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 part.3 NEW WAVE] 자가면역질환의 새로운 치료법을 찾아서

글 이상일 경상국립대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
다양한 표적치료제들이 자가면역질환의 치료 성과와 예후를 획기적으로 향상시켰으나 일부 환자에게서 치료효과 부족, 약제 중단 시 재발 및 완치의 부재, 감염 등의 부작용 발생, 고가의 약제비 등 한계가 여전히 존재한다. 최근 이러한 한계들을 극복하기 위해서 바이오시밀러, 새로운 표적치료제, 줄기세포치료제, 마이크로바이오타 등의 분야에서 많은 연구가 진행 중이다.

바이오시밀러는 특허가 만료된 바이오 신약과 효능, 안전성 및 품질에서 비슷한 특성을 지닌 동등생물의약품이다. 개발비용은 오리지널 의약품의 10분의 1 수준이고 의약품 가격도 오리지널 의약품의 50∼80% 수준으로 저렴하다. 현재 셀트리온, 삼성바이오에피스, LG화학 등이 휴미라, 레미케이드, 엔브렐과 같은 TNF-α 억제제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해 임상현장에서 오리지널 약들과 경쟁 중이다. 이 외에도 다른 생물학적 제제들의 바이오시밀러가 계속 개발되고 있다. 새로운 표적치료제 후보는?
새로운 표적치료제는 기존 표적치료제들과 다른 세포경로 혹은 면역세포를 표적으로 개발되고 있다. 전신홍반루푸스의 표적치료제 분야는 벤리스타(성분명 벨리무맙)을 제외하면 아직 성공적인 생물학적 제제가 개발되지 않았다. 최근에야 인터페론 알파를 억제하는 시팔리무맙과 인터페론 알파 수용체를 차단하는 애니프롤루맙이 초기 임상에서 의미 있는 치료효과를 보이면서 새로운 전신홍반루푸스의 치료제로 기대를 받고 있다.

자가면역질환들의 발병과정에서 조절T세포와 Th17세포의 활성과 균형이 매우 중요한 요소임이 밝혀지면서, 조절T세포의 활성을 증가시켜 Th17세포의 활동을 감소시키는 방법으로도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최근 저농도 인터루킨(IL)-2 재조합 단백질을 투여해 조절T세포의 활성을 증가시키는 방법이 전신홍반루푸스, 혈관염 등을 대상으로 한 초기 임상에서 유의미한 치료효과를 보였다.

한 가지 특정 사이토카인만을 억제하는 항체치료제들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시도도 나오고 있다. 최근엔 TNF-α와 인터루킨 17을 동시에 억제하는 애브비의 렘톨루맙(ABT-122)이 건선 환자에서 휴미라보다 향상된 치료효과를 나타내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치료효과에 비해 부작용 발생이 더 증가하는 경향이 있어 치료제 개발로 연계되기까진 아직 제한적이다. 줄기세포치료제 연구도 활발
줄기세포치료제는 현재 전 세계적으로 임상 승인된 8개의 줄기세포치료제 중 3가지가 국내 제품일 정도로 선진국들과의 기술격차가 크지 않아 국내에서 중점적으로 육성되고 있는 분야다.

여러 줄기세포 중에서 중간엽 줄기세포는 인터페론 감마 등의 자극을 받으면 인돌아민2,3-이산소화효소(indoleamine 2,3-dioxygenase), 인터루킨-10 등의 면역억제 사이토카인을 분비한다. 또 세포-세포 간 상호작용에 의해 조절T세포의 분화나 기능을 증가시키고 Th1, Th17 세포의 증식을 억제해 우수한 면역조절 작용을 나타낸다. 이런 특징 때문에 자가면역질환 치료 목적으로 중간엽 줄기세포를 이용한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며 주로 탯줄이나 지방에서 유래한 건강한 사람의 동종줄기세포를 이용한다.

중간엽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방법이 주목받는 이유는 질환 초기에 단회 혹은 2~3회 투여를 통해 면역반응을 정상화시켜 완치에 가까운 치료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며, 기존에 사용 중인 약제에 비해 감염의 위험도를 훨씬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그러나 이러한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중간엽줄기세포를 류머티즘 관절염 환자 치료에 적용한 임상연구는 현재까지 국내 1건을 비롯해 총 3건 정도만이 진행되었는데, 아직 충분한 치료효과를 보이지는 않고 있는 실정이다.

향후 특정 유전자를 중간엽줄기세포에 도입하거나 인터페론 감마와 같은 특정 사이토카인을 병용투여해 기능이 향상된 줄기세포를 이용하는 방법들이 꾸준히 시도될 것으로 보인다.

마이크로바이옴의 가능성
‘마이크로바이오타’는 인체에 존재해 우리 몸을 공유하며 살고 있지만 건강이나 질병의 원인으로 거의 무시되어온 상재균·공생균·병원균 등 모든 미생물 개체를 총칭하는 용어이고, 그들의 유전정보의 총합을 ‘마이크로바이옴’이라고 한다. 인체를 구성하는 사람의 세포수보다 10배 이상 많은 마이크로바이오타는 영양분 흡수, 약물대사조절, 면역체계의 조절, 뇌·행동 발달 조절, 감염성 질환의 예방 등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밝혀지면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특히 인류의 주거환경이 청결해지면서 감염성 질환이 감소한 것에 역비례해 자가면역 및 알레르기 질환이 증가한다는 위생 가설에 주목할만 하다. 유아기에 감염원, 장내 세균, 프로바이오틱과 같은 공생미생물 및 기생충 등에 노출된 적이 없는 경우 면역체계의 정상적인 발달이 이루어지지 않아 자가면역 및 알레르기성 질환에 걸릴 가능성이 증가한다는 가설이다.

이 가설은 자가면역질환과 마이크로바이오타의 관련성을 핵심적으로 뒷받침한다. 마이크로바이오타를 실제 치료에 이용하기 위해서는 인체에 유익한 균들과 심각한 감염을 일으킬 수 있는 균들을 구분해야 한다. 또한 다양한 자가면역질환 각각의 원인균들과 치료효과를 보이는 균들 역시 구분되어야 한다. 그러나 아직까지 1000여 가지의 장내미생물 중 류머티즘 관절염의 발생, 악화 혹은 완화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동물실험을 통해서 증명된 것은 20여 종에 불과해서 마이크로바이오타를 자가면역질환의 치료제로 사용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

대안으로 부르티산, 아세트산, 프로피온산과 같은 단쇄지방산을 이용하는 방법이 먼저 시도되고 있다. 단쇄지방산은 탄소수가 6개 이하로 적은 지방산을 의미하는데 사람의 소화효소로는 완전히 소화되지 못하는 식이섬유 등을 미생물들이 대사하는 과정 중에 생성되어 대장으로 흡수된다. 이러한 단쇄지방산들은 대부분 염증 억제 및 면역조절효과를 나타내어 자가면역질환들의 치료제로 계속 연구되고 있다.

대부분의 약물은 위장과 소장을 거쳐 대장에 도달한 뒤에는 장내미생물들과 만나면서 산화환원 혹은 가수분해 반응을 통해 변화를 일으킨 뒤 인체에 영향을 미친다. 이를 기반으로 개개인들의 인체미생물의 분포, 특성, 차이 등을 파악해서 질환의 진단, 약제들의 치료반응 예측에 활용하려는 약물마이크로바이오학 분야가 빠르게 발전되고 있어서 주목해볼 만하다.
특히 약물마이크로바이오학에 의해서 특정 표적치료제에 치료효과가 부족한 환자들에게서 유독 감소되어 있는 장내미생물을 발견해 표적치료제와 특정 장내미생물을 병용해서 투여하는 방법들이 시도되고 있다.

<저자 소개>

이상일

전북대 의대를 졸업해 전북대병원 류마티스내과 전임의 및 임상교수를 거쳤다. 보건복지부 첨단재생의료심의위원회 세포치료전문위원회 위원, 경상국립대학교병원 의생명연구원장, 대한면역학회 총무부위원장을 맡고있다.

*이 글은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7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