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 브랜드 BYC가 끝까지 고수하는 핵심 가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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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CMO Insight 「케이스스터디」BYC는 국내 대표 속옷 브랜드다. 최근 이들을 포함한 속옷 전문업체들이 위기를 맞았다. ‘탈코르셋’이라는 사회·문화적 변화와 재택근무 확산으로 여성들이 예쁜 속옷보다 편안한 속옷을 찾고 있어서다.
MZ세대 겨냥한 다양한 마케팅 선봬
편안한 속옷 트렌드 맞춘 제품 출시
‘품질좋고 저렴한 속옷’ 핵심 가치 고수
BYC는 이런 트렌드에 맞는 편안한 속옷 제품을 내놓기 시작했다. 여성을 위한 사각팬티 ‘보디드라이’와 와이어와 패드가 없는 편한 브래지어인 브라렛 신제품을 선보였다. 광고도 시대 흐름에 맞춰 바꿨다. 기존 광고에선 모델이 속옷을 입고 몸매를 보여줬다. 그러나 최근엔 모델이 제품을 손에 들거나 옷걸이에 걸어놓고 광고를 찍는다.
BYC가 지난 4월 MZ세대(밀레니얼+Z세대)들을 겨냥해 출시한 쿨웨어 보디드라이는 6월 한달 간 매출이 지난 달 대비해 25.8% 증가했다.
보디드라이는 특수 제작한 고급 냉감 소재로 만든 기능성 쿨웨어로, 활동이 많아지는 봄여름 쾌적함을 유지할 수 있도록 다양한 스타일의 제품들을 선보여 인기를 얻고 있다.
상황 1 소비자는 편안한 속옷을 원한다
도전 1 여성 사각팬티 등 스타일 속옷 출시
지난달 보디가드, YES, 섹시쿠키 등 속옷 브랜드를 가지고 있는 좋은사람들은 서울회생법원에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속옷업계에서는 좋은사람들의 몰락은 국내 속옷 전문업체들의 위기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해석했다. ‘탈코르셋’이라는 사회·문화적 변화와 재택근무 확산으로 여성들이 편안한 속옷을 찾았다. 이 시장을 공략한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자주(JAJU), 유니클로 등 SPA(제조·직매형 의류) 업체들이 속옷 시장에서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BYC는 이런 시대의 흐름에 뒤처지지 않도록 노력했다. MZ세대를 겨냥해 제품군을 더욱 다양하게 생산했다. 편안하면서도 개성 있는 패션을 좋아하는 MZ세대들의 성향에 맞춰 나시, 반팔, 긴팔 등 속옷 같지 않은 제품을 만들었다.
이어 와이드핏, 조거팬츠, 숏츠 등 다양한 스타일과 색감으로 겉옷 느낌을 살린 제품들을 제작했다. 일상복과 매치하기 쉬운 스타일로 애슬레저룩, 원마일패션 등을 자연스럽게 매치할 수 있도록 속옷을 만든 것이다.
상황 2 SPA브랜드의 진격
도전 2 기능성 속옷 대거 출시
유니클로, 자주 등 SPA(제조·직매형 의류) 업체들은 2010년대부터 편안한 속옷이란 트렌드를 발빠르게 포착, 속옷 시장을 잠식해왔다. 최근 이들이 선보인 여성용 사각팬티, 트렁크 등은 인기가 높다.BYC는 이런 편안한 속옷 시장을 공략해 대항마인 ‘보디드라이’ 제품을 출시했다. 보디드라이는 재질에 초점을 맞췄다. 여름에 적합한 소재로 흡습속건 기능, 부드러운 터치감, 뛰어난 통풍, 가벼운 착용감 등 제품 관리에 초점을 맞췄다.
인기에 힘입어 올해 2021년형 보디드라이 아린쿨웨어도 일상복과 쉽고 다양하게 매치해 입을 수 있도록 색상·디자인 등을 개선한 24개 품목으로 2배 이상 늘렸다. 생산 수량도 지난해 대비 5배 이상 확대했다.
상황 3 속옷 브랜드라는 한계
도전 3 콜라보레이션으로 인지도↑
BYC는 1946년에 창립한 브랜드다. 소비의 중심축으로 성장하는 젊은 세대들은 BYC라는 브랜드 인지도가 낮았다. BYC는 MZ세대들을 타깃으로 한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오랜 역사를 지닌 브랜드인 만큼 고정된 이미지를 벗어나 젊은 세대들과 친밀함을 가질 수 있도록 재미있고 유연한 마케팅을 기획했다.
BYC는 제품 콜라보레이션을 기획해 소비자와 소통했다. BYC는 편의점 CU와 손잡고 수제맥주 백양BYC 비엔나라거를 출시했다. 이 상품은 2회차 발주 만에 초도 물량 약 40만개가 모두 소진됐다. 판매율은 3일 만에 80%가 넘었다.
작년에는 흥행작의 CGV와 협력해 BYC 전용관을 기획하는 마케팅을 시작했다. 이어 육포 브랜드 질러와 함께한 DIY팬티, CU와 콜라보한 이색 빼빼로 등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새로움과 즐거움을 전해주고자 노력했다.
BYC는 전속모델인 오마이걸 아린을 고용해 홍보 활동을 하고 있다. 홍보 채널도 기존 TV 광고 중심에서 SNS 등으로 넓혔다.
BYC는 아린과 함께한 광고 영상을 유튜브나 공식 인스타그램 등 SNS를 통해 노출하고, 자사 온라인 쇼핑몰과 연계한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했다. BYC 관계자는 “MZ세대들에게 BYC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심어주려는 노력”이라고 말했다.
■ 마케터를 위한 포인트
BYC는 창립 70년이 지난 장수 기업이다. 소비자의 신뢰가 두터운 반면 오래됐다는 인상을 준다.BYC는 우선 속옷업체라는 업의 본질에 초점을 맞췄다. 좋은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소비자에게 제공한다는 기본 철학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시대의 흐름에 뒤처지지 않도록 끊임없는 제품 개발을 통해 ‘보디드라이’를 제작하고 MZ세대를 겨냥한 편안한 속옷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이어 새롭게 세운 브랜드 가치를 전달하기 위해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 등 SNS를 통한 온라인 마케팅을 강화했다.
마지막으로 MZ세대가 선호하는 브랜드와 협업도 추진했다.
BYC관계자는 “품질 좋고 저렴한 속옷이라는 핵심 가치에서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사회 변화에 발맞춰 디자인과 재질 등을 다양화했다”며 “늘 옷장 속에 남아있는 친근하면서도 기본을 지키는 브랜드로 남고자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정철 기자
■ 전문가 코멘트
□ 천성용 단국대 교수
최근 재미있고 기발한 콜라보 제품들이 화제다. 사례에 소개된 BYC 콜라보 제품 외에도 대한제분과 CU가 콜라보한 ‘곰표 밀맥주’, 교촌과 뚜레주르가 콜라보한 ‘교촌 오리지널 고로케’, 의류브랜드 폴햄과 해태제과가 콜라보한 ‘폴햄 맛동산 티셔츠’ 등 신선한 아이디어 제품들이 넘쳐난다.
우리가 이렇게 콜라보 제품이라고 부르는 것을 마케팅 교과서에서는 “Co-Branding” 전략이라고 부른다. Co-Branding은 마케팅의 전통적인 브랜드 스폰서십(Brand Sponsorship) 유형 중 하나로, 보통 하나의 제품에 두개의 서로 다른 브랜드가 공동으로 이름을 붙이고 함께 협력하는 마케팅 전략을 말한다.
Co-Branding의 기본적인 목표는 물론 ‘고객 확장’이다. 콜라보 제품이 성공하면, 협력 브랜드 고객들을 우리 브랜드의 새로운 고객으로 유인할 수 있다. 또 다른 목표는 콜라보 제품을 통해 우리 브랜드에 대한 선호도와 긍정적 태도를 더 ‘강화’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재미있고 신선한 콜라보 제품이 우리 브랜드를 더욱 좋아하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최근 국내 콜라보 제품들이 인기가 많은 이유도 Co-Branding 아이디어가 매우 기발하거나 유머러스 하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이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두 브랜드의 독특한 콜라보는 가끔 웃음이 나올 정도로 재미있다. BYC의 경우에도 속옷 브랜드에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BYC 빼빼로, BYC 맥주, BYC 육포 등의 제품을 내놓아 소비자들에게 새로움과 즐거움을 전달했다.
유머러스한 콜라보 제품의 성공은 ‘정서적 반응 이론’으로도 설명 가능하다. 정서적 반응 이론은 소비자가 어떤 메시지에 노출되었을 때 자연스럽게 가질 수 있는 느낌(feelings), 혹은 감정(emotion)이 광고 태도, 브랜드 태도로 전이될 수 있음을 설명한다.
재미있는 콜라보 제품 역시 소비자들에게 웃음, 즐거움 등 긍정적 감정을 유도하고, 이러한 감정이 다시 해당 브랜드에 대한 긍정적 태도를 형성하게 한다. 친구, 동료들과 함께 재치 있는 콜라보 제품을 소비하면서 느끼는 재미, 희귀한 콜라보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기꺼이 원정을 떠나는 일 등은 모두 즐겁고 신선한 감정을 유발한다. 이 긍정적 감정이 콜라보 브랜드 자체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로 전이되는 것이다.
물론, 주의할 점도 있다. Co-Branding의 특성 상 협업 브랜드에서 부정적 사건, 뉴스가 발생할 경우, 우리 브랜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또한 자칫 일관성 없는 무분별한 콜라보 제품들이 우리 브랜드만의 고유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훼손할 수도 있다.
최근 지나치게 많은 콜라보 제품이 등장하는 것에도 주의할 필요가 있다. ‘향기’가 난다고 모두 ‘장미’는 아닌 것처럼, 단지 트렌디한 콜라보 제품을 내놓는다고 해서 항상 긍정적인 소비자들의 반응을 기대할 수는 없다. 요즘 시장에는 콜라보 제품들이 넘쳐나기 때문에, 더 이상 신선하다는 이유만으로 소비자의 눈길을 사로잡기는 힘들다. 이제 콜라보 제품 마케터들도 다른 콜라보 제품들과 다르게 어떻게 차별화할지, 그리고 콜라보 제품을 통해 결과적으로 기존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어떻게 강화할지에 대해 보다 체계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 최현자 서울대 교수
BYC가 창립한 지 70년이 됐다니 정말 장수 기업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필자와 가족들도 오랜 세월 BYC 제품을 이용해왔던 기억을 되살려보면 긴 역사가 낯설지만도 않다.
BYC같은 올드 브랜드는 녹록치 않은 상황에 직면해 있다. 하루가 다르게 트렌드의 변화 속도가 빨라지고, 예상치 못했던 경쟁자들의 위협이 거세지며, 새로운 소비계층이 등장하고 있어서다.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지켜야 할지 선택이 필요하다. BYC는 새로운 전략을 선택함으로써 자연스럽게 과거의 것을 버렸다. 우선 마케팅에서 다른 기업들처럼 MZ세대에 주목했다. MZ세대가 익숙한 방식으로 그들에게 접근했다.
수제맥주 백양BYC 비엔나라거, CGV의 BYC 전용관, 육포 브랜드 질러와 함께한 DIY팬티, 이색 빼빼로 등이 바로 그것이다.
SNS를 통한 온라인 마케팅 강화 노력도 같은 맥락이다. 편안한 속옷 트렌드에 맞춘 제품을 선보인 것 역시 ‘버리기를 통한 변화의 노력’으로 풀이할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 BYC가 지키는 것도 있다. 바로 ‘품질 좋고 저렴한 속옷’이라는 핵심 가치다. 그 가치를 통해 늘 옷장에 남아 있는 친근하면서도 기본을 지키는 브랜드의 이미지를 고수하려 한다.BYC가 고수하려는 핵심 가치에 공감하지 않는 소비자가 늘어난다면 BYC의 핵심 가치 지키기 전략은 수정돼야 할 것이다. 그런 소비자가 얼마나 많은지, 얼마나 빠르게 늘고 있는지는 마케터가 예의주시해야 한다.
소비자의 한 사람으로서 필자는 BYC의 핵심 가치에 공감한다. 화려하지 않지만 오래가는 브랜드로 계속 성장해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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