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성에 공정성까지 도마…'들쑥날쑥' 여론조사

여론조사 기관·조사 방식 따라 천차만별

여야 대권주자들이 본격적인 레이스에 뛰어든 가운데 민심의 풍향계로 불리는 여론조사가 도마 위에 올랐다. 각 대권주자 지지율이 조사 기관이나 방식에 따라 큰 편차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가상 양자대결이냐, 다자대결이냐에 따라서도 차이가 난다.

여론조사가 민심을 반영하는 게 아니라, 되레 특정 주자에 우호적인 방향으로 여론을 조장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신뢰성 차원을 넘어 공정성까지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여론조사업체 PNR리서치가 머니투데이 등의 의뢰로 매주 일요일 발표해온 대권주자 지지율 조사 결과를 지난 11일 발표하지 않은 것을 놓고서도 뒷말이 나온다.

해당 여론조사에서 고공행진을 벌이던 윤석열 전 검찰총장 측은 더불어민주당 특정후보 측과 그 지지자들의 항의로 조사가 중단됐다고 주장했고, 민주당은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PNR리서치는 지난 6월 국민의힘 전당대회 국면에서 수차례 여론조사를 진행하면서 특정 후보를 띄어주는 것 아니냐는 당권주자들의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다.

한 여론조사 업체 관계자는 18일 통화에서 "수십 년간 업계에 몸을 담았지만, 갑자기 여론조사를 중단하는 것은 참 보기 힘든 현상"이라고 평가했다.

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가 윤 전 총장과의 가상 양자대결에서 처음으로 앞섰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놓고서도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조사업체인 윈지코리아 박시영 대표와 이근형 전 대표는 친문 인사로 알려졌다.

이근형 전 대표는 지난해 총선 때 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으로서 공천을 관리한 바 있다.

박시영 대표는 지난 8일 페이스북에서 "이 양반, 너무 빨리 무너지면 재미없는데. 힘내라 윤석열! 이렇게 외쳐야 되나?"라고 적어 공정성 논란을 자초하기도 했다.

다른 여론조사 전문가는 "업체 대표가 대놓고 사적 의견을 표출하는 것은 전례가 없다"며 "보좌진, 정치평론가 출신들이 만든 여론조사 업체가 열댓 개인데 그러면서 '믿으라'고만 하니까 다른 업체의 신뢰성까지 의심받는다"라고 했다.
조사 방식에 따라서도 결과가 상이하다.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전화면접에서는 이재명 경기지사가, 자동응답(ARS)에서는 윤 전 총장이 우세한 흐름이 나타나곤 했다.

통상 기계음으로 진행되는 ARS 조사는 정치 무관심층 상당수가 응답하지 않고 전화를 끊는 경우가 많다.

반면에, 면접원이 적극적으로 응답을 유도하는 전화면접은 상대적으로 응답률이 높다.

배철호 리얼미터 수석전문위원은 통화에서 "이른바 '정치 고관여층'이 전화면접보다 ARS에서 참여율이 높기는 하다"며 "전화면접은 면접원에게 직접 응답을 해야해서 솔직성이 다소 떨어지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다자 대결에서 후보군을 몇 명까지 넣느냐도 변수가 된다. 후보가 많은 만큼 몇 명을 두고 여론조사를 벌이느냐에 따라 결과가 천차만별인 경우가 많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