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 part.4 MARKET]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시장 주도권 놓고 ‘혈투’ 중인 글로벌 기업들

‘붉은 여왕 효과’는 국내뿐 아니라 국외에도 예외가 없다. 새로운 신약의 임상 3상 성공 소식이 들리는 한편, 시장 포화 문제로 허가당국의 승인을 포기하는 글로벌 제약사도 나왔다.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를 개발 중인 해외 제약업체들의 소식을 모아봤다.

아르젠엑스,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신약 승인 12월에 판가름
아르젠엑스는 국내 바이오 기업 한올바이오파마의 경쟁사로 꼽히는 네덜란드 제약업체다. 한올바이오파마가 개발 중인 자가면역질환 치료 후보물질 HL161과 비교해 적응증(중증 근무력증), 표적(FcRn)이 모두 같다.한올바이오파마로부터 HL161을 기술이전받은 이뮤노반트가 부작용 문제로 임상을 중단한 사이 아르젠엑스는 기준치에 부합한 임상 3상 결과를 토대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품목허가를 신청했다. FDA는 오는 12월 17일까지 결과를 내놓을 예정이다.

아르젠엑스의 중증 근무력증 신약 후보물질 ‘에프가티지모드(Efgartigimod)’는 세포 내 수용체인 FcRn을 표적으로 하는 항체다. FcRn은 항체의 반감기를 늘리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FcRn을 억제하면 자기(self)를 공격하는 체내 항체 수가 줄어들어 자가면역질환 증상이 완화되는 기전이다.

아르젠엑스는 임상 3상에서 중증 근무력증 환자 167명에게 26주 동안 에프가티지모드를 투약했다. 그 결과, 투약군 중 40%에게서 증상이 사라졌다(질병 점수 0). 안전성 면에선 위약군과 차이가 없다는 결과가 나왔다. 안전하다는 뜻으로 이해할 수 있다.아르젠엑스는 중증 근무력증 외 3가지 적응증에 대한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며 조만간 다섯 번째 적응증을 공개할 예정이다.

릴리, 미리키주맙 건선에 대한 허가신청 포기
릴리는 최근 자가면역질환 항체치료제 ‘미리키주맙’의 적응증을 건선으로 확대하는 것을 포기했다. 이미 건선 치료제 시장이 치열한 데다 존슨앤드존슨의 ‘스텔라라’가 블록버스터 자리를 꿰차며 시장성이 낮다고 판단한 것이다.

지난해 7월까지만 해도 좋은 분위기였다. 임상 3상에서 미리키주맙의 효능이 노바티스의 건선 치료제 ‘코센틱스(성분명 세쿠키누맙)’를 앞질렀다. 하지만 지난 4월 릴리는 건선에 대한 허가 신청을 포기한다며 입장을 바꿨다. 릴리의 경영진이 시장포화 상태를 근거로 기존 약물과의 경쟁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건선 치료제 분야에서의 경쟁 의약품으론 스텔라라, 코센틱스, 트렘피아 등이 꼽힌다. 대신 릴리는 미리키주맙으로 궤양성 대장염 치료제로서 승인을 받는 데 집중한다. 궤양성 대장염은 대장의 점막에 염증이나 궤양이 생기는 자가면역질환이다. 궤양성 대장염 환자들을 대상으로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1분기 중 1차 평가 변수를 충족하는 결과를 얻었다. 내년 초께 임상 3상 완료가 목표다.

궤양성 대장염에서 릴리의 임상 속도는 경쟁사를 앞지르고 있다. 애브비는 궤양성 대장염 환자들을 대상으로 인터루킨 억제제 ‘스키리지’의 임상 2·3상을 진행하고 있지만 임상 단계가 일부 연기된 상태다. 스텔라라는 건선 치료에 쓰이도록 승인을 받았지만 효능이 스키리지나 트렘피아가 임상 단계에서 보인 결과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에스커테라퓨틱스, JAK 억제제 부작용 극복할까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를 개발하는 미국 신약벤처 에스커테라퓨틱스는 지난 5월 7000만 달러(792억 원) 규모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에스커테라퓨틱스는 야누스 키나제(JAK)의 한 갈래인 티로신 키나제 억제제로 건선 치료제 ‘ESK-001’을 개발 중이며 현재 임상 1상 단계에 있다.에스커테라퓨틱스는 한국계 미국인인 이준 박사가 올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설립했다. 이준 박사는 UCSF 의대 교수, 생명공학회사인 마이오카디아(MyoKardia)의 최고개발책임자를 지냈다.

투자업계는 아직 전임상 결과밖에 없지만 ESK-001의 우수한 효능과 적은 부작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분위기다. 에스커 테라퓨틱스는 “ESK-001이 효능 면에서 BMS의 티로신 키나제 억제제 ‘듀크라바시티닙’과 동급이고, 최근 임상 3상에서 우수한 결과를 낸 암젠의 ‘오테즐라’보다 우수하다”면서도 “JAK 억제제의 부작용을 피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JAK 억제제는 경구형이어서 복약이 쉬워 의료 현장에서 각광받지만 부작용 우려가 커지고 있다. 화이자의 JAK 억제제인 젤잔즈(성분명 토파시티닙)는 TNF-α 억제제 투약 환자군에 비해 심혈관계 질환 발생 가능성과 암발생률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애브비의 JAK 억제제인 린보크 또한 이 같은 부작용에 대한 우려 때문에 FDA가 건선성 관절염에 대한 허가를 연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우상 기자

*이 기사는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7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