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윤석열 사드발언' 반박 中대사에 "입장표명 신중해야"

'대선개입·외교결례' 논란 일자 지적…"사드관련 정부 입장 불변"
정부가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입장을 공개 반박한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에게 신중히 발언할 것을 요청했다. 윤 전 총장이 언론 인터뷰에서 중국 정부 입장과 배치되는 발언을 하고, 싱 대사가 이를 지적하면서 중국이 대선에 개입하려는 게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기 때문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17일 "주재국 정치인의 발언에 대한 외국 공관의 공개적 입장 표명은 양국 관계 발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는 싱 대사가 지난 16일 중앙일보에 기고한 '윤석열 인터뷰에 대한 반론'에 대한 외교부 입장이다. 앞서 윤 전 총장은 지난 15일 이 매체와 인터뷰에서 '수평적 대중관계'를 주문하며 "(중국이) 사드 배치 철회를 주장하려면 자국 국경 인근에 배치한 장거리 레이더 먼저 철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싱 대사는 기고에서 중국의 레이더는 한국에 위협이 되지 않으며 박근혜 정부 당시 배치한 사드가 중국의 안보 이익과 양국 간 전략적 상호 신뢰를 해쳤다고 지적했다.

야권 유력 대선주자에 대한 반박을 두고 대선 개입이자 외교적 결례라는 비판이 일각에서 제기됐으며, 국민의힘 박진 의원은 외교부를 향해 "중국 공식 입장인지 확인하고 항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외교부는 외국의 대사가 한국 정부 당국자도 아닌 정치인의 발언에 이처럼 대응해 논란을 일으키는 게 양국관계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주한중국대사관 측에 이 같은 입장을 전달했다.

싱 대사의 기고가 중국 정부 승인에 따른 것인지, 사드에 대한 중국 정부의 기본 입장을 설명해야겠다는 싱 대사 개인 판단에 따른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중국 외교관들은 자국에 대한 비판에 공세적으로 대응하는 '전랑(戰狼·늑대 전사) 외교'를 펼치고 있으며, 싱 대사는 지난 5월에도 한미정상회담 공동성명에 '대만 해협' 문제가 언급된 것을 두고 언론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적이 있다. 한편 외교부 당국자는 "사드 배치에 대한 우리 정부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재확인했다.

한국에 배치된 사드 체계는 북한 핵·미사일 위협 대응이라는 본래 배치 목적에 따라 제3국을 겨냥하지 않으며 중국의 전략적 안보 이익을 해치지 않는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