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MB) 정권 시절 주류 인사들이 야권의 대선 레이스를 앞두고 전면에 나서고 있다. 정권 교체의 노하우와 중도실용의 정체성이 부각되면서 몸값이 급등한 모양새다.
물론, 이 전 대통령의 구속과 함께 핵심 인사들이 뿔뿔이 흩어지고, 국민의힘 내 계파 구별도 큰 의미가 없어진 터라 이들의 움직임은 집단이 아닌 각개 약진에 가깝다는 평가다.
이명박 정부에서 청와대 비서실장과 고용노동부 장관을 지낸 임태희 전 의원은 당 대선 공약을 총괄할 '대선공약기구' 대표 격에 내정됐다. 김은혜 의원은 당 홍보 전반을 책임지는 홍보본부장으로 임명됐다.
MBC 기자 출신인 김 의원은 이명박 정부의 청와대 부대변인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이날 국민의힘에 전격 입당한 최재형 전 감사원장 캠프에는 MB계로 분류됐던 김영우 전 의원이 총괄 격인 상황실장을 맡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의 서울시장 시절 정무비서관,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 부대변인을 지낸 조해진 의원도 최재형 캠프에 합류할 것으로 전망된다.
MB 청와대 출신인 김재윤 전 국정홍보비서관, 김기철 전 춘추관 행정관도 캠프에 합류한다.
정의화 전 국회의장과 일했던 이수원 전 국회의장 비서실장, 이명우 전 국회의장 정무수석도 동승할 것으로 보인다. 조해진 의원은 16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MB 정부가 만들어놓은 인재풀에는 정권 교체 경험과 더불어 금융위기 극복 등 다양한 국정을 경험한 사람들이 많다"며 "다음 정권이 탄생하는데 기여할 사람들을 많이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야권의 유력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정계 입문을 도운 정진석·권성동 의원도 모두 MB계 핵심으로 꼽히던 인사다.
이들 외에도 MB 청와대 출신 상당수가 윤 전 총장을 실무적으로 돕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승완 전 청와대 총무2비서관, 채성령 전 행정관이 대표적이다.
캠프에서 정무 총괄 역할을 맡은 김성현 전 남경필 의원 보좌관도 MB계로 분류된다.
당 관계자는 16일 "정권교체 DNA가 있는 친이계는 수도권 출신·중도적 성향이 더 많아 최근 시대적 흐름과도 잘 맞는다"며 "정통 보수에 가까웠던 친박계가 국정 농단 사태로 이미지가 훼손된 상황에서 친이계가 더 부각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 전 대통령이 각종 비위로 구속되면서 대중적 호감도가 높지 않기 때문에 이를 전략적으로 의식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한 MB계 인사는 "능력은 뛰어나지만, MB의 상징성과 함께 부정적 이미지가 부각되는 사람들도 있다"며 "당장은 물밑에서 역할을 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