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해부대 집단감염 현실화…軍, 감염병 위기관리·대응 소홀
입력
수정
우발사태 지침서에 감염병 없어…합참 "작년 6월 코로나 매뉴얼 시달"아덴만 인근에 파병된 청해부대 34진 문무대왕함(4천400t급)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대량 발생해 대규모 집단감염 우려가 현실이 됐다.이 함정에서는 18일 61명이 확진 판정을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15일 6명, 17일 1명에 이어 확진자는 모두 68명으로 늘었다.
검사 결과가 계속 나올 것인 만큼 확진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군 안팎에서는 300여명 승조원 가운데 대부분이 감염됐을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청해부대에서 초유의 대량 감염 사태가 발생한 데는 아프리카 현지 기항지에서 군수물자를 적재한 것이 하나의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국방부와 합참이 청해부대에 대한 '감염병 위기관리 및 대응'에 소홀한 것이 더 큰 요인이라는 비판이 강하게 제기된다.◇ 파병부대 우발사태 지침에 감염병 빠져…그때그때 '공문' 보내
군 안팎에서는 국방부와 합참의 '해외 파병부대 우발사태 지침서'에 감염병 위기관리 및 대처 부분은 빠져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지침서에는 무력 충돌 발생 때 대처 방안과 우방국 협조체계, 부대 철수, 재외국민 보호 등을 담고 있지만, 대규모 감염병 발생 시 대응 매뉴얼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이 지침서는 파병부대 우발사태 대응을 규정한 최상위 문서라 할 수 있다.정부 관계자는 "파병부대에 우발사태가 발생할 때는 그때마다 국방부와 합참 관련 부서에서 해당 부대로 '공문'을 내려보내고 있다"면서 "해당 부대는 시달된 공문 지침대로 시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국가위기관리 매뉴얼에도 파병부대 위기 대응 사태와 관련한 부분은 있지만, 감염병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적시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2005년 각종 위기 유형에 따른 위기관리 전 과정에서의 관련 기관의 임무와 역할을 규정한 '위기관리 표준 매뉴얼'에 따라 '위기대응 실무매뉴얼'을 만들었다.
분야별로는 ▲ 안보 94개 ▲ 재난 119개 ▲ 국가핵심기반 55개 ▲ 기타 4개로 구분했고, 안보 분야에는 북한 핵, 서해 북방한계선(NLL), 독도, 파병부대와 관련한 우발사태, 재외국민 보호, 테러 등이 포함됐다.
하지만, 당시에는 코로나19와 같이 전 세계를 강타한 감염병이 발생하지 않아 파병부대 감염병 위기관리 및 대응은 구체적으로 적시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다 국방부와 합참이 파병부대 감염병 사전 예방과 사후 대처할 수 있는 전체적인 매뉴얼을 작성해 관리하고 있는지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이런 매뉴얼에 따라 파병전 백신 접종은 당연하고, 여의치 않았을 경우 현지에 수송해서 접종할 수 있는 대책 등이 마련돼야 하기 때문이다.
감염병이 확산하고 백신을 접종할 상황이 안될 경우 중도에라도 즉각 임무를 교대해 국내로 이송하는 대안 등도 있어야 했다.
이에 합참 관계자는 "작년 6월 합참에서 해외 파병부대 코로나19 대응 매뉴얼을 만들어 하달했다"면서 "자세한 내용은 비밀이라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 백신 접종 대책도 없이 파병…환자 후송 대책도 더뎌
300여 명의 장병을 해외 파병하는 데 백신 사전 접종은 물론 파병 후 접종 대책도 마련하지 못한 군 당국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더구나 밀폐되고 환기 시설이 모두 연결된 함정을 파병하면서도 이런 대책을 마련하지 못했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청해부대 34진은 지난 2월 8일 출항했다.
국내에 처음 반입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초도물량이 같은 달 24일에야 도착했고, 26일 요양병원 환자 등을 대상으로 정부 차원의 백신접종이 개시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출항 전 접종'은 여의치 않았다.
그러나 지난 3월 국군양주병원을 시작으로 16개 군 병원에서 백신 접종을 시작했고, 4월 28일부터는 30세 이상 장병 가운데 지휘통제실과 비무장지대 감시초소(GP)와 일반전초(GOP) 등 전방 및 격오지 부대와 항공기·함정 등 필수 부대부터 접종이 이뤄졌다.
이 무렵, 백신을 맞지 못하고 떠난 청해부대에도 백신을 보급하는 대책을 세웠어야 하는데 방치한 셈이다.
군은 출항 전 유전자 증폭(PCR) 검사에서 이상이 없었고, 해상에 떠 있는 함정에서 코로나19가 발병할 소지가 없다고 판단해서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문무대왕함 장병은 출항 전까지 2주간 외부 접촉을 차단하고 1∼2월 PCR 검사를 두 차례 실시해 전원 음성 판정을 받았다.
지난 3월 청해부대 33진(최영함)과 임무를 교대할 때까지는 확진자가 없었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청해부대 34진이 최초 백신 접종 대상 포함 여부를 검토할 당시 원해에서 작전이 지속되는 임무 특성상 아나필락시스 등 예방 접종 후 이상 반응 발생 때 응급상황 대처가 제한되고, 함정 내에서는 백신 보관 기준의 충족이 제한된 것을 이유로 현지 접종이 곤란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여기에다 정부가 백신을 계약했을 당시 제조사가 국외 반출을 금지한 것도 현지 접종 곤란 사유였다고 군 관계자들은 전했다.
그러나 군함은 국제법상 소속 국가 영토로 간주하는 치외법권 지역으로 대한민국 영토로 간주한다.
이런 상황을 제조사에 충분히 인식시키고 현지 접종 계획을 수립했어야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후적 조치인 환자 후송 계획도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군은 공중급유수송기 2대를 현지에 파견해 청해부대원 전원을 국내로 수송할 계획이다.
그러나 지난 15일 확진자 첫 발생 사실이 국방부와 합참에 보고된 이후 아직 수송기는 뜨지 않고 있다.군 관계자들은 20개국 가까이 영공을 통과해야 하므로 외교 협조 등에 시일이 다소 지체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지난 15일 6명, 17일 1명에 이어 확진자는 모두 68명으로 늘었다.
검사 결과가 계속 나올 것인 만큼 확진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군 안팎에서는 300여명 승조원 가운데 대부분이 감염됐을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청해부대에서 초유의 대량 감염 사태가 발생한 데는 아프리카 현지 기항지에서 군수물자를 적재한 것이 하나의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국방부와 합참이 청해부대에 대한 '감염병 위기관리 및 대응'에 소홀한 것이 더 큰 요인이라는 비판이 강하게 제기된다.◇ 파병부대 우발사태 지침에 감염병 빠져…그때그때 '공문' 보내
군 안팎에서는 국방부와 합참의 '해외 파병부대 우발사태 지침서'에 감염병 위기관리 및 대처 부분은 빠져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지침서에는 무력 충돌 발생 때 대처 방안과 우방국 협조체계, 부대 철수, 재외국민 보호 등을 담고 있지만, 대규모 감염병 발생 시 대응 매뉴얼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이 지침서는 파병부대 우발사태 대응을 규정한 최상위 문서라 할 수 있다.정부 관계자는 "파병부대에 우발사태가 발생할 때는 그때마다 국방부와 합참 관련 부서에서 해당 부대로 '공문'을 내려보내고 있다"면서 "해당 부대는 시달된 공문 지침대로 시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국가위기관리 매뉴얼에도 파병부대 위기 대응 사태와 관련한 부분은 있지만, 감염병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적시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2005년 각종 위기 유형에 따른 위기관리 전 과정에서의 관련 기관의 임무와 역할을 규정한 '위기관리 표준 매뉴얼'에 따라 '위기대응 실무매뉴얼'을 만들었다.
분야별로는 ▲ 안보 94개 ▲ 재난 119개 ▲ 국가핵심기반 55개 ▲ 기타 4개로 구분했고, 안보 분야에는 북한 핵, 서해 북방한계선(NLL), 독도, 파병부대와 관련한 우발사태, 재외국민 보호, 테러 등이 포함됐다.
하지만, 당시에는 코로나19와 같이 전 세계를 강타한 감염병이 발생하지 않아 파병부대 감염병 위기관리 및 대응은 구체적으로 적시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다 국방부와 합참이 파병부대 감염병 사전 예방과 사후 대처할 수 있는 전체적인 매뉴얼을 작성해 관리하고 있는지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이런 매뉴얼에 따라 파병전 백신 접종은 당연하고, 여의치 않았을 경우 현지에 수송해서 접종할 수 있는 대책 등이 마련돼야 하기 때문이다.
감염병이 확산하고 백신을 접종할 상황이 안될 경우 중도에라도 즉각 임무를 교대해 국내로 이송하는 대안 등도 있어야 했다.
이에 합참 관계자는 "작년 6월 합참에서 해외 파병부대 코로나19 대응 매뉴얼을 만들어 하달했다"면서 "자세한 내용은 비밀이라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 백신 접종 대책도 없이 파병…환자 후송 대책도 더뎌
300여 명의 장병을 해외 파병하는 데 백신 사전 접종은 물론 파병 후 접종 대책도 마련하지 못한 군 당국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더구나 밀폐되고 환기 시설이 모두 연결된 함정을 파병하면서도 이런 대책을 마련하지 못했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청해부대 34진은 지난 2월 8일 출항했다.
국내에 처음 반입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초도물량이 같은 달 24일에야 도착했고, 26일 요양병원 환자 등을 대상으로 정부 차원의 백신접종이 개시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출항 전 접종'은 여의치 않았다.
그러나 지난 3월 국군양주병원을 시작으로 16개 군 병원에서 백신 접종을 시작했고, 4월 28일부터는 30세 이상 장병 가운데 지휘통제실과 비무장지대 감시초소(GP)와 일반전초(GOP) 등 전방 및 격오지 부대와 항공기·함정 등 필수 부대부터 접종이 이뤄졌다.
이 무렵, 백신을 맞지 못하고 떠난 청해부대에도 백신을 보급하는 대책을 세웠어야 하는데 방치한 셈이다.
군은 출항 전 유전자 증폭(PCR) 검사에서 이상이 없었고, 해상에 떠 있는 함정에서 코로나19가 발병할 소지가 없다고 판단해서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문무대왕함 장병은 출항 전까지 2주간 외부 접촉을 차단하고 1∼2월 PCR 검사를 두 차례 실시해 전원 음성 판정을 받았다.
지난 3월 청해부대 33진(최영함)과 임무를 교대할 때까지는 확진자가 없었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청해부대 34진이 최초 백신 접종 대상 포함 여부를 검토할 당시 원해에서 작전이 지속되는 임무 특성상 아나필락시스 등 예방 접종 후 이상 반응 발생 때 응급상황 대처가 제한되고, 함정 내에서는 백신 보관 기준의 충족이 제한된 것을 이유로 현지 접종이 곤란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여기에다 정부가 백신을 계약했을 당시 제조사가 국외 반출을 금지한 것도 현지 접종 곤란 사유였다고 군 관계자들은 전했다.
그러나 군함은 국제법상 소속 국가 영토로 간주하는 치외법권 지역으로 대한민국 영토로 간주한다.
이런 상황을 제조사에 충분히 인식시키고 현지 접종 계획을 수립했어야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후적 조치인 환자 후송 계획도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군은 공중급유수송기 2대를 현지에 파견해 청해부대원 전원을 국내로 수송할 계획이다.
그러나 지난 15일 확진자 첫 발생 사실이 국방부와 합참에 보고된 이후 아직 수송기는 뜨지 않고 있다.군 관계자들은 20개국 가까이 영공을 통과해야 하므로 외교 협조 등에 시일이 다소 지체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