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당국 "입점업체 잘못도 아마존이 책임져라"
입력
수정
지면A11
빅테크 전방위로 압박미국 소비자안전 당국이 “아마존이 소비자에게 심각한 부상이나 사망을 초래할 수 있는 위험 제품을 팔았다”며 아마존에 리콜을 명령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특히 해당 제품은 아마존이 직접 판매하는 게 아니라 외부 업체가 아마존을 통해서 판 물건인데도 당국은 아마존에 포괄적인 책임을 물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소비자 안전과 관련해 온라인 쇼핑몰의 책임을 광범위하게 인정한 것으로, 미 정치권에서 득세하고 있는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 손보기’의 연장선으로 분석된다.미 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CPSC)는 지난 14일 “세계 최대 소매업체인 아마존을 상대로 아마존에서 팔리는 잠재적 위험 제품에 대한 리콜 책임을 인정하도록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에는 4명의 위원 중 3명이 찬성하고 1명이 반대했다.소비자위는 아마존에서 물에 빠지면 감전 위험이 있는 헤어드라이어 40만 개, 경보가 제대로 울리지 않는 불량 일산화탄소 감지기 2만4000개, 불 붙기 쉬운 어린이 잠옷 등이 팔린 것으로 조사됐다고 지적했다.
불 붙기 쉬운 어린이 잠옷
감전 위험있는 헤어 드라이어
입점업체가 판 수십만개 상품
소비자안전委, 전면 리콜 명령
아마존 "위험성 통보받은 뒤
판매 중단 등 이미 조치" 항의
이들 제품은 아마존에 입점한 외부 업체들이 판 것이다. 외부 업체 중 상당수는 외국 업체다. 아마존은 억울해하는 분위기다. 아마존은 소비자위로부터 해당 제품의 위험성을 통보받은 뒤 판매를 중단하고 소비자들에게 위험성을 알렸다. 이미 팔린 제품에 대해선 환불 조치에 나섰다고 밝혔다. 리콜 처리 역량을 확대하겠다고 소비자위에 제안했지만 거절당했다고도 했다. 아마존은 성명에서 “우리는 소비자위가 왜 제안을 거부하고 우리가 이미 취한 조치와 거의 전적으로 중복되는 조치를 하라는 소송을 냈는지 잘 모르겠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반면 소비자위는 아마존의 조치가 문제를 바로잡기에 “불충분하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아마존이 문제가 된 제품 판매를 중단하는 것은 물론 전면적인 리콜을 하고 이미 반품된 물건은 전량 폐기처분할 것을 요구했다. 소비자위는 “아마존은 그 제품들에 대해 법적으로 리콜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소비자위의 이날 결정은 온라인 쇼핑몰에서 팔리는 제품에 대해 실제 판매자가 누구인지 상관없이 해당 쇼핑몰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미여서 향후 법정 공방이 예상된다. CNN은 이번 조치에 대해 보통 소송까지는 가지 않는 소비자위로서는 대단히 공격적인 행보라고 평가했다.
민주당 소속 리처드 블루먼솔 상원 소비자안전위원장은 성명을 통해 “이번 소송은 미국인을 위태롭게 하는, 위험하거나 결함 있는 물건을 아마존이나 다른 온라인 쇼핑몰이 알고도 파는 행위는 결코 용납되지 않을 것이란 메시지를 준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미 정치권에서 빅테크에 대한 압박이 확산하는 가운데 나왔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0일 경쟁 촉진과 독점적 관행 단속, 소비자 권익 확대 등을 지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한국의 공정거래위원회에 해당하는 연방거래위원회(FTC) 수장엔 ‘아마존 킬러’로 불리는 리나 칸을 임명했다. 미 하원에선 플랫폼 사업자가 다른 사업을 소유·통제하는 걸 막는 ‘플랫폼 독점 종식 법안’이 발의됐다. 유타주 뉴욕주 등 36개 주와 워싱턴DC는 앱 개발자에게 과도한 수수료를 부과한다는 이유로 구글을 제소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