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혼란 키우는 조삼모사 방역…최종 책임은 靑에 있다

이틀 연속 1600명대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며 코로나 4차 대유행의 불길이 맹렬한 속도로 번지고 있다. 세종·전남·전북·경북을 제외한 지방 10개 시·도의 거리두기도 어제부터 2단계로 격상됐다. 하루 10만 명도 못 맞는 ‘백신 가뭄’ 탓이 크다. 활발하게 사회활동을 하면서도 백신을 맞지 못한 20~50대가 신규 감염자의 약 78%를 점하며 주된 감염고리가 된 것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면피에 급급해 이리저리 말을 바꾸는 ‘조삼모사식 방역행정’으로 국민 혼란을 가중시킨다. 국민이 궁금해하는 백신 도입 물량과 일정에 대해 일절 함구하고 변명으로 일관하는 게 가장 문제다. ‘공급사와의 비밀유지 협약 때문에 밝힐 수 없지만 물량은 충분하다’더니, 돌연 50대 접종 일정을 1주일 연기했다. 3분기 8000만 회분을 도입한다고 자랑했는데, 이제껏 들어온 건 200만 회분에 불과하다. ‘백신 계약 때는 자랑하고, 접종 때는 침묵한다’는 비판이 쏟아질 만하다.이런 혼란과 혼선은 청와대가 방역 컨트롤타워 등에서 일관성 없이 대처한 데서 비롯된 참사로밖에 볼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올초 “백신 접종과 관련해 질병관리청장이 전권을 갖고 전 부처를 지휘하라”고 지시했지만, 사실상 기모란 대통령비서실 방역기획관이 그 역할을 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결과는 ‘백신 구매를 서두를 필요없다’는 결정적 오판이었다. 그런데도 박수현 국민소통수석은 “청와대는 가교일 뿐, 컨트롤타워 역할은 않는다”고 발뺌하기 바쁘다. 방역 전문가의 의견을 따르겠다는 다짐도 무위로 돌아가기 일쑤다. 질병청은 ‘신규 확진자가 8월 중순 하루 2331명까지 늘 수 있다’고 경고하는데 대통령은 “짧고 굵게 상황을 조기 타개하자”고 하니 국민은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모를 판이다.

감염병 위기 앞에 전문가에게 주도적 역할을 부여하는 것과, 청와대가 결과에 책임을 지는 것은 근본적으로 다른 문제다. 그런데 청와대는 이 부분조차 헷갈리는 건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대통령이 며칠 전 수도권 특별방역회의에서 “방역에 실패한다면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책임 있다”고 한 게 그런 심증을 굳게 한다. 어제는 방역현장을 점검할 국무위원들의 국회 출석을 최소화해달라고 국회에 요청했다. 장관들이 무슨 역할을 하는지도 의문이지만, 이번엔 국회 핑계를 대려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