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코로나 공포에 달러강세…환율 1150원선 안착 시도 [김익환의 외환·금융 워치]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 원위안, 원달러 환율과 코스피, 코스닥 지수가 표시돼 있다.연합뉴스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서 14일 원·달러 환율이 장중에 1150원선까지 뛰었다. 원화와 한국 주식을 팔고 달러를 비롯한 안전자산으로 자금이 몰려든 결과다. 미국발(發) 인플레이션 공포가 엄습한 동시에 한국의 코로나19 확진자가 사상 최다를 기록한 영향이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환율은 5원 30전 오른(원화 가치는 하락) 1150원 70전에 출발했다. 이후 상승폭을 일부 반납해 오전 10시 36분 현재 환율은 1149원 50전에 거래 중이다. 환율이 등락을 오가는 만큼 종가 기준으로 1150원선을 돌파할 가능성도 적잖다는 평가가 나온다. 종가 기준으로 115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0월 8일(1153원30전)이 마지막이다. 환율은 이달 들어서 전날까지 19원 30전 뛰었다. 코로나19 사태가 '4차 대유행' 단계에 접어든 영향이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이날 0시 기준 신규 확진자가 1615명 늘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1월 20일 국내에서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직후 가장 많은 숫자다. 빨라진 확산세는 한국 민간소비·실물경제의 훼손으로 직결될 수 있는 만큼 원화 가치도 흔들리고 있다.

인플레이션 공포도 확산되고 있다. 미 노동부는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보다 5.4% 올랐다고 발표했다. 지난 2008년 이후 13년 만에 가장 높이 상승한 것으로 시장 추정치(4.9%)도 넘어섰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면 다양한 경로를 거치면서 명목 시장금리(실질금리에 기대 인플레이션율을 더한 금리)를 밀어 올린다. 저금리로 자금을 빌려 주식·채권을 사들이려는 행보가 주춤해지고, 자산가격이 흔들릴 것이라는 우려도 퍼질 수 있다.

골드만삭스도 최근 기관투자가에 송부한 주간보고서에서 인플레이션 충격으로 주식·채권 가격이 동반 하락하는 ‘테일 리스크(tail risk·가능성은 낮지만 한번 터지면 금융시장에 큰 충격을 주는 위기)’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주식·채권시장에서 투매(sell-off)가 이어지고 혼합형펀드가 대규모 손실을 입을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국내 확산세가 빨라진 데다 인플레이션 우려까지 나오자 외국인 투자자도 국내 시장에서 발을 빼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 13일까지 코스피 시장에서 2조1835억원어치를 순매도한 데 이어 이날 오전에도 838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 중이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