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널리스트 칼럼] 오늘도 열심히 공부하는 '전교 1등' CA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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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하늘 삼성증권 수석 연구원CATL은 회장 청위진(曾毓群)의 경력과 맞닿아있다. 청 회장은 1989년 일본 TDK 홍콩 자회사 SAE에서 엔지니어로 10년간 근무하고 1999년 휴대폰 배터리를 생산하는 ATL을 창업했다. 그리고 2011년 ATL 내 차량용 배터리 사업부를 분사해 CATL을 설립했다. 일본계 자금과 기술을 바탕으로 글로벌 2차전지 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산업 성장에 힘입어 2017년에는 글로벌 차량용 2차전지 공급 1위에 올랐다.
2020년 CATL의 생산능력은 110GWh이며, 지속적인 투자로 2025년 생산능력을 660GWh(합자 포함)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공격적인 생산능력 확대는 원가 경쟁력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변화다. CATL의 생산능력 확대는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 전기차 산업 성장에 따른 2차전지 수요 확대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생산능력 확대가 반드시 글로벌 점유율 상승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나, 선제적인 생산능력 확대는 성장하는 시장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 쉬워진다.전기차 가격을 결정하는 요인은 전기차 원가의 약 40% 를 차지하는 배터리 팩이다. 기술개발과 생산량 증가로 배터리 팩 가격은 빠르게 낮아지고 있다. 한편 완성차 기업은 자사의 전기차 판매 가격을 낮추기 위해서 좀 더 저렴한 소재, 저렴한 부품을 원하고 있다.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의 니켈 비중을 높임으로써 주행가능거리를 확대하는 것과 동시에 좀 더 저렴한 배터리를 원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아이러니한 틈새시장을 CATL 은 LFP CTP(Cell to Pack, 모듈 과정 없앤 배터리팩) 배터리로 공략하고 있다.
LFP CTP 배터리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에서 무게와 가격을 낮춘 제품이다. 중량당 에너지 밀도가 낮아 주행 거리가 짧았던 단점을 배터리 내 모듈을 없애면서 공간 활용도를 높여 해결했다. 물론 LFP CTP으로 CATL의 배터리 개발 경쟁력을 인정받았으나, CATL의 주력 배터리는 여전히 NCM이다. 실제로 CATL 자체 생산능력 중 LFP CTP 배터리 비중은 2020년 36% 를 고점으로 2025 년에는 16%까지 낮아질 것이다. LFP CTP 배터리가 전기차 판매단가를 낮추고자 하는 전기차 기업들의 니즈에 부합하는 틈새시장을 공략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 한계가 명확하기 때문이다.
지난 5월, 청회장은 주주총회에서 올해 7월 중 나트륨 이온 배터리를 출시한다고 발표했다. 중국 리튬 배터리 시장에서 사용하고 있는 리튬의 70%를 수입하고 있는데 최근 가격 급등세로 업계의 원가 부담이 커졌기 때문에 새로운 배터리의 활용도가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즉, CATL은 나트륨 이온 배터리를 상용화함으로써 소재에 따른 가격 변동을 줄이고자 하는 것이다.현재 시가총액을 2020년 생산능력으로 나누면 CATL의 1GWh 가치는 13.6억달러에 달한다. 이는 글로벌 2차전지 2위인 LG 화학의 4.4억달러에 3배에 달한다. 그러나 향후의 생산능력을 고려하면 CATL의 밸류에이션이 높다고 판단되지 않는다. 현재의 CATL 시가총액을 2024년 생산능력으로 나누면 CATL의 2024년의 1GWh 가치는 2.7억달러 수준이다. 이는 동일 기준의 LG화학 대비 1.9배 수준으로 2020년의 생산능력과 비교할 때보다 그 격차가 줄어든다. 2차전지 기업의 밸류에이션은 향후의 생산능력 확대 규모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향후 CATL은 자사의 성장 전략으로 차세대 배터리의 기술 개발을 통해 글로벌 산업을 주도하겠다는 선언한 것과 같이 전고체 배터리 등 다양한 배터리를 지속적으로 발표할 것이다. 이에 따라 이미 높은 밸류에이션을 적용 받고 있는 CATL 은 중국 전기차 산업의 가파른 성장 속도와 새로운 배터리의 출시, 그리고 생산능력 등에 따라 주가가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므로 꾸준한 업데이트와 관심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