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서 탈출한 곰 죽이지 말아주세요"…초등학생의 청원

초4 학생들 "대통령님, 살려주세요. 지켜주세요"
"마취총으로 잡아서 동물원에 보내주세요"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 사진=연합뉴스

"용인시에서 탈출한 곰을 죽이지 말아주세요"

지난 15일 경기 수원시 장안구의 한 초등학교 4학년 학생들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린 글의 제목이다. 지난 6일 경기 용인시에서 탈출한 곰을 사살하지 말아 달라는 것이다.

학생들은 "우리는 OO초등학교 4학년 2반 학생들입니다. 사회 시간에 주민 참여에 대해 배웠고 국어 시간에 마음 읽기에 대해서도 공부했습니다"라고 소개했다.

이어 "얼마 전 용인에서 도망친 곰에 대한 기사를 통해 도망치는 곰의 마음을 읽어보았습니다. 주민들 입장에서는 곰에 의해 다칠까 봐 많이 겁이 날 것 같아요"라며 "하지만 곰의 입장에서는 지금 많이 행복하기도 하고 다시 잡히고 싶지 않을 것 같아요"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선생님께서 곰 사육장에서 곰을 어떻게 괴롭히는지 알려주셨어요. 또 아직 잡히지 않은 곰은 발견 즉시 죽인다고 하셨습니다"라며 "인간의 입장에서 필요하다고, 살아있는 곰을 그렇게 하는 것은 서서히 죽이는 행동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덧붙였다.

학생들은 "대통령님 태어나서 처음으로 자유를 만난 곰을 죽이지 말아주세요. 살려주세요. 지켜주세요"라며 "우리 반 친구들이 곰을 살릴 수 있는 방법으로, 마취총으로 잡아서 넓은 동물원에서 편안하게 살 수 있게 했으면 좋겠다고 의견을 모았어요"라고 전했다.

앞서 지난 6일 경기 용인시 전원주택 마을의 한 농장에서 반달가슴곰 두 마리가 탈출했다. 한 마리는 당일 사살됐지만 한 마리의 행방은 오리무중인 상황. 이에 주민들은 문을 걸어 잠그고 불안에 떨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용인시, 환경부, 경기도, 국립공원공단 관계자들이 지난 8일 반달가슴곰 2마리가 탈출한 용인의 한 곰 사육농장을 살펴보고 있다. 1마리는 지난 6일 탈출 당일 사살됐고, 1마리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 사진=연합뉴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