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감염 확산지 된 '3密 여의도 증권가'…금융업무 곳곳서 차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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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사·국회·유통사 밀집…유동인구 21만명유명 음식점 두 곳, 피트니스센터, 증권사 본사와 객장, 쇼핑몰, 백화점 그리고 수많은 증권사. 최근 한 달여간 서울 여의도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장소들이다. 밀집지역인 여의도에 상륙한 코로나19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고 있다.
증권사 10여곳·음식점·쇼핑몰서 확진자 속출
채권 담당부서 전원 자가격리…"거래 체결 못해"
여의도가 코로나19의 새로운 확산지가 된 것은 ‘밀접·밀폐·밀집’으로 상징되는 이 지역의 특성 때문이다. 여의도는 증권사 등 금융회사가 몰려 있는 데다 정치 중심지인 국회도 자리 잡고 있어 하루평균 유동인구가 21만 명이 넘는다. 여의도 증권가에서 계속 확진자가 나오자 금융 업무가 마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일부 증권사는 부서원 전체가 자가격리 대상이 되면서 관련 업무를 처리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했다.
○‘3밀(密)’에 취약한 여의도
서울 여의도백화점 지하의 한 유명 음식점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처음 나온 것은 지난 2일. 10여 일 지난 14일까지 이 식당을 통해 감염된 것으로 밝혀진 인원만 70명에 이른다. 이번 집단감염으로 800여 명이 검사를 받았다. 서울시 관계자는 “앞으로 검사를 해야 하는 식당 방문자가 7000명을 넘는다”고 말했다.이 유명 식당의 집단감염 사태는 여의도가 얼마나 감염병에 취약한 환경인지를 보여준다는 게 감염병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여의도는 직장인이 몰려 있어 인구 밀집도가 높은데, 많은 식당들은 환기가 잘 안 되는 지하 아케이드에 있다. 집단감염이 발생한 식당도 거리두기 등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방역당국은 파악하고 있다.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여의도 금융사는 신한금융투자, 한국투자증권, 하나금융투자, 키움증권, 현대차증권 등 10여 곳에 이른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증권사가 비상근무체제에 들어갔다.
한국투자증권은 3개 조로 나눠 순환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NH투자증권은 각 부서의 필수 업무인력 30% 이상은 재택근무를 하도록 했다. 한국거래소와 한국예탁결제원은 재택근무자 비율을 30%에서 50%로 늘렸다. 일부 증권사는 외부 식당에서 식사하는 것을 금지하고 도시락을 나눠주고 있다.
영등포구는 최근 여의도에 있는 35개 금융사에 공문을 보내 코로나19 검사를 받을 것을 권고했다. 검사 대상만 2만7973명이다. 구가 임의로 금융사 순번을 정했고 15일부터 20일까지는 NH투자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 한양증권 직원들이 대상이다. 다음달 20일까지 검사가 이뤄진다.다만 검사는 권고 사항이어서 강제성은 없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구로부터 우리 순번이 언제인지 자세한 설명을 듣지 못했다”며 “권고를 받아들일지 내부 논의 중”이라고 했다. 영등포구는 지난 12일부터 여의도 임시선별진료소를 평일은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주말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하고 있다.
○벌써부터 증권사 업무 차질?
증권사 관계자들은 이번 사태로 업무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았다. 주식 운용 부서의 경우 그나마 상황이 나은 편이지만 부동산 등 대체투자 부서는 벌써부터 어려움을 겪고 있다.12~13일 한 대형증권사에서는 채권 거래 담당부서가 있는 층 전원이 격리 대상이 되면서 운용사들의 채권 거래 주문을 체결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채권은 주식과 달리 거래 시 증거금률 등 까다로운 조건이 있어 증권사를 통해 매매하는 사례가 많다.대체투자 부서도 비상이다. 예를 들어 부동산은 주식처럼 공인된 거래소에서 전산화된 시스템을 통해 거래할 수 없다. 이해 관계자들이 직접 만나야만 협상할 수 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부동산 사업은 비대면으로 하기가 어렵다”며 “서류에 날인해야 할 때도 다 같이 모일 수가 없으니 서류를 운용사, 시행사, 신탁사 순으로 퀵서비스로 돌려가며 도장을 찍고 있다”고 말했다. 한 대형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기업 탐방과 운용사와의 미팅은 콘퍼런스콜로 대체할 수 있어 오히려 시간을 절약하는 측면이 있다”며 “하지만 계속해서 사람들을 만나지 못할 경우 보고서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태훈/이슬기/고재연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