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금지 역풍' 스가…'갈팡질팡' 코로나 대책 총선 악재될 듯

은행·국세청 동원하려다 비판에 백지화…백신 수급 차질에 불만
"교만·감각의 마비가 드러난 것…행정에 대한 불신 충만"
갈팡질팡하는 일본 정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책이 총선에서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정권에 악재가 될 가능성이 엿보인다. 식당 내 음주를 차단하겠다며 강경책을 꺼내 들었다가 역풍에 철회했고 스가 총리와 관계 각료가 고개를 숙였다.

스가 총리가 '결정적 카드'로 내걸었던 백신은 최근에 수급이 원활하지 않아 불만을 사고 있다.

14일 아사히(朝日)신문의 보도를 보면 일본 정부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당국의 휴업 요청에 따르지 않는 음식점과 거래를 중단하도록 주류 도매상 등에게 요청한다는 방침을 전날 철회했다. 앞서 일본 국세청이 관련 단체에 공문을 보내서 거래 중단을 촉구했는데 며칠 만에 이를 번복한 것이다.

술을 판매하는 음식점이 당국의 요청에 순응하도록 금융기관을 동원해 설득하게 한다는 계획을 마련했다가 비판이 쏟아지자 9일 백지화한 데 이어 일본 정부가 방역 대책의 문제를 다시 자인한 양상이다.
일련의 대책은 정부가 법적인 권한을 넘어 민간 거래에 무리하게 개입하는 것이라는 지적을 샀다. 스가 총리는 이와 관련해 "여러분들에게 대단한 폐를 끼쳤다.

사과드린다"고 14일 총리관저에서 열린 약식 기자회견에서 말했다.

식당 음주 '봉쇄' 방안을 주도했던 니시무라 야스토시(西村康稔) 경제재생 담당상은 "사업자에게 불안을 안겨드려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사죄했다. 그간 협력금과 과태료를 매개로 음식점의 휴업이나 술 판매 중단을 유도했으나 긴급사태가 반복돼 한계에 몰린 요식업계에서 정부 요청·명령을 따르지 않는 사례가 나오자 강력히 대응하려고 했다가 후폭풍을 맞은 셈이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일본 3대 경제단체 중 하나인 경제동우회의 사쿠라다 겐고(櫻田謙悟) 대표 간사는 금융기관을 동원해 술 판매 자제를 요청한다는 구상에 관해 "법적인 근거가 없다고 한다면 과거의 재량행정을 떠올리게 한다"며 "그런 발상이 나온 것에 의문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설익은 대책은 정권 내부의 혼란을 보여주는 사건으로 여겨지고 있다.

술 판매를 하지 않도록 은행이 음식점을 설득하게 한다는 니시무라 담당상의 발언에 관해 스가 총리는 9일 기자회견에서 "몰랐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니시무라는 이런 계획을 스가 총리에게 사전에 보고했다고 13일 주장하는 등 정권 핵심부에서도 현안에 관한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의구심을 낳았다.

이번 사건은 총선을 앞두고 집권 세력에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자민당의 한 중견 의원은 "뭐든지 말하면 국민이 따른다는 교만과 감각의 마비가 드러난 것"이라고 진단했다.

올해 10월 21일 중의원 임기가 만료하기 때문에 국회 해산 여부와 상관없이 3개월 이내에 총선이 실시될 전망이다.

고가 고(古賀攻) 마이니치(每日)신문 전문편집위원은 14일 지면에 실린 기명 칼럼에서 "아마 일본에 폭동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다만, 행정에 대한 불신은 계속 충만해지고 있다.

3개월 이내에 총선거가 있다"고 지적했다.
백신 불만도 고조하고 있다.

스가 총리가 하루에 100만 명에게 백신을 접종하겠다는 목표를 내건 후 대규모 접종, 직장 접종 등을 확대해 한동안 백신 접종이 매우 빠르게 진행됐으나 최근 백신 공급량 감소가 예상돼 직장 접종 신규 접수를 중단하는 사태가 이어졌다.

일본 정부는 사용하지 않는 백신을 비축하는 사례가 있다고 판단해 일부 지자체에 대해 8월 이후 백신 공급량을 축소하고 여분을 백신이 부족한 타지역에 주겠다는 대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지자체들은 백신 접종기록 시스템(VRS)이 현장의 실태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데 정부가 숫자만 보고 탁상행정을 하는 것이라고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효고(兵庫)현 고베(神戶)시의 경우 이달 11일 기준 화이자 백신 100만 회 분을 공급받았고 VRS에는 73만 회를 접종한 것으로 나오기 때문에 27만 회분의 백신 재고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효고시 담당자는 해당 백신이 2차 접종을 위해 의료기관에 분배할 물량이며 실제로는 "여유가 거의 없다"며 불만을 토로한다고 요미우리(讀賣)신문이 보도했다.

백신 사업을 지휘하는 고노 다로(河野太郞) 행정개혁 담당상은 수급 차질이 생긴 것과 관련해 "예상을 넘는 속도로 접종이 진행됐다. 공급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사과했다고 도쿄신문이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