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는 이미 출고됐는데…" 벤츠 전기차 구매자들 뿔났다

산업부 전기차 지정 안 된 벤츠 EQA
취득세 감면 등 세제 혜택 지원 불가
고객 혼란 가중…보조금 지급은 'OK'
더 뉴 EQA. 사진=연합뉴스
완성차 업체들이 하반기 전기차 판매에 속도를 내면서 '정부 인증'을 완벽히 거치기 전 차량을 출시하는 경우가 있어 고객들 불만이 예상된다.

벤츠 EQA, 취득세 감면 혜택 아직

16일 업계에 따르면 이달 12일 출시한 메르세데스-벤츠의 전기차 '더 뉴 EQA 250'이 산업통상자원부 지정 전기차에 아직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요건 등에 관한 규정'을 지난 9일 개정·고시했다. 지난 12일 출시 이후 EQA의 출고가 진행되고 있어 구매자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전기차동호회 등에 따르면 벤츠 딜러사 한성자동차 측은 최근 일부 고객들에게 "7월에 차량을 인도받을 시 취득세 감면은 어렵다"는 내용을 안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구매자는 "8월 감면도 장담하지 못한다는 얘기를 딜러로부터 들었다"고 전했다. 전기차 구매자들은 보조금마저 지원받지 못하는 것 아니냐며 의문을 제기하고 나섰다.

팩트체크를 해보면, EQA는 환경부의 소음·배출가스 인증 절차를 완료한 뒤 전기차 구매보조금 지급 여부 및 금액은 확정된 상태다. 신청시 보조금을 지급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환경부 저공해차량 1종으로 분류돼 공용주차장·고속도로 통행료 할인 등의 혜택도 받는다.

다만 아직 산업부 고시상으로는 전기차로 인정되지 않아 취득세 감면(140만원) 등 친환경차 관련 세제 혜택은 받을 수 없게 됐다.통상 한 달 주기로 고시가 업데이트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르면 내달 초쯤 EQA 역시 산업부 지정 전기차에 등록될 수 있다. 물론 산업부의 전기차 요건을 충족시킬 때 한해서다.
벤츠 EQA. 사진=벤츠코리아
산업부는 승용 고속 전기차 기준 1회 충전시 복합 주행거리 150km 이상, 최고 속도 시속 100km의 요건을 충족할 때 전기차로 인정하고 있다. 전비는 초소·경소형 기준 kW당 5.0km 이상, 중대형급 기준 kW당 3.7km를 넘겨야 한다. 자동차관리법시행규칙이 정한 전기차 기준에 따라 벤츠 EQA는 중형급 고속 전기차에 속한다.

EQA의 복합 주행거리는 국토교통부·한국에너지공단 기준 306km, 전비는 kW당 4.1km다. 수치상으로는 산업부 전기차 요건에 부합한다. 다만 이 경우에도 100% 전기차 지정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산업부 관계자는 "제조사나 한국에너지공단 등으로부터 받은 주행거리, 전비 등을 토대로 등재 여부를 결정하지만 다른 변수도 고려하기 때문에 이 수치로만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며 "요즘 추세로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고시가 올라가고 있다. 정확한 날짜는 미정이지만 EQA 같은 경우는 검토 후 다음달 고시에 반영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미 차량을 인도받았더라도 취득세 납부 시점에 해당 고시가 올라와 있다면 혜택을 적용받을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이미 취득세를 냈다면 소급 적용은 안 된다고 덧붙였다.

최근 공개된 EQA의 환경부 인증 주행거리(상온 302km·저온 204km)가 당초 벤츠가 공개한 국제표준시험방식(WLPT) 기준인 427km에 한참 못 미친 점도 소비자들이 동요하는 이유다. 예상보다 줄어든 국고 보조금도 계약 취소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EQA의 국고 보조금은 618만원으로 책정됐다. 가격대가 5990만원으로 '100% 보조금 지급 요건'을 갖췄으나, 당초 예상보다 짧은 주행거리로 인해 국고 보조금이 최대 800만원에서 180만원 가량 삭감된 것이다. 지방자치단체 보조금이 더해지면 서울(200만원) 기준 총 818만원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인증도 못 받았는데…제조사들 출시 서두르는 이유

이처럼 제조사들이 출시를 서두르는 이유는 고객 선점에 있다. 특히 전기차 보조금은 제조사들이 출시 일정을 조정할 때 신경 쓰는 요소다. 선착순 지급인 데다 보조금 규모도 상당해서다. 국내의 정부 및 지자체 보조금을 합친 전기차 보조금은 1100만~1900만원까지 지급된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시간이 금이다 보니 모델을 개발해 놓고 인증을 기다리는 동안 마케팅과 사전계약으로 소비자들을 확보하는 게 제조사들로선 중요하다"며 "특히 국내는 전기차 보조금을 선착순 지급하다 보니 더욱 급하게 움직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사실 구매자들이 일단 계약하면 취소하는 경우는 드물다. 출고까지 한두 달 기다리는 경향이 있다"면서 "이 때문에 언제 신차를 출시하고 가계약을 받느냐가 고객 확보에 상당히 영향을 끼친다. 제조사들 마케팅 전략의 중요한 포인트 중 하나"라고 부연했다. 당초 지난 15일로 알려졌던 기아 EV6 출시가 미뤄진 것도 보조금과 관련이 있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앞서 기아는 올 7~8월 중 EV6를 출시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지만 아직 EV6의 환경부 전기차 보조금이 발표되지 않은 상태다. 이 교수는 "보조금이 정해져야 차량 가격도 확정할 수 있어 출시 일정에 영향이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