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광주행 '외연 확장' vs 최재형 부산행 '黨心 공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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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갈린 주말 행보야권 대선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주말 지역 행보가 극명히 엇갈렸다. 윤 전 총장은 외연 확장을 위해 여당의 텃밭인 광주를 방문한 반면 최 전 원장은 당심 공략을 위해 보수의 근거지인 부산을 찾았다.
尹, 5·18 묘지 참배…중도 '러브콜'
후원회장에 황준국 前대사 위촉
崔, 해운대서 쓰레기 줍기 봉사
DJ·MB·박근혜 당선 빌딩에 캠프
윤 전 총장은 지난 17일 제헌절을 맞아 대권 선언 이후 처음으로 광주를 방문했다. 그는 5·18 희생자 묘역을 찾아 참배하며 눈시울을 붉히고 “5·18은 자유민주주의 헌법정신을 피로써 지켜낸 헌법 수호 항거”라고 강조했다. 민주묘지 참배 후 기자들에게는 “오래전에 광주에서 근무하던 시절 민주화 열사들에게 참배한 이후 정말 오랜만에 왔다”며 “광주의 한을 자유민주주의와 경제 번영으로 승화시켜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호남 민심을 챙기는 동시에 지역경제 활성화 지원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힌 셈이다. 이날 5·18민주묘지 방문에는 5·18 광주민주화운동 사형수 출신인 김종배 전 민주평화당(현 민생당) 의원과 광주지역 지지자 50여 명이 함께했다.윤 전 총장은 12일에는 진보학계 원로인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와 회동했으며, 진보 진영 인사인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와도 자주 만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 관계자는 18일 “윤 전 총장의 최근 행보를 보면 보수층 공략보다는 중도·진보층으로의 외연 확장에 무게를 두고 있다”며 “지지율 약세를 돌파하고, 야권 통합 과정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은 이날 황준국 전 주영국 대사를 후원회장으로 위촉하는 등 선거 캠프 구성에도 속도를 냈다. 황 전 대사는 1982년 외무고시를 통해 공직에 입문했다. 이명박 정부에서 외교통상부 북핵외교기획단장, 박근혜 정부에서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겸 6자회담 한국 수석대표를 지낸 북핵 전문가다. 황 전 대사는 캠프에서 북핵 및 외교·안보 관련 정책 조언도 담당할 것으로 관측된다. 윤 전 총장은 20일 보수의 심장인 대구를 찾는다.
윤 전 총장과 달리 최 전 원장은 국민의힘 입당 첫 행보로 부산을 방문해 보수 진영 챙기기에 나섰다. 최 전 원장은 17일 부인인 이소연 씨와 함께 부산 해운대에서 쓰레기 줍기 봉사활동을 했다. 같은 당 김미애 의원(부산 해운대을)의 지역구 행사에 참여한 것이다. 최 전 원장은 봉사활동 후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힘 당원으로서 첫 번째 지방행사로 당원동지들과 비가 내리는 가운데 쓰레기를 주우며 깨끗하게 만드는 일을 했다”며 “행복한 하루”라고 말했다. 최 전 원장 측 관계자는 “김 의원과 자연스레 공감대가 형성돼 첫 공개 일정을 지역 당원들과 봉사활동을 하는 것으로 정했다”고 말했다. 최 전 원장은 2명, 김 의원은 3명의 자녀를 입양했다. 정치권에서는 부인과 동행한 것에 대해 ‘처가 리스크’를 안고 있는 윤 전 총장을 겨냥한 차별화 행보로도 분석했다.
최 전 원장은 서울 여의도 대하빌딩에 캠프 사무실을 마련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르면 이번주 주말께 사무실을 연다는 계획이다. 대하빌딩은 과거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과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이 대선 때 사용했다.
이동훈 기자 leedh@hankyung.com