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전문] 윤건수 DSC인베스트먼트 대표, "1등이 모든 걸 갖는 세상 온다…어떻게든 포트에 담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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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인사이트]≪이 기사는 07월13일(06:02)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지금이 버블인지에 대한 고민을 하기보단 '1등' 기업을 골라내고, 과감하게 투자해야 합니다."
윤건수 DSC인베스트먼트 대표(사진)는 한국경제신문 자본시장 전문 매체 마켓인사이트와의 인터뷰에서 "적당히 선두권 업체에 투자해놓으면 됐던 시대는 끝났다"며 이렇게 말했다. 인공지능(AI)이 주도하는 기술 혁신은 한 사람의 천재가 수만명 몫의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시대로 이어지고, 자연스럽게 천재들이 몰리는 1등 기업으로 부가 몰리기에 1등 기업에 투자하지 않는다면 벤처캐피털(VC)의 생존을 담보하지 못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윤 대표는 운용자산(AUM) 7000억원을 굴리는 국내 대표 독립계 VC인 DSC인베스트먼트의 수장이다. 한국기술투자(현 SBI인베스트먼트)와 LB인베스트먼트 등을 거친 윤 대표는 2012년 DSC인베스트먼트를 창업했다. 컬리, 두나무, 무신사, 카카오게임즈 등이 DSC의 손을 거쳤다. 2016년에는 기업공개(IPO)에도 성공했다.올해 DSC는 커다란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초기 단계 스타트업을 발굴한 뒤 후속 투자를 통해 지분을 확보해나갔던 이전 모습에서 탈피해 초기 투자에 참여하지 않았던 유니콘급 기업에 대한 스케일업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DSC는 올해 초 국내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인 두나무에 불과 몇 년전까지도 펀드 하나 규모인 500억원을 투자해 지분 1.2%를 확보했다. 지난 6월엔 부동산 스타트업 직방에 200억원을 투자해 직방의 유니콘 등극을 돕기도 했다.
이 같은 변화엔 "이젠 1등 기업으로 모든 것이 쏠리는 세상"이라는 윤 대표의 인식이 자리잡고 있다. "기업가치 1000억원의 회사가 기업가치 1조원으로 성장하는 것보다, 1조원의 기업이 10조원으로 커지는 것이 더욱 빠르다. 초기 기업 투자 못지않게 ‘스케일업 투자’가 중요한 이유”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이번 인터뷰를 통해 DSC의 투자 스타일이 바뀐 이유와 버블 및 독과점 논란 등 최근 벤처투자 이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가상화폐와 메타버스와 같은 최근 시장의 '테마'에 대한 견해도 들을 수 있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최근 컬리, 퓨리오사AI, 뤼이드 등 초기 투자자로 참여했던 기업들의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이런 기업들을 초기에 발굴했을 때 어떤 관점에서 바라봤나.일반적으로 투자란 좋은 기업을 발견하고 그 기업의 성장을 위해 돈을 투자하는 것이다. 하지만 벤처 투자는 그것만으론 부족하다. 벤처투자는 세상의 문제를 해결하고 변화시키는 투자여야 한다. 그저 좋은 기업이 아니라 '게임 체인저'에 투자하는 것이 벤처투자다.
비교적 최근까지 벤처투자는 대부분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기존의 시스템 하에 놓여져 있었다. 이 때의 벤처투자는 대부분 기존의 대기업을 좀 더 잘 되게 하기 위한 투자, 부품이나 시스템 등에 투자를 많이 해왔다. 삼성이나 LG 같은 대기업 협력사에 대한 투자를 예로 들 수 있다. 우리나라 투자의 90% 이상이 이런 시스템 위에서 이뤄지는 투자다.
벤처투자가가 해야할 세상을 바꾸는 투자는 이런 시스템 밖에서 무언가를 만들어가는 투자다. 이런 투자는 힘도 들고 문제도 많고 사회적 합의도 필요하다. 승차 공유 서비스로 시작했다 택시 업계와의 갈등 끝에 결국 서비스를 접은 타다 같은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런 어려움을 딪고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면 상상하지 못했던 부가가치가 생기고, 벤처투자가는 이런 기업에 투자해야 한다. 쿠팡의 시가총액이 100조원까지도 갔다. 아무도 몰라주는 투자는 의미가 없다. 사회에서 언급되고, '왜 투자했을까' 투자 자체에 대해서도 이슈와 논란이 되는 투자가 좋은 투자라고 생각하고, 그런 기업들에 투자하고 있다.
▷2000년대에도 네이버, 카카오 같은 혁신 기업이 탄생했다. 그 때와 지금은 금리나 유동성, 기술 등 다양한 시장 환경 측면에서 달라보이는데 무엇이 다른가.
2000년대초 우리나라의 벤처들은 대부분 혁신성이 있기보다는 대기업들의 보조 역할에 그쳤고 벤처투자도 대기업 협력사 투자가 대부분이었다. 무언가 새롭게 시도했던 기업들은 네이버나 카카오 외엔 거의 다 망했다. 인터넷은 거대한 기술의 변화였지만 이를 싹 피워줄 자본은 부족했고, 기술 성숙도도 낮았다. 사업가와 투자자들도 무엇이 혁신이고, 혁신에 투자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잘 몰랐다.
지금은 많이 다르다. 갑자기 새로운 게 나타나기 보다는 과거의 기술 축적, 과거의 시련을 기반으로 새로운 것들이 등장하고 있다. 가장 큰 차이는 다양한 기술들의 융합을 통해 기술의 기하급수적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1990년대에도 인공지능(AI) 기술은 존재했지만 이론적 논의에 그쳤다. 지금 우리가 목격하는 AI의 혁신은 컴퓨팅 파워와 반도체 기술 발전을 기반으로 가능했다.
자본의 차이도 빼 놓을 수 없다. 2000년대 초반엔 한 기업에 20억원을 투자할 때 너무 큰 돈이라 고민을 많이 했지만 이제 20억원은 벤처투자 시장에서 전혀 큰 돈이 아니다. 초창기 네이버에 투자할 때 100억원을 투자해서 지분 19.9%를 받았다. 지금으로선 상상도 할 수 없는 얘기다.
그만큼 그 때 기업들은 어렵게 구한 돈으로 경영을 해나갔다. 지금은 그 때보다 혁신 기업이 돈을 받긴 훨씬 쉬워졌다.
▷그런 점에서 지금의 벤처투자 시장이 버블이라는 지적도 있다. 시장 환경이 변화하면 무너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앞서 기술이 기하급수적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와 현재는 혁신을 위한 기술적 자본의 기반이 다르다. 쉽게 얘기해서 지금은 똑똑한 1명, 소위 말하는 천재의 중요도가 점점 높아지는 방향으로 기술이 발전하고 있다. 과거엔 10명이 하던 기술 개발을 지금은 똑똑한 1명이 훨씬 더 잘 할 수 있게 됐다. AI를 비롯한 기술적 도구들이 불필요한 노동보다는 창의적인 아이디어의 생산성을 높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기술의 변화는 기업의 양극화로 이어지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특A급 개발자가 양성되는 서울대, 카이스트, 포항공대의 컴퓨터 공학 전공 졸업자는 1년에 160명 정도 밖에 안된다. 그런데 지금 이름난 스타트업들의 이런 사람들에 대한 수요만 1년에 800명이 넘는다. 글로벌 수준이 된 국내 대기업들도 이들을 원한다. 이런 인재들이 졸업한 이후엔? 이제 자기 사업을 하거나 회사에 가더라도 1등 기업에만 간다.
지금의 1등 기업엔 이런 사람들만이 몰려있다. 지금은 2등과의 차이가 적더라고 앞으로 차이는 더욱 커지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차원에서 '쿠팡이 버블인가'를 생각해 보자. 쿠팡이 현재 시총이 70조원이고, 이 것이 전통이 경쟁 대기업 시총을 합친 것보다 크더라도앞으로 e커머스 시장이 더 커질 것이라 생각한다면 1등 기업에 투자하는 게 맞다.
벤처투자자는 버블에 대한 고민보다 1등 기업을 찾아내고 이들에 대한 투자를 적극적으로 진행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초기 투자로 유명했던 DSC가 요즘 두나무, 직방에 수백억원을 투자하며 구주를 담고 있다. 지금까지의 이야기과 관계가 있나.
그렇다. 일단 VC에게 초기투자는 앞으로 그 중요성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 생각한다. 초기 투자는 리스크가 크고 성공률이 떨어지지만 이런 리스크 테이킹이 없으면 기업이 정말 좋은 기업이 됐을 때 투자가 아예 불가능해지기도 한다. 기본은 되도록 많은 '1등감'을 초기 투자로 담는 데 있다.
하지만 우리가 모든 투자를 볼 수 있는 것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내가 몰랐고, 알더라도 판단을 잘못했을 수도 있다. 언젠가 당근마켓 투자 건을 검토한 적이 있는데 당시에는 가격이 비싸다고 생각해서 투자를 하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후회되는 일이다.
과거엔 이렇게 잘못 판단한 투자에 대해 후회만 했다. 하지만 지금은 만약 그 회사가 이미 기업 가치가 높은 수준에 도달했더라도, 더 성장할 수 있고 1등이 될 수 있는 회사라는 확신이 선다면 과감하게 투자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1000억원짜리 회사가 1조원이 되는 것보다 1조원짜리가 10조원짜리가 더 빠른 시대가 됐다. 1등만이 독보적으로 앞서나가고 2~3등은 도태되는 시대가 올 수 있다.
과거에는 수익도 중요하지만 회수의 안정성이 좀 더 중요한 덕목이었다. 그래서 많은 VC들이 건당 투자 금액을 줄이고 최대한 많은 곳에 뿌려서 그 중 20~30%가 성공해서 전체 펀드 수익률을 올리는 전략을 택해왔다.
앞으론 1등이 시장을 독점하게 될테고 1등에 의미 있는 지분을 투자하지 않으면 VC도 미래를 담보할 수 없어질 수 있다.
결국은 투트랙이다. 초기 투자로 최대한 많은 유망주를 담고, 가능성이 보이는 기업은 후속 투자를 통해 제대로 밀어준다. 그러고도 빼놓은 선수가 있다면 나중에 높은 대가를 지불하더라도 포트폴리오에 담을 생각이다.
▷국내 대형 VC 중에선 드물게 액셀러레이터인 슈미트를 2018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슈미트가 발굴한 초기 투자기업 중 50%에 DSC가 팔로업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상당히 높은 비율이다. 회사를 운영하며 가장 잘한 것 중 하나가 슈미트를 세운 것이라 생각한다. 점점 테크(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중요해지는 시장에서 슈미트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1등 기업이라면 일반적으로 유니콘을 떠올리는데, 시장에선 유니콘 중에 돈을 버는 기업이 얼마나 있냐는 회의론이 나온다. 결국 돈을 벌지 못하면 기업으로서 영속성이 있겠나.
돈 버는 기업이 없는 것은 큰 문제다. 하지만 아직은 판단을 위해 시간이 필요하다고 본다. 지금 많은 유니콘 기업들은 기존의 플레이어들과의 1등 경쟁을 위해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물론 이런 시장이 가능했던 것은 지금이 유동성이 풍부한 시장이어서도 있지만 자본은 그 이상으로 이들 기업들이 가져올 수 있는 혁신에 베팅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치킨 게임이 끝나고, 이들이 1등 기업이 되면서 영역이 확장되고 나면 규모의 경제와 강력한 맨파워를 바탕으로 효율성을 높은 수준으로 올려 수익화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독점화, 양극화가 정부나 시장 관점에서 바람직한 일인가
독점은 시장 전체로서나 투자자 입장에서나 꼭 바람직한 것만은 아니다. 지금은 혁신 기업이 가져가는 독점화의 초입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세상은 창업자와 플랫폼 노동자만 살아남는다는 말이 있다. 독점은 사회적 양극화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런 문제의 해결책은 '기술'이 될 수 밖에 없다. 기술은 기본적으로 효율성을 추구한다. 광고 시장을 예로 들면 지금 페이스북 같은 플랫폼 기업들이 광고 시장을 장악해나가고 있다. 페이스북이 일단 광고 시장을 완전히 장악해 1등 기업이 된다면 그렇게 페이스북이 독점하고 끝일까.
어쩌면 이런 상황에서 AI의 발전이 독점 시장의 문제를 해소시켜주는 열쇠가 될 수 있다. AI가 발전하면 사실상 광고가 필요 없어질 수 있다.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존재가 내게 맞는 최적의 옷과 제품을 가져다줄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끊임 없이 어떤 산업 또는 시장의 판은 바뀌고 이 과정에서 1등 기업의 헤게모니는 바뀔 수 있다.
▷최근 '코인 열풍'의 중심인 두나무에 투자하기도 했다. 사회적으로 가상화폐, 그리고 그 배경에 있는 블록체인을 두고 그 효용성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어떻게 생각하나.
벤처투자의 핵심은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인지 아닌지라고 앞서 얘기했다. 블록체인이 우리 사회를 변화시킬 것인지 아닌지를 물어본다면 나는 '변화 시킨다'에 한 표를 던지고 싶다.
블록체인은 우리 사회의 효율성을 극대화시킬 수 있다. 기성세대는 블록체인도 메타버스도 필요 없지만 성장하고 있는 세대는 가상의 공간에서 생활이 습관화 돼 있다. 게임을 통해 가상 공간에서 사람도 만나고 거래도 한다.
지금은 페이스북에 글을 남기면 이 컨텐츠가 페이스북의 소유가 되고 리워드를 페이스북이 가져가는 형태다. 블록체인, 코인 시장이 확장되면 내가 글을 작성하면 리워드가 나에게 오는 형태가 된다.
이렇게 된다면,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또 코인으로 보상을 주고받는 세상이 올 수 있는데
지금 성장하는 세대에게 있어 이것이 중요한 시장이 될 것이라 예상한다.
NFT(대체불가능한토큰)도 마찬가지다. 그림과 이세돌의 기보를 토큰으로 만들어 실제로 만질 수도 없음에도 거래를 한다는 것이 성장한 세대의 입장에서는 와 닿지 않을 수 있으나 성장하고 있는 세대의 입장에서는 크게 다가올 수 있다는 것을 무시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메타버스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
성장한 세대 입장에선 이 역시 이해가 안갈 수 있다. 하지만 현재 눈에 보이는 예시들, 캐릭터화된 공간이라거나 요즘 젊은 세대들 감성으로 마련된 게임 같은 공간이 메타버스의 전부가 아니다.
메타버스의 핵심은 현실의 여러 제약을 뛰어넘게 해주는 가상 공간이라는 데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재택 근무의 활용도가 크게 높아졌고 앞으로도 원격 근무는 트렌드가 될 것 같다. 메타버스가 원격 근무에 활용되고, 만약 그 공간은 언어의 장벽을 없애주는 공간이라면 어떨까.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4명이 모여서 이야기하는 것이 오프라인 공간에선 어려운 일이겠지만 실시간 번역 기능이 제공되는 가상의 공간에서는 언어의 장벽을 넘어서는 소통이 가능할 수 있다.
장소의 장벽과 언어의 장벽이 없어지는 것은 굉장히 획기적인 세상이다. 메타버스의 적용 범위는 엄청나다. 근무 환경, 부동산 등 변화될 수 있는 것들이 너무나 많다. 이러한 변화가 현재 시작되는 단계기 때문에 충분히 관심을 갖고 봐야한다고 생각한다.현재 우리나라는 1인가정이 전체의 1/3이다. 메타버스 안에서 놀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게 더욱 자연스러워 지기에 앞으로 더욱 트렌드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벤처투자자라면 놓쳐선 안될 테마다.
황정환/김종우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