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적 인종이론'을 둘러싼 논란

THE WALL STREET JOURNAL 칼럼
윌리엄 갤스턴 WSJ 칼럼니스트
미국교육학회는 최근 연차총회에서 “비판적 인종이론(CRT)이 현대사회에 미친 영향을 이해하기 위해 교과 과정에 그 학문적 틀을 넣는 게 합리적이고 적절하다”는 안건을 채택했다. 비판적 인종이론은 인종 차별을 구조적이고 제도적인 문제로 보면서 차별을 조장하는 법과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보는 것을 말한다.

미국교육학회 결정에 대해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지금도 여전히 사회에 구조적인 인종 차별이 있다는 시각을 포함해 어린이들이 우리 역사에 대해 배워야 한다는 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사키 대변인의 발언으로 인해 비판적 인종이론에 대한 거국적인 토론이 벌어졌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이 토론에서 승리할 것이란 보장도 없다. 왜냐하면 이 문제는 공화당이 중간선거에서 이기기를 바라는 문화적 아젠다의 중심에 있기 때문이다. 비판적 인종이론이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는 미국인이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보는 사람보다 두 배가량 많다. 단지 16%만의 공립학교에서 비판적 인종이론을 가르치는 데 동의하고 29%는 반대하고 있다.

"美 공화당에 유리한 이론"

폭스뉴스는 지난 2월 1일부터 6월 13일 사이 비판적 인종이론을 1300번 이상 언급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극소수의 미국인만 비판적 인종이론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다. 비판적 인종이론은 1970년대에 로스쿨에서 비롯돼 그 이후 무질서한 운동으로 변질됐다. 비판적 인종이론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이 운동의 창시자 중 한 명인 리처드 델가도가 공동 저술한 《비판적 인종이론 소개》라는 책을 봤다. 그의 이론은 비판적 법률 연구와 과격한 페미니즘 같은 유럽 이론가들의 저작에 기초한다. 안토니오 그람시, 미셸 푸코, 자크 데리다 등이 대표적이다.

델가도는 인종 차별이 일상적이라고 믿었다. 다시 말하면 사회가 일탈이 아니라 통상적인 방식으로 그렇게 한다는 것이고 1950년대와 1960년대에 사회적 반발과 법적 후퇴란 비판을 무시하고 미국 의회와 법원이 결정했다는 이른바 ‘승자의 역사’에 기초한다.

인종적 구분이 개인의 기회에 영향을 줘서는 안 된다는 등의 자유주의적 접근은 인종차별이 남용되는 것 정도만 고칠 수 있다. 그러나 인종차별이 사회구조에 깊이 뿌리박혀 있는 게 맞다면 이를 적극적으로 의식하려는 노력만이 현재 상황의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고 델가도 등은 주장한다.

급진적 변화가 정답인가

그들의 논리대로라면 백인이 보이지 않는 장점을 누린다는 이른바 ‘백인 특권’은 사회구조의 한 측면이다. 백인 특권에 내포된 인종적 종속을 없애지 않고 법을 바꾸는 것은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점진적인 변화는 실패할 수밖에 없고 모든 것은 한 번에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인종 차별을 극복하려면 문화혁명이 필요하다는 게 그들의 논리적 결론이다. 비판적 인종이론의 대가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인종주의가 만연하고 깊이 뿌리박혀 있다면 모든 백인들은 순수하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미국 자유주의 질서의 효시인 독립선언서는 계몽주의적 합리주의의 산물이다. 이 때문에 계몽주의를 거부하는 것은 암묵적으로 미국 질서를 해체하고 전혀 다른 토대 위에서 나라를 재건해야 한다는 것과 같다.

정리=정인설 기자이 글은 윌리엄 갤스턴 WSJ 칼럼니스트가 쓴 ‘How Adherents See Critical Race Theory’를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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