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 초등 1학년은 엄마의 원격수업이네요"

수도권 학교 '전면 비대면' 첫날

첫경험 1학년 학부모 우왕좌왕
"준비할 게 많아 하루 연차 내"

긴급돌봄 써도 '적응할까' 걱정
교사들 인력난에 백신휴가 못 가

웹캠·태블릿·노트북 매출은 급증
코로나19 확산으로 수도권 학교들이 전면 원격수업에 들어간 14일 서울 영등포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교사가 온라인 수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이가 첫 원격수업을 받는데 이것저것 준비할 게 많아 하루 연차를 냈습니다. 원격수업이 아니라 ‘엄마수업’ 같네요.”(초등학교 1학년 학부모 정모씨)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4단계로 격상됨에 따라 서울·인천·경기지역 학교들이 14일 전면 원격수업에 들어갔다. 그 여파로 교육현장에선 대혼란이 벌어졌다. 맞벌이 부부들은 연차를 내고 자녀의 원격수업 준비에 매달렸다. 학교에선 ‘긴급돌봄’ 수요가 급증했는데 인력을 구하지 못해 비상이 걸렸다.

사설 돌봄 서비스 가입 급증

교육부에 따르면 수도권 유치원·초·중·고교의 89%인 6944곳이 이날부터 원격수업에 들어갔다. 사회적 거리두기 2~3단계에서 밀집도 예외를 적용받아 매일 등교했던 초등 1·2학년생도 모두 원격수업을 들었다.

이번에 처음 원격수업을 받은 초등 1학년 학부모들은 서둘러 노트북이나 태블릿PC 등을 구매하고 원격수업 방법을 배우느라 고역을 치렀다. 롯데하이마트에 따르면 지난 주말(10~11일) 웹캠, 태블릿PC, 노트북 매출은 전주 대비 각각 220%, 45%, 30% 늘었다.불가피하게 긴급돌봄 서비스를 신청한 맞벌이 부부들은 아이가 돌봄교실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할까봐 전전긍긍하고 있다. 사설 돌봄 서비스를 찾는 학부모도 급증했다. 유아동 교육·돌봄 서비스 업체 자란다 관계자는 “원격수업 발표 후 가입자 수가 폭증했다”며 “아이가 원격수업을 제대로 받을 수 있게 도와달라는 요청이 많다”고 전했다.

사교육을 찾는 학부모도 많았다. 중학교 3학년, 초등학교 6학년 자녀를 둔 김모씨(45)는 “코로나19 확산세가 불안하지만 등교를 하지 않는 상황에 학원마저 안 보낼 순 없다”며 “주변 학부모들도 안 보내던 학원을 새로 등록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백신 휴가’ 못 내는 교사들

학교 현장에선 “백신 휴가는 엄두도 못 낸다”는 교사들의 하소연이 이어지고 있다. 유치원 및 초등 1·2학년 교사들의 백신 접종 시기가 원격수업 기간과 겹치는 데다 대체 인력을 구하지 못해 교사들은 접종 후 곧바로 원격수업에 투입되는 실정이다.긴급돌봄 수요가 급증해 원격수업을 하는 교사가 긴급돌봄 대상 학생들을 관리하는 사례도 많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서울지부는 성명서를 통해 “초등학교들은 대체 강사로 주로 명예퇴직자 또는 임용대기자를 활용하는데, 이들은 원격수업 경험이 없어 현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학원들도 거리두기 4단계 대응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학습 효과가 떨어진다”는 이유로 많은 학부모가 원격수업을 원하지 않아 대다수 학원이 대면수업을 이어가고 있다. 서울 대치동의 한 학원 관계자는 “거리두기 지침을 맞추기 위해 수업을 쪼개 학생들을 분산시키고 있다”며 “원래 대부분 수업이 저녁시간에 편성돼 있었는데, 14일부터 아침 일찍 수업을 편성했다”고 설명했다.

학원 강사들의 고충도 커졌다. 교육부 권고에 따라 학원 강사들은 2주 간격으로 유전자증폭(PCR) 선제검사를 받아야 한다. 경기 수원시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이를 위반할 경우 집합금지 또는 벌금을 청구하기로 했다. 인천의 한 영어학원 강사 박모씨(33)는 “학원 안에서 음식을 먹지 못하는 것은 물론 학원 측이 물 마시는 것도 수업시간에는 자제해달라고 한다”고 말했다.

김남영/서형교 기자 n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