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車 올라탄 부품사 9곳…콧대높은 완성차 업체서 먼저 러브콜
입력
수정
지면A8
한국 車부품사 약진 비결은…국내 자동차 부품회사들이 글로벌 자동차 공급망에 속속 올라타고 있다. 제너럴모터스(GM) 폭스바겐 메르세데스벤츠 BMW 테슬라 등 굵직한 글로벌 완성차업체에 부품을 공급하는 회사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일부 한국 부품사는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등 미래자동차 영역을 선도하고 있다는 평가도 받는다.
세프라, 주말·새벽없이 민첩대응
美 GM이 원하는 '스펙' 맞춰
한온시스템, 전기차용 부품 개발
서연이화, 자율주행 전장 고급화
현대차·기아 '미래차 선점'도 한몫
미국 오토모티브뉴스가 집계하는 2020년 글로벌 100대 자동차 부품사 순위에선 현대트랜시스(36위→34위), 한온시스템(42위→39위), 에스엘(89위→77위), 서연이화(94위→85위) 등의 순위가 2019년보다 상승했다. 유라코퍼레이션은 78위로 신규 진입했다.
전문가들은 신속한 부품 공급, 전기차 부품으로의 전환, 자율주행차 맞춤형 부품 납품 등을 한국 부품사의 경쟁력으로 꼽는다. 국내 완성차에만 의존해선 안 된다는 절박함도 해외 진출의 동력이 됐다.
○주말에도 새벽에도 즉각 대응한다
충남 아산에 공장을 둔 차량용 플라스틱 소재업체 세프라가 미국 GM 본사와 거래를 틀 수 있었던 요인은 긴밀한 대응이다. GM은 지난 2~3월 미국 텍사스 한파로 현지에서 플라스틱 소재를 조달할 수 없게 되자 한국GM을 통해 세프라에 연락했다.세프라는 GM 본사가 있는 미국 디트로이트와 13시간 시차에도 불구하고, 주말과 새벽을 가리지 않고 즉각 대응했다. 긴급 항공편을 이용해 4월부터 지난달까지 2000t의 플라스틱 소재를 실어 보냈다.GM이 원하는 ‘스펙(사양)’을 발 빠르게 맞춘 것도 성공 요인이다. 세프라 50여 명의 직원 중 20명에 달하는 연구직이 신속하게 대응한 덕이다. 메리 배라 GM 회장도 감사 이메일에서 “주말, 휴일에도 상관없이 연락에 응해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전기차용 부품 전환 성공
전기차 맞춤형 부품을 개발한 것도 경쟁력 강화 요인이다. 한온시스템은 전기차에 꼭 필요한 히트펌프, 전동 컴프레서 등 차량 열관리(공조) 분야에서 글로벌 ‘빅2’ 업체로 꼽힌다. 전기차 관련 부품을 개발하는 데 선제적으로 투자한 결과다. 이 회사는 전기차 공조 부품 공장을 세계 곳곳에 세우기도 했다. 인수합병(M&A) 시장에서 한온시스템의 몸값은 최대 8조원까지 뛴 것으로 알려졌다.국내 부품업체들의 주 납품처인 현대자동차·기아가 미래차 사업을 선도하고 있는 것도 협력 부품사의 경쟁력을 높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아이오닉 5 등 차세대 전기차에 부품을 납품한 기록이 있는 부품사 다수는 해외 자동차업체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다고 한다. 현대모비스를 비롯한 현대차그룹의 부품 계열사와 거래하고 싶다고 제안하는 해외 완성차업체들도 최근 부쩍 늘어난 것으로 전해졌다.○자율주행차 맞춤용 부품 개발
자율주행차 기술 진전은 한국 부품업체엔 새로운 기회라는 분석이다. 에스엘은 지난 1분기 기준 국내 헤드램프의 68.3%를 점유하고 있는 램프 전문 기업이다. 단가가 높은 LED(발광다이오드) 램프가 차량 곳곳에 쓰이면서 주문량이 늘고 있다. 에스엘 관계자는 “자율주행시대를 대비해 램프에 전방 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센서를 삽입하는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며 “시동을 걸 때 전력을 공급하는 보조 배터리도 개발해 수주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만도는 자율주행 레벨4에 필요한 4D 레이더 기술 개발에 주력하는 등 첨단운전자보조(ADAS) 영역에서 전문성을 강화하고 있다. 오는 9월 자율주행 사업을 분사해 투자 규모를 늘려 2025년엔 매출 9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다.기존 부품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기업도 많다. 도어트림 등 내장재를 생산하는 서연이화는 열을 내리는 근접 공조 시스템을 도어 트림에 부착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서연이화 관계자는 “내장재의 부가가치가 갈수록 올라가고 있어 사양산업이 아니라 성장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말했다.
김형규/김일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