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포먼스 마케팅, 이대론 안 된다
입력
수정
한경 CMO Insight 「한국의 마케터」“페이스북 광고만 돌려서 초기 마케팅을 완성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신동환 누트컴퍼니 대표
신동환 누트컴퍼니 대표는 “지금까지 익숙했던 퍼포먼스 마케팅 방식에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그는 “초기 스타트업들이 구글, 유튜브,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에 쓸 예산을 확보해놓고 광고를 돌리면 마케팅이 가능했다”며 “그래서 ‘돈만 넣으면 매출이 생긴다’라고 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제는 이런 방식의 마케팅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신 대표는 지적했다.
신 대표는 현재 서울대학교에서 기계공학과 벤처경영학을 전공하는 학부 4학년 학생이다. 대학 재학생 신분으로 스타트업 누트컴퍼니를 운영하고 있다.누트컴퍼니는 최근 시드머니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스타트업으로서 시장성 검증을 통과한 것이다.
Q: 퍼포먼스 마케팅, 변해야 하나
A: 변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금까지는 플랫폼을 정하고, 그 플랫폼에 올릴 콘텐츠 만들어서 한정된 예산으로 광고를 돌려보면서 광고 성과를 판단했다. 무한 AB테스트를 통해 효과적인 광고 이미지를 찾아내면 어느 정도 원하는 성과를 올릴 수 있었다.상황이 바뀌었다. 광고 효율이 예전같지 않다. 광고 단가는 높아졌지만 효과는 전보다 못하다.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채널이 생겨서 마케팅 전략을 수정해야 하는 일도 잦다.Q: 어떻게 해야 하나
A: 기존 방식처럼 몇 가지 마케팅 채널에 의존해서 예산을 집행해선 안 된다. 고객들에 의해 자연스럽게 바이럴 될 수 있는 요소들을 서비스 내 곳곳에 심어 둬야 한다. 그런 다음 바이럴 속도를 가속화하기 위해 여러 마케팅 채널을 ‘파도타기’ 하듯 유연하게 활용해야 한다.Q: 누트컴퍼니를 소개하면
A: 처음엔 대학생을 위한 종이 노트를 제작했다. 지금은 커뮤니티 기반 디지털 에셋 C2C 오픈마켓이다. 그러니까 제조업을 하다가 피보팅한 것이다.화학과 학생들이 자신들이 사용하기에 최적화된 노트가 없다는 불만을 하는 것을 듣고 그들에게 딱맞는 노트를 만들게 됐다. 해외엔 그런 노트가 있는데 우리나라엔 없었다. 시제품 만들어서 팔았더니 반응이 좋았다.
컴퓨터공학, 패션 디자인 등 다른 전공에서도 수요가 있었다. 5개 전공별 노트를 만들었고 일반 노트도 서너 종을 제작했다.
Q: 피보팅 계기는
A: 종이 노트 사용자들이 디지털 버전으로 만들어달라는 요청을 했다. 태블릿에서 쓸 수 있는 노트를 원했다. 2019년 하반기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 그런 요구가 계속 증가했다.곧 바로 시장을 탐색했다. 태블릿으로 필기하는 학생들이 정말 많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해외에선 이런 니즈를 충족시키는 이미지 디자이너들이 많았고 ‘디지털 문방구’도 있었다.
누트컴퍼니는 단순한 오픈마켓 서비스가 아닌 ‘MZ세대를 위한 디지털 문방구’를 지향한다.
Q: 시장 규모가 작지 않나
A: 처음엔 시장이 커서 시작한 게 아니었다. 소비자들의 니즈가 있어서 시작했다. 그런 니즈를 충족시켜줄 디자이너들이 입점해서 자신의 디지털 콘텐츠를 팔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자는 생각이었다.그런데 예상보다 훨씬 시장이 크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있다. 태블릿 필기는 이전까지는 2030의 전유물 같았다. 코로나19로 10대가 비대면 환경으로 공부를 하게 되면서 태블릿 필기를 많이 이용하게 됐다.
20대의 경우 초중반은 대학생활을 위해서, 후반은 직장생활이나 자기계발에 필요해서 누트컴퍼니의 콘텐츠를 구매한다.
3050은 어린아이를 위한 콘텐츠에 대한 지불용의가 두드러진다. 아이들이 태블릿으로 색칠공부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많이 구매한다.
개인간(C2C) 시각 콘텐츠 거래를 위한 마켓의 시장성에 대해 확신이 생겼다. 향후 해외 소비자로까지 확장도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Q: 마케팅 전략은
A: 입점 작가님이 100명을 넘으면서부터 두 가지에 집중하고 있다. 첫째 누트컴퍼니에 만족하시는 입점 작가님께서 다른 작가님들을 초대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둘째 누트컴퍼니가 직접 고객 대상 마케팅을 진행하기 보다 작가님의 팔로워들을 잠재고객으로 확보하는 방식이다.
마케팅을 작가님들과 함께 하면서 성장속도가 더 빨라지고 있다. 50대 작가님이 입점하신 후 그 분을 통해 4050 작가님 10여명이 입점했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Q: 작가와의 마케팅의 예는
A: 입점 작가님들이 누트컴퍼니에 기대하시는 마케팅 액션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려고 애쓴다. 신규 고객들에게 쿠폰 혜택을 제공할 수 있는데 그 예산을 활용해 입점 작가님들께 자유롭게 활용하실 수 있는 쿠폰을 제공했다.작가님들이 팔로워들에게 쿠폰을 나눠주는 이벤트를 진행하셨다. 작가님들을 통해 신규 고객 확보와 서비스 홍보 효과를 동시에 얻었다.
입점 작가님들을 비대면으로 만나 소통하는 ‘셀러터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누트컴퍼니가 하고 싶은 기획이 아니라 작가님들이 바라는 기획이 무엇인지를 알기 위해 마련했다.
■ Interviewer 한 마디
신동환 대표는 퍼포먼스 마케팅 방식이 기존 방식으로는 안 된다고 힘주어 말했다. 마케팅 실무 경험에서 나온 자신있는 주장이었다.그러면서 빠르게 바뀌는 마케팅 환경에 맞춰 ‘파도타기’를 할 때와 같은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누트컴퍼니는 이제 막 출발한 스타트업이라서 이런 유연성을 확보하기가 수월하다.
기성 기업의 마케터라면 유연성 확보를 위해 조직 내에서 남다른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그들의 노력을 응원한다.장경영 선임기자
마케터를 위한 지식·정보 플랫폼
■ 한경 CMO 인사이트 구독하기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956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