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파크원은 어떻게 부동산 금융의 바이블이 됐나 [마켓인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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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07월14일(08:26)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도대체 저기가 어디죠?"지난 3월 그래미 어워드에서 방탄소년단(BTS)의 무대가 등장하자 전세계 팬들의 질문이 폭주했다. 화려한 도심 야경이 내려다보이는 마천루 꼭대기에 수백개의 조명이 설치됐고 드론이 아찔한 높이의 상공을 날아다니며 공연을 중계했다. 유튜브에서 조회수 3300만여회를 기록한 이 영상 덕분에 촬영지인 여의도 파크원 타워는 '핫플레이스'로 떠올랐다. 10년 동안 흉물로 방치됐던 철골 구조물이 글로벌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다.
◆국내 자본 2조여원 투입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파크원이 이달 완공 1주년을 맞았다. 이곳에 들어선 현대백화점 '더현대서울'은 지난 달 개장 100일 만에 매출 2500억원을 돌파했다. 이 건물에 위치한 페어몬트 앰배서더 호텔은 인기 드라마 '펜트하우스' 세트장으로 사용되며 연일 화제몰이 중이다. 흉측하다고 세간의 눈총을 받았던 빨간 기둥은 전위적인 건축물이라고 호평받기에 이르렀다. 불과 몇 달새 벌어진 일이다. 파크원은 2010년 토지 소유주인 통일교 재단과 시행사의 지상권 소송으로 약 10년 간 공사가 전면 중단됐던 프로젝트다. 사업 불확실성에 종교적인 문제까지 얽히면서 수차례 좌초 위기를 맞았다. 미래에셋, 하나금융그룹, KB국민은행 등 내로라하는 금융회사가 뛰어들었다가 모두 두 손을 들고 포기했다. 사업비만 2조6000억원이 드는 초대형 개발사업이라는 점도 부담이었다. 다들 해외 투자자를 유치하지 않고선 불가능하다고 했다.
독특한 디자인 때문에 중국 자본이 투입됐다는 소문이 돌았지만 파크원은 순수 국내 자본으로 지어졌다. 2016년 금융주관사로 나선 NH투자증권이 국내 상업용 부동산 개발 역사상 최대 규모인 2조1000억원을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통해 조달했다. 프로젝트파이낸싱은 금융기관이 사업성과 장래의 현금흐름을 보고 대규모 자금을 장기간 지원하는 금융기법을 말한다. 이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한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은 "실무자들이 2조원 규모의 사업은 해본 적이 없다고 다들 반대했다"며 "타워1,2로 사업을 두 부문으로 나눠 1조짜리 두 건을 한다고 생각하라고 밀어붙였다"고 했다.
◆치밀하게 설계한 PF 기술 파크원 프로젝트는 2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자금을 금융주관사 1곳이 조달했다는 점에서 부동산 금융업계의 '바이블'로 평가된다. 비결은 치밀하게 설계한 파이낸싱 기법에서 찾을 수 있다. NH는 사업 진행 단계에 따라 다양한 금융기법을 활용해 대출을 일으켰다. 상업시설과 오피스 빌딩을 담보로 한 대출 뿐만 아니라 시공사, 시행사, 임차인 등 이해관계자들의 신용을 활용해 직간접적 보증을 기반으로 한 프로젝트 금융을 복합적으로 결합한 것이다.
오피스 빌딩인 타워1은 시공사인 포스코건설과 책임임차계약을 체결해 3년 간 임대료를 부담하는 방식으로 신용도를 보강했다. NH도 후순위 투자로 참여하면서 1조40000억원을 조달했다. 타워2는 완공시 NH가 통째로 인수하겠다는 선매입 약정을 맺었다. 매입 조건은 평당 1400만원 수준으로 총 7000억원 규모다. 완공 후 빌딩 매각이 무산되더라도 투자자는 손실을 보지 않는다. 매입 확약 조건을 내걸자 망설이던 기관 투자가들로부터 7000억원이 모였다.
현대백화점을 유치한 것도 신의 한수로 꼽힌다. 현대백화점은 파크원 입주시 매년 최소 임대료 300억원을 최장 20년 간 지급키로 했다. 이를 기반으로 5%의 이율로 6000억원을 조달했다. 나머지 6500억원은 범농협계열사들을 총 동원해 끌어모았다. 업계의 우려와 숱한 난관 끝에 완공된 파크원은 사업자들에게 막대한 수익을 안겨줬다. 파크원의 가치는 사업비의 두 배 이상인 5조원 대로 평가되고 있다. NH는 수수료 수익으로 1000억여원을 손에 쥐었다. NH는 지난해 완공한 타워1과 상업시설은 리파이낸싱(자금재조달) 담보대출로 PF 전액을 상환했고 타워2는 입찰을 통해 약 1조원에 매입했다. 평당 1936만원 수준으로 약정 조건보다는 높지만 여의도 오피스 빌딩의 평균 거래가격이 2200만원인 것을 감안할 때 좋은 조건으로 인수했다는 평가다. NH는 타워2를 ARA코리아자산운용에게 맡기고 부동산 펀드로 운용하고 있다. 개발 초기 자금 조달부터 자산 매입 후 자산 유동화까지 부동산 금융에서 나올 수 있는 모든 아이디어가 축적된 셈이다. 정 사장은 "사업 구조를 뜯어보면 PF를 일으키고 나서 디벨로퍼와 주관사가 준공부터 임차인을 갖추기까지 전 과정을 함께 고민하고 설계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 파크원처럼 토종 자본과 국내 금융사가 주관하는 성공 사례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
◆국내 자본 2조여원 투입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파크원이 이달 완공 1주년을 맞았다. 이곳에 들어선 현대백화점 '더현대서울'은 지난 달 개장 100일 만에 매출 2500억원을 돌파했다. 이 건물에 위치한 페어몬트 앰배서더 호텔은 인기 드라마 '펜트하우스' 세트장으로 사용되며 연일 화제몰이 중이다. 흉측하다고 세간의 눈총을 받았던 빨간 기둥은 전위적인 건축물이라고 호평받기에 이르렀다. 불과 몇 달새 벌어진 일이다. 파크원은 2010년 토지 소유주인 통일교 재단과 시행사의 지상권 소송으로 약 10년 간 공사가 전면 중단됐던 프로젝트다. 사업 불확실성에 종교적인 문제까지 얽히면서 수차례 좌초 위기를 맞았다. 미래에셋, 하나금융그룹, KB국민은행 등 내로라하는 금융회사가 뛰어들었다가 모두 두 손을 들고 포기했다. 사업비만 2조6000억원이 드는 초대형 개발사업이라는 점도 부담이었다. 다들 해외 투자자를 유치하지 않고선 불가능하다고 했다.
독특한 디자인 때문에 중국 자본이 투입됐다는 소문이 돌았지만 파크원은 순수 국내 자본으로 지어졌다. 2016년 금융주관사로 나선 NH투자증권이 국내 상업용 부동산 개발 역사상 최대 규모인 2조1000억원을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통해 조달했다. 프로젝트파이낸싱은 금융기관이 사업성과 장래의 현금흐름을 보고 대규모 자금을 장기간 지원하는 금융기법을 말한다. 이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한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은 "실무자들이 2조원 규모의 사업은 해본 적이 없다고 다들 반대했다"며 "타워1,2로 사업을 두 부문으로 나눠 1조짜리 두 건을 한다고 생각하라고 밀어붙였다"고 했다.
◆치밀하게 설계한 PF 기술 파크원 프로젝트는 2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자금을 금융주관사 1곳이 조달했다는 점에서 부동산 금융업계의 '바이블'로 평가된다. 비결은 치밀하게 설계한 파이낸싱 기법에서 찾을 수 있다. NH는 사업 진행 단계에 따라 다양한 금융기법을 활용해 대출을 일으켰다. 상업시설과 오피스 빌딩을 담보로 한 대출 뿐만 아니라 시공사, 시행사, 임차인 등 이해관계자들의 신용을 활용해 직간접적 보증을 기반으로 한 프로젝트 금융을 복합적으로 결합한 것이다.
오피스 빌딩인 타워1은 시공사인 포스코건설과 책임임차계약을 체결해 3년 간 임대료를 부담하는 방식으로 신용도를 보강했다. NH도 후순위 투자로 참여하면서 1조40000억원을 조달했다. 타워2는 완공시 NH가 통째로 인수하겠다는 선매입 약정을 맺었다. 매입 조건은 평당 1400만원 수준으로 총 7000억원 규모다. 완공 후 빌딩 매각이 무산되더라도 투자자는 손실을 보지 않는다. 매입 확약 조건을 내걸자 망설이던 기관 투자가들로부터 7000억원이 모였다.
현대백화점을 유치한 것도 신의 한수로 꼽힌다. 현대백화점은 파크원 입주시 매년 최소 임대료 300억원을 최장 20년 간 지급키로 했다. 이를 기반으로 5%의 이율로 6000억원을 조달했다. 나머지 6500억원은 범농협계열사들을 총 동원해 끌어모았다. 업계의 우려와 숱한 난관 끝에 완공된 파크원은 사업자들에게 막대한 수익을 안겨줬다. 파크원의 가치는 사업비의 두 배 이상인 5조원 대로 평가되고 있다. NH는 수수료 수익으로 1000억여원을 손에 쥐었다. NH는 지난해 완공한 타워1과 상업시설은 리파이낸싱(자금재조달) 담보대출로 PF 전액을 상환했고 타워2는 입찰을 통해 약 1조원에 매입했다. 평당 1936만원 수준으로 약정 조건보다는 높지만 여의도 오피스 빌딩의 평균 거래가격이 2200만원인 것을 감안할 때 좋은 조건으로 인수했다는 평가다. NH는 타워2를 ARA코리아자산운용에게 맡기고 부동산 펀드로 운용하고 있다. 개발 초기 자금 조달부터 자산 매입 후 자산 유동화까지 부동산 금융에서 나올 수 있는 모든 아이디어가 축적된 셈이다. 정 사장은 "사업 구조를 뜯어보면 PF를 일으키고 나서 디벨로퍼와 주관사가 준공부터 임차인을 갖추기까지 전 과정을 함께 고민하고 설계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 파크원처럼 토종 자본과 국내 금융사가 주관하는 성공 사례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