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탄소국경세 도입…韓 철강업계 타격 우려

산업부, 관련기업과 대응 논의

2023년부터 5개분야 우선 적용
"세제·금융·R&D 등 지원책 마련"
정부가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세(CBAM) 도입에 따른 대응 방안 마련에 나섰다. 산업계에선 탄소배출량이 많은 철강업계가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5일 철강·알루미늄 기업 임원들과 화상 간담회를 열고 EU의 탄소국경제 도입에 따른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EU는 14일(현지시간) 탄소국경세 도입 방안을 발표했다.
EU의 탄소국경세는 EU 내에서 생산된 제품보다 수입품의 탄소배출량이 더 많을 경우 부과하는 관세다. 탄소 배출량이 많은 제품은 그만큼 추가 비용이 들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전망이다. EU는 2023년 1월 1일부터 철강, 시멘트, 비료, 알루미늄, 전기 등 5개 분야에 우선 적용하기로 했다. 전면 도입 시기는 2026년이다.

한국은 철강·알루미늄 기업들의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다. 지난해 철·철강 분야의 EU 수출액은 15억2300만달러, 수출물량은 221만3680t으로 5개 품목 중 가장 많다. 알루미늄의 수출액은 1억8600만달러, 수출물량은 5만2658t이었다.EY한영회계법인이 올초 산출한 탄소국경세 적용에 따른 철강업계의 추가 부담액은 1억4190만달러(약 1600억원)였다. 2023년 EU가 t당 30.6달러의 탄소국경세를 부과한다는 것을 전제로 했다. 이는 2019년 EU 수출액 약 3조3000억원의 약 5%에 해당한다. 일각에선 EU 시장에서 중국 업체보다 가격 경쟁력이 생기게 돼 ‘기회 요인’이란 분석도 내놓고 있다. 중국 철강사들이 한국 기업 대비 더 많은 탄소를 배출하고 있어서다.

국내 자동차업계는 친환경차 판매를 확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와 기대가 상존한다. 현대자동차는 2025년 전기차 56만 대 판매를 달성하고 2040년까지 모든 제품을 전기차·수소차로 바꾸기로 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이번 EU의 탄소배출 절감 계획에는 하이브리드의 퇴출까지 담고 있다”며 “하이브리드카에 강점을 지닌 일본 기업의 타격은 불가피해 상대적으로 한국은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했다.

배터리업계는 우려보다는 기대가 크다. EU가 탄소 배출 절감을 이유로 전기차 보급에 나서면 가장 혜택을 받을 수 있어서다. 국내 기업들은 유럽에 대규모 생산 거점을 두고 있다.정부는 관계부처 공동으로 탄소국경세와 관련된 국내 제도를 점검하고, 민관 공동협의회를 정기적으로 열기로 했다. 특히 제도 시행으로 영향을 받는 업종을 대상으로는 세제·금융 지원, 탄소중립 연구개발(R&D) 등 다각적인 지원 방안을 연내에 마련할 방침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EU에 한국의 배출권거래제,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RPS) 등의 탄소중립 정책을 소개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기존에 구매한 배출권도 인증서와 같은 효력을 갖도록 설득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지훈/안재광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