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옵티머스"·이낙연 "혜경궁"…이명박-박근혜 데자뷔?

사진=연합뉴스
여권 1·2위 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와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간 검증공방이 점입가경으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상대 후보의 배우자나 측근 등의 의혹까지 들춰내면서 본경선 초반부터 네거티브 공방이 뜨겁게 달아올랐는데요. 정치권에서는 14년 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맞붙은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이 연상된다는 말조차 나옵니다.

이 지사는 지난 14일 CBS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이 전 대표 측의 ‘옵티머스 연루 의혹’을 꺼내들었습니다. 이 지사는 이 전 대표를 겨냥해 “본인의 주변을 먼저 돌아보셔야 한다”며 “(이 전 대표가)그런 부분에 대해서 먼저 소명을 하셔야 될 입장인데 뜬금없이 아무 관계도 없는 저희 가족들을 걸고 넘어지니까 좀 당황스럽다”고 했습니다.옵티머스 사태는 손실 위험이 거의 없는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한다고 모집한 5000억원이 넘는 자금이 부실 부동산업체 등으로 빼돌려진 사상 최악의 펀드 사기 사건입니다.

앞서 지난해 12월 이 전 대표가 당대표로 있던 당시 부실장을 지냈던 이모씨는 옵티머스자산운용 관계사인 트러스트올로부터 지원을 받은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던 중 극단적 선택으로 사망했습니다. 이씨는 옵티머스 측 브로커들로부터 개인 사무실에 필요한 1000만원 상당의 사무기기 등을 지원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었습니다.

이 지사가 갑자기 옵티머스를 언급한 건 자신과 배우자를 둘러싼 논란이 불거지는 것과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 나옵니다.이낙연 캠프 정운현 공보단장은 지난 11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 부인 김건희씨에게 제기된 의혹과 관련해 ‘결혼하기 전 벌어진 일은 후보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이 지사 인터뷰를 언급하면서 “대통령 부인은 공인인데 검증할 필요가 없다니. 혹시 ‘혜경궁 김씨’ 건과 본인의 논문 표절 건으로 불똥이 튀는 걸 우려하는 건 아닐까. ‘쥴리’는 든든한 호위무사가 생겨서 좋겠다”고 쏘아붙였습니다.

혜경궁 김씨 사건은 2018년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 때 한 트위터 계정이 문재인 대통령과 후보였던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을 비방한 것과 관련돼 있습니다. 당시 일부 SNS와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해당 계정 주인이 이 지사의 부인인 김혜경씨라는 의혹이 제기됐었습니다.

그런가하면 이낙연계 좌장인 설훈 의원은 지난 15일 이 지사의 ‘형수 욕설’ 논란을 들며 “여성들에게 치명타로, 어떤 여성들은 ‘겁난다’는 얘기도 한다”고도 했습니다.
이처럼 이 지사와 이 전 대표 간 공방이 ‘사생활 검증’ 양상으로 흘러가자 본경선 이후 후유증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습니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이 대표적 사례입니다.

당시 1위였던 이명박 후보를 쫓는 입장이었던 박근혜 후보는 도곡동 땅과 BBK, 다스 관련 의혹 등을 거론하며 집요하게 이 후보의 재산형성 과정을 물고 늘어졌습니다.

이에 대해 이 후보는 박 후보와 최태민 일가의 관계를 거론하며 역공에 나섰습니다. 이명박 캠프에서는 “박 후보가 최태민과 그의 딸 최 아무개의 허수아비에 불과하다”는 폭로 기자회견도 열었습니다.그로부터 불과 10여년 뒤, 당시 두 후보가 서로를 향해 제기했던 의혹들은 상당수 사실로 밝혀졌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다스 횡령과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2018년 구속돼 징역 17년형과 벌금 130억원 등을 선고받고 수감 중입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최태민씨 딸인 최순실씨가 연루된 국정농단 의혹으로 헌정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을 겪었습니다. 박 전 대통령은 2017년 뇌물수수와 직권남용 등 혐의로 구속돼 수감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최근 SNS상에서는 이 지사와 이 전 대표의 공방을 두고 14년전 '이명박-박근혜 공방'을 재조명한 방송자료를 합성한 사진까지 나돌고 있습니다. 폭로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는 민주당 경선의 결말이 어떻게 될지는 그때와 마찬가지로 결국 역사가 판단해 줄 것입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