가 상장을 계획하고 있다. 가장 큰 투자원칙은 ‘토털 헬스케어 기업’이라는 동구바이오제약의 목표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지’다. 단순히 치료만 하는 게 아니라 질병을 진단·분석하고 예방·관리하는 것까지 제약사의 몫이 돼야 한다.

예컨대 SD바이오센서의 모기업인 바이오노트와 인공지능(AI) 진단솔루션 기업 뷰노 등에 투자한 것은 진단까지 영역을 넓히기 위해서다. 퇴행성 뇌질환 신약개발업체 디앤디파마텍, 마이크로바이옴(장내미생물) 기반 신약개발업체 지놈앤컴퍼니와는 동구바이오제약의 기존 제품과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기업이면 투자하지 않는다.

Q. 구체적으로 어떻게 시너지를 낼 계획인가.
디앤디파마텍은 파킨슨과 알츠하이머 질병 치료제의 글로벌 임상 2상을 진행하고 있다. 동구바이오제약의 치매 치료제인 ‘글리포스’, ‘도네포스’에 더해 뇌질환 분야로 지평을 넓힐 수 있게 된 것이다.최근에는 디앤디파마텍의 자회사인 발테드시퀀싱에도 500만 달러를 투자했다.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파킨슨·치매를 조기 진단하는 업체다. 신약 개발뿐 아니라 질병 예측·분석으로까지 넓힌 것이다. 발테드시퀀싱 투자를 통해 혈액 진단 바이오마커(생체표지자)를 이용한 뇌질환 조기진단 키트의 국내 판권 우선협상권도 확보했다.

앞서 투자한 지놈앤컴퍼니는 피부 건강을 증진하는 마이크로바이옴을 연구하는 회사다. 피부과 처방약 1위 회사인 우리와 시너지를 낼 수 있다. 이런 방식으로 투자를 통한 자본수익뿐 아니라, 공동 연구개발(R&D), 제품개발, 사업제휴 등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Q. 펩타이드 기반 신약개발 회사인 노바셀테크놀로지는 아예 최대주주에 올라섰는데.
2012년에 대규모 투자를 통해 노바셀테크놀로지 지분 17.5%를 취득했다. 최근 이 회사가 아토피 피부염 면역치료제로 개발 중인 신약 후보물질 ‘NCP112’에 대해 미국 특허를 취득했는데, 피부 의약품에 강점이 있는 동구바이오제약과 제품 제조부터 판매까지 여러 방면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노바셀테크놀로지는 피부 질환뿐 아니라 바이러스성 호흡기 질환 치료제도 연구하고 있다. 연내 코스닥 상장도 예정돼 있다.Q. 앞으로 투자 계획은 어떻게 되나.
신기술사업금융회사 로프티록인베스트먼트를 설립할 예정이다. 동구바이오제약의 100% 자회사로 빠르면 3~4개월 안에 허가를 받은 뒤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투자에 나서려고 한다. 초기 바이오 벤처부터 기업공개(IPO)를 앞둔 기업까지 다양하게 추진할 예정이다.

우리보다 앞서 있는 회사를 따라가려면 그들보다 2배 이상 열심히 해야 한다. 동구바이오제약의 차별화 전략은 ‘모두 열어놓자’다.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을 통해 기회를 끊임없이 모색하는 것이다. 다른 제약·바이오 회사와의 인수합병(M&A)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예정이다.

“피부 전문의약품 아시아 1등으로 도약”

Q. 외부 투자 이외에 동구바이오제약이 세운 비전은 무엇인가.
올해로 회사가 창업 51년 차다. 2021년을 ‘100년 기업을 위한 새로운 50년의 원년’으로 삼고, 2025년까지 토털 헬스케어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기존 주력 분야를 강화하는 동시에 헬스케어 쪽으로 넓힐 수 있는 신사업을 적극 확장하는 전략이다.

‘치료(cure)’에서 ‘관리(care)’ 시대로 변하면서 관련 시장이 15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2014년에 사명을 ‘동구제약’에서 ‘동구바이오제약’으로 바꾼 것도 같은 맥락이다. 현실적으로 의약품만으론 차별화하기가 매우 어렵다. 제약과 바이오의 융합을 통해 개량신약 및 퍼스트 제네릭 개발에도 속도를 내려고 한다.

Q. 목표로 하는 숫자가 있나.
작년 매출이 1392억 원이었다. 2025년까지는 3000억 원으로 두 배 이상 늘릴 계획이다. 이를 위해 기존 주력 분야인 피부 전문의약품 분야에서 국내 1등을 넘어 아시아 1등이 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아토피, 건선 치료 쪽으로 영역을 넓혀 해외시장을 본격 공략할 예정이다.

현재 5등인 비뇨기과 시장은 2등으로, 50위권인 내과 시장은 30위권으로 올라설 계획이다. 수출 비중을 늘리고 적극적 인수합병(M&A)에 나서면 충분히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Q. 구체적인 해외 수출 계획이 있나.
지금까지는 해외 부문보다는 내수 부문에 실적이 많이 치중돼 있었다. 하지만 ‘퀀텀 점프’를 위해선 수출 확대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현재 베트남, 대만 등 10여 개국에 수출하고 있는데, 동남아시아, 중앙아시아 등 신시장에 진출하려고 한다. 2025년 해외 매출을 전체의 10%까지 늘리고, 2030년에는 절반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Q. 퍼스트 제네릭(가장 먼저 출시되는 복제약) 사업도 확대하겠다고 했는데.
제네릭(복제약)은 전 세계 의약품의 80%를 차지할 만큼 큰 시장이다. 과거엔 종합병원에 오리지널 약만 들어갔는데, 이제는 퍼스트 제네릭도 많이 들어간다. 동구바이오제약의 주력제품이자 피부과 처방 1위 제품인 ‘더모타손 MLE’도 제네릭이다. 세포 간 지질층을 재현해 약물을 피부에 쉽게 침투시키고 부작용은 최소화하는 MLE 기술을 적용했다. 오리지널 제품인 모메타손 크림보다 매출이 많다. 암젠의 손 건선 치료제 ‘오테즐라’의 퍼스트 제네릭도 출시 예정이다.

피부 질환뿐만이 아니다. 올해 호흡기계질환 치료제 ‘프로코푸서방정’을 출시할 예정이다. 내년부터 2025년까지는 제2형 당뇨 치료를 위한 퍼스트 제네릭과 개량신약을 매년 출시할 계획이다. MSD ‘자누비아정’의 제네릭인 ‘글리시티정’, 아스트라제네카 ‘포시가정’의 제네릭 ‘디파프로진정’ 등이다. R&D 투자도 매출 대비 10%까지 끌어올리려고 한다.

Q. 신약 파이프라인은.
현재 과민성방광 치료제(DKB17001), 근이완통증 치료제(DKB17002), 제2형 당뇨 치료제(DKB19002) 등을 개량신약으로 개발하고 있다. 과민성방광 치료제는 임상 1·2상 중으로 2023년 출시 예정이다. 시장 규모는 13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근이완통증 치료제는 네비팜과 공동개발을 하고 있고, 제2형 당뇨 치료제는 임상 1상 성공 후 네비팜에 기술이전을 했다. 각각 2022년, 2023년에 상용화하는 것이 목표다. 이 밖에도 아토피, 대상포진, 퇴행성 뇌질환 등 6개의 신약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줄기세포 사업 확대…진단·예방·치료 아우를 것”

Q. 위탁생산(CMO) 사업은 어떤가.
CMO 사업은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연평균 21.2%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작년에는 1066억 원어치를 생산했다. 치매질환 치료제인 ‘콜린알포세레이트 연질캡슐’, 전립선 비대증 치료제 ‘탐스로신서방정’ 등이 대표 제품이다. 제네릭 시장이 확대되면서 CMO 시장도 계속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동구바이오제약의 CMO 사업은 단순 주문생산(OEM)이 아니라 탄탄한 R&D 역량을 바탕으로 개발까지 책임지는 생산자개발방식(ODM)이다. 우수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인 ‘cGMP’ 수준의 최첨단 설비를 보유하고 있는 경기 화성 향남공장에서 캡슐부터 액체, 연고, 크림 등 여러 제형을 생산하고 있다.

우수한 제조능력을 바탕으로 라오스, 방글라데시, 카자흐스탄 등 제조기술이 갖춰지지 않은 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한국에 진출할 때 국내 제조 기반을 활용하려는 수요도 있기 때문에 유망하다고 본다.

Q. 줄기세포 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꼽았는데.
현재 줄기세포 화장품 브랜드 ‘셀블룸’을 판매하고 있다. 이제는 미용을 넘어 치료 분야로 적응증을 넓히려고 한다. 글로벌 줄기세포 시장은 2017년에는 626억 달러(약 71조 원)였는데, 2025년에는 3944억 달러(약 448조 원)로 크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의약품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난치성 질환에서 줄기세포가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류머티즘 관절염, 아토피, 건선 등도 아직 근본적인 치료제가 없기 때문에 이들 질병에 도전해보고 싶다.

세계 최초로 개발한 줄기세포 추출 키트 ‘스마트엑스’를 통해 유방재건술, 당뇨병성 족부궤양, 무릎 관절염, 전신경화증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서울대학교병원, 성모병원, 강남세브란스병원 등과 함께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전신경화증 치료제는 올 3분기 안에 승인이 날 것으로 예상된다.

Q. 건강기능식품(건기식) 사업은.
치료뿐 아니라 예방·관리까지 아우르는 ‘토털 헬스케어 기업’ 비전에 들어맞는 사업이다. 현재는 건기식 관련 CMO만 하고 있지만, 조만간 ‘의사가 처방하는 건기식’이라는 콘셉트로 전문 건기식 브랜드를 내놓을 계획이다.

이를 위해 먼저 내년 초 당뇨병 관련 건기식을 출시하려고 한다. 아직 당뇨병 환자는 아니지만, 혈당 수치가 높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면역력을 향상시키고 혈당을 낮추는 식이다. 향후엔 전립선 영양제 등으로도 라인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주가는 아직 저평가…기업가치 2배로”

Q. 이 밖에 강화하고 싶은 것은.
일반의약품(OTC) 분야도 강화할 것이다. 탈모 치료제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탈모를 방지하고 모발의 재성장을 촉진하는 ‘메디녹실플러스액’을 출시했다. 특수 제작한 노즐을 통해 제품 정량을 손쉽게 두피에 도포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매출 100억 원 이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

Q. 제약·바이오업계의 인재 확보 경쟁이 치열하다. 동구바이오제약만의 전략이 있나.
좋은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선 ‘들어오고 싶은 회사, 나가기 싫은 회사’로 만들어야 한다. 임금, 일과 생활의 균형, 고용안정 등 다양한 분야를 개선시켜 청년친화강소기업에 선정됐다. 구체적으로는 ‘5R(Redesign, Reward, Refresh, Relationship, Recognition)’을 실천해 교육, 보상, 휴가, 소통, 포상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인사 제도를 혁신하고 있다.

Q. 동구바이오제약이 ‘롤모델’로 삼고 있는 기업이 있나.
독일 대형 제약사인 바이엘을 꼽을 수 있다. 제약 사업뿐 아니라 헬스케어, 동물의약품 등으로 사업을 공격적으로 넓혔다. ‘토털 헬스케어 기업’이라는 동구바이오제약의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참고할 만한 모델이라고 생각한다.

Q. 현재 주가는 적정하다고 보나.
적정주가는 시장이 평가해주는 것이다. 시장이 바라보는 기업 활동이 결국 주가로 표현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은 아쉬운 부분도 많다. 현재 기업가치가 2900억 원 정도인데, 최소 5000억 원 이상이라고 본다.

동구바이오제약의 강점은 ‘매출도 있고 미래도 있다’는 것이다. 바이오 기업은 보통 신약 개발에 대한 기대감 등 미래가치가 기업의 규모를 많이 좌우하지만, 동구바이오제약은 제약사로서의 본업도 탄탄히 다지는 동시에 투자를 통해 미래가치를 만들어나가고 있다. 최근 무상증자를 실시한 것도 실적, 투자성과, 미래 성장성 등을 감안했을 때 주가가 저평가돼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배당, 자사주 취득, 무상증자 등 주주친화정책을 펼치겠다.
이선아/오상헌 기자

*이 기사는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7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